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프리뷰=서울] 박상윤 기자 = 국립국악원의 국악공연 시리즈 '일이관지' 5월 무대가 명창들이 꾸미는 판소리 무대로 펼쳐진다. 5월 16일(화)부터 25일(목)까지 총 6회에 걸쳐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서 열리는 ‘일이관지 - 성악’ 공연은 친구와 형제, 부부 등 특별한 관계에 있는 15명의 명창이 차례로 무대에 올라 다채로운 전통 판소리의 멋을 전한다.

60년 소리 우정이 빚어낸 흥보가 | 유영애 박방금 명창

첫 공연은 60년 우정을 자랑하는 유영애, 박방금 명창이 <흥보가>로 막을 올린다. 13살 때부터 지금까지 일상을 공유하는 친구로 지내는 두 명창은 목포국악원의 김상룡 선생 문하에서 함께 판소리를 수학했다. 이후 유영애 명창은 목포를 떠나 남원에서 활동하면서 전라북도 무형문화재가 되었고, 박방금 명창은 여전히 목포에 남아 전라남도 무형문화재로 인정받아 나란히 명창의 반열에 올랐다.

이번 무대에서는 박방금 명창이 흥보의 고난을 표현한 전반부(초두 대목부터 매맞는 대목까지)를, 유영애 명창은 흥보 삶의 희망을 보여주는 후반부(집터 잡는 대목부터 놀보가 흥보 찾아오는 대목까지)를 맡아 흥보가의 대비되는 멋과 매력을 전할 예정이다.

전주대사습 장원 출신의 두 명창이 전하는 적벽가 | 전인삼 윤진철 명창

대표적인 명창 등용문인 전주대사습놀이의 장원 출신인 전인삼, 윤진철 명창은 17일 풍류사랑방 무대를 박진감 넘치는 적벽대전의 현장으로 안내한다. 남원 출신의 전인삼 명창은 제23회(1997년), 목포 출신 윤진철 명창은 제24회(1998년)에 각각 장원에 오르면서 명창이라 불리기 시작했다.

전인삼 명창은 꿋꿋하고 강한 동편제의 멋을 살려 <적벽가>의 싸움타령부터 조자룡 활 쏘는 대목까지 전하고, 윤진철 명창은 촘촘하고 세밀한 구성이 돋보이는 강산제로 군사 분발부터 조조 화용도로 도망가는 대목까지를 부른다. 불타는 적벽의 긴박한 현장을 서로 다른 음색으로 전하는 두 명창의 소리 또한 팽팽한 긴장감을 연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진짜 형제 명창이 전하는 형제의 이야기, 흥보가 | 왕기철 왕기석 명창

18일에는 왕기철 명창(형)과 왕기석 명창(동생)이 무대에 올라 <수궁가>와 <흥보가>를 부른다. 두 형제보다 먼저 판소리의 길로 나섰던 형 고(故) 왕기창 명창의 제안으로 왕기철 명창은 박귀희 명창 문하에서, 왕기석 명창은 국립창극단의 남해성 명창을 만나 각각 소리의 길에 입문했다. 이후 왕기철 명창은 2001년 전주대사습놀이에서 장원을, 왕기석 명창은 최연소로 국립창극단에 입단해 전라북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이번 무대에서 왕기석 명창은 전라도의 깊은 성음이 특징인 박초월제 <수궁가> 범 내려온다 대목부터 토끼 배 가르는 대목을 전하고, 왕기철 명창은 경상도 특유의 강한 소리가 돋보이는 박녹주제 <흥보가>의 박타령을 불러 색다른 소리의 매력을 전한다. 마지막 순서에는 왕기석 명창의 딸 왕시연 소리꾼이 두 형제와 함께 무대에 올라 입체창 <흥보가> 화초타령을 선보인다.

