[인터뷰] 마사 그레이엄 댄스 컴퍼니의 한국인 무용수 안소영
[인터뷰] 마사 그레이엄 댄스 컴퍼니의 한국인 무용수 안소영
  • 하영신 무용평론가
  • 승인 2023.05.07 18:4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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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단의 ‘보물’이라 애칭되는 그녀

국내에는 뉴욕 무용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우리 무용수로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American Ballet Theater)의 솔리스트 서희가 잘 알려져 있지만, 현지에서는 마사 그레이엄 댄스 컴퍼니 안소영의 인지도도 못지않게 높은 편이다. 2016년에 입단하여 주요 무용수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온 안소영은 이번 시즌에서도 <Every Soul Is A Circus> <The Dark Meadow Suite> <Canticle for Innocent Comedians>(그레이엄 대목의 이인무) 등 그레이엄 고유의 춤을 열연했을 뿐 아니라 <Cave><Get Up, My Daughter> 등 컨템퍼러리댄스 작품에서도 그레이엄의 스펙트럼을 벗어난 연행의 지극한 순간들을 송출하여 현지 애호가들로부터 갈채를 받았다.

조이스씨어터에서 기념촬영을 한 마사 그레이엄 댄스 컴퍼니 단원들.오른편 가운뎃줄 단체 티셔츠를 입고 있는 이가 안소영이다. (사진 제공 안소영)
조이스 씨어터에서 기념촬영을 한 마사 그레이엄 댄스 컴퍼니 단원들.
오른편 가운뎃줄 단체 티셔츠를 입고 있는 이가 안소영. (사진제공=안소영)

[더프리뷰=뉴욕] 하영신 무용평론가 = 타지, 고전에서 컨템퍼러리까지 그녀가 밀고 나아온 춤의 이력이 궁금해져서 마사 그레이엄 무용단에 인터뷰를 요청했다. 예술감독 자넷 에일버(Janet Eilber)소영은 우리 무용단이 보유한 보물이라며 수락의 답변을 보내주었다. 안소영을 5월 1일 마지막 공연 직후, 그리니치에 있는 마사 그레이엄 무용단 근처 카페에서 만났다. 자넷의 표현을 전하자 우리 무용단은 워낙 가족 같은 분위기니까요." 수줍게 웃었다. 시종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였지만 단호한 헌신과 내공을 감지할 수 있는 인터뷰였다.

마사 그레이엄 댄스 컴퍼니의 정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무용가 안소영
마사 그레이엄 댄스 컴퍼니의 정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무용가 안소영 (사진제공=안소영)

하영신: 우리 국립발레단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하셨던데, 모던댄스와 컨템퍼러리댄스까지 춤 스펙트럼의 진폭이 넓습니다. 춤이력을 말씀해주시겠어요?

안소영우리나라 대학에서 발레를 전공했고 2001년에 졸업하자마자 국립발레단에 입단해서 2006년까지 발레단 생활을 했어요. 2006년에 <카르멘> 배역 오디션이 있었고, 그를 계기로 다른 춤에 대한 의욕이 생겼죠. 바로 미국으로 왔습니다. 처음부터 뉴욕으로 온 건 아니었어요. 시애틀에 도착해서 여기저기 무대에 게스트 아티스트로 서면서 이곳의 상황들을 파악해나가고 있었습니다. 그 때 만났던 파트너가 너의 춤은 뉴욕에 있다고 말해줘서 또 바로 짐을 꾸렸죠. 마침 당시 뉴욕시티센터(New York City Center) 건물 전체에서 단체들의 오디션이 있었어요. 층층마다 다니면서 오디션을 봤고, 휴스턴발레단(Houston Ballet) 등 몇 군데에 합격했어요. 발레 말고 다른 춤을 원했기 때문에 부글리시무용단(Buglisi Dance Theatre)으로 결정했죠. 부글리시무용단은 마사 그레이엄 컴퍼니에서 오래 활동했던 무용수들이 만든 단체에요. 거기도 이제 어언 연혁이 30년이 다 돼가네요. 2008년부터 부글리시 소속으로 활동하다가 2016년도에 자넷의 요청으로 마사 그레이엄 댄스 컴퍼니로 옮겨와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하영신: 다른 춤에의 의욕이라, 그건 아마도 모든 무용인들이 춤인생 전체에 걸쳐 갖는 의욕일 텐데요, 본인의 경우는 좀 더 특별하네요. 발레에서 모던댄스로 그리고 컨템퍼러리댄스까지 광폭으로 밀고 나아왔는데요, 그렇다면 현재에 당도한 지점, 콕 집어 말하자면 컨템퍼러리댄스에 대한 의욕이 가장 강렬할 시점 아닌가요? 마사 그레이엄은, 마사 그레이엄의 춤은 여전히 안소영 님에게 유효한가요?

안소영: . 우리 살풀이춤을 생각하시면 될 것 같은데요. 출수록 깊어지는 춤, 그레이엄의 레퍼토리들이 저에게 그렇습니다. 흔히 마사 그레이엄 테크닉이라는 말을 쓰지만, 그것은 어떤 셰입, 형태의 완결을 말하는 것이 아니거든요. 내밀한 표현으로의 방도고 태도죠. 그레이엄 춤작품의 배역도 그렇습니다. 젊은 친구들이 맡기에는 어떤 축적된 시간의 힘, 춤과 더불어 인생에 대한 내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 경우, 그레이엄의 레퍼토리를 한 번 두 번 해낼수록 비로소 조금씩 더 그레이엄 세계에 가까워지고 있구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되거든요.

하영신:방도태도. 이해가 갈 것도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에겐 리그니와 호페쉬 셱터의 작품에서의 안소영 님의 춤이 꽤나 인상적이었습니다.

안소영: 그레이엄의 레퍼토리와는 다른 춤들을 추어내는 것 역시 저에게는 또 다른 성취감입니다. 다른 작가의 작품일 경우 무용단 내 오디션을 거치는데요, 리그니의 경우에도, 셱터의 경우에도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나를?” “?” 스스로도 믿기지 않으리만큼. 항상 매번이 도전이죠. 하지만 완수하고 나면 제 춤의 경계가, 더불어 제 자신의 인간적 한계가 넓어진 느낌이랄까요. ‘성숙이라는 말을 좋아하고 또 중요하게 생각하는데요, 그럴 수 있는 기회가 자주 주어진다는 것이 예술가로서 짊어져야 할 사명이자 특권이라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MGDC2023 Get Up, My Daughter(Annie Rigney)에서 Richard Villaverde와 열연중인 안소영  ⓒ Steven Pisano
MGDC2023 'Get Up, My Daughter'(Annie Rigney)에서 Richard Villaverde와 열연중인 안소영 ⓒ Steven Pisano

하영신: 열린 마음, 아까 말한 방도’ ‘태도’, 그레이엄을 닻으로 예술가로서의 반경을 넓혀가고 있다고 들립니다.

안소영: 그렇습니다. 사회적, 문화적 환경이 그런 탓이겠지만 요즘은 어느 한 군데로 닻을 내리기가 힘든 상황이잖아요. 저에게 마사 그레이엄 무용단이라는 소속감은 아주 소중하고, 향후 저에게도 누군가들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는 그런 날들이 오기를 바랍니다. 안무가로서, 예술감독으로서, 단체를 돌볼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공동체형 예술을 하고 있으니까요. 아마도 부글리시에서 그렇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친정 같은 곳이라서,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영신: 저도 같은 고민입니다. 공동체 기반 예술지형이 점점 프로젝트화되어가는 걸 저 역시 우려하고 있는데요. ‘소속감’ ‘공동체이런 단어들의 무게감을 지고 있는 예술가를 만나서 너무 반가웠습니다. 그 비전이 꼭 이루어지시길 응원하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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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2023-05-08 11:30:46
귀한 인터뷰 잘 보았습니다. 매 레파토리마다 도전하는 멋진 무용가 안소영님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