함께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동문(同門) 명창의 춘향가 | 송재영 장문희 명창

판소리 명창 이날치(1820-1892)의 증손녀이자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보유자인 이일주 명창(1936-)의 제자인 송재영, 장문희 명창도 23일 무대에 올라 <춘향가>를 들려준다. 이일주 명창은 동편제와 서편제를 섞고 사설 정리를 더해 ‘동초제’라는 새로운 판소리 유파를 만든 동초(東超) 김연수(1907-1974)의 제자이고, 송재영, 장문희 명창 역시 동초제의 계보를 잇는 현역 명창이다. 두 명창은 2021년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판소리 <심청가> 보유자로 동시에 인정돼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두 명창 모두 동초제로 <춘향가>를 들려준다. 장문희 명창은 십장가 대목부터 옥중가까지, 송재영 명창은 초경이경부터 어사출도 대목까지 불러 각자의 소리로 춘향과 몽룡의 색깔을 그려낼 예정이다.

부부 명창이 전하는 심봉사 부부 이야기, 심청가 | 김영자 김일구 명창

24일 무대에는 부부 명창으로 잘 알려진 김영자, 김일구 명창이 무대에 올라 <심청가>를 전한다. 두 명창 모두 국립창극단 출신으로 1979년 부부의 연을 맺은 뒤 김영자 명창은 2020년 국가무형문화재 판소리 <심청가> 보유자로, 김일구 명창도 같은 해 <적벽가> 보유자로 지정돼 명창의 반열에 올랐다. 현재 부부가 무형문화재 보유자로 지정된 사례는 이들이 유일하다.

이번 공연에서 김영자 명창은 <심청가> 중 곽씨부인 유언 대목을, 김일구 명창은 심봉사 물에 빠지는 대목을 불러 실제 부부의 역할을 맡는다. 부부 각자의 소리 무대 마지막엔 두 사람이 함께 주고받는 입체창으로 황성 올라가는 대목(뺑덕이네 만나는 대목)을 선보인다. 뺑덕어미와 심봉사로 변신한 두 부부가 나눌 재담과 판소리의 합이 기대된다.

다섯 바탕 눈대목 전하는 이 시대의 소리꾼 | 안이호․정보권․권송희․정은혜․이승희

5월 공연의 마지막 무대는 명창의 소리 인생을 이어갈 이 시대의 대표 소리꾼 다섯 명이 출연해 전통 판소리 다섯 바탕의 눈대목을 전한다. 이날치 밴드에서 보컬을 맡고 있는 소리꾼 안이호와 권송희는 각각 <적벽가>의 적벽대전 대목과 <수궁가>의 자라가 토끼 만나는 대목을 들려준다.

국립창극단 출신이자 다수의 연극 작품에서 인상적인 소리와 연기를 선보인 정은혜는 <흥보가>의 두 손 합장 대목부터 중타령까지, 판소리 창작집단 입과손스튜디오에서 소리꾼으로 활약 중인 이승희는 <춘향가> 도련님 잠깐 듣조시오부터 천장지구에 해고석란이요 대목까지 부른다. 2019년 국립창극단 창극 <패왕별희>에서 주연  항우 역을 맡았던 정보권은 <심청가> 타루비부터 뺑덕이네 행실대목까지 선보인다.

국립국악원 '일이관지' 5월 공연 일정

날짜	주제	프로그램	출연자
			소리	연주자
5.16.(화)	60년의 소리 우정, 함께 만드는 흥보가 <그런대도 내가 알고, 저런대도 내가 아오>	미산제 흥보가 초두~ 매맞는대목	박방금	조용복고수
		박녹주제 흥보가 집터 잡는 대목~놀보가 흥보 찾아오는 대목	유영애
5.17.(수)	동편제와 강산제, 불타는 적벽에서 만나다	동편제 적벽가 싸움타령~조자룡활쏘는대목	전인삼	박근형고수
		강산제 적벽가 군사분발~조조 화용도로 도망가는 대목	윤진철	조용수고수
5.18.(목)	형제가 부르는 경사도와 전라도의 멋	박초월제 수궁가 범 내려온다~토끼 배가르는 대목	왕기석	윤재영고수
		임방울 ‘추억’ 박녹주제 흥보가 박타령	왕기철	강형수고수 (단가)배런-아쟁 (단가)변상엽-대금
		(입체창)형제가 함께하는 화초타령	왕기석 왕기철 왕시연-객원	이여진-가야금 배런-아쟁 변상엽-대금
5.23.(화)	동초제 춘향가, 같은 바디의 다른 소리꾼 <춘향으로 묻고 이도령으로 답하다>	동초제 춘향가 십장가~옥중가	장문희	조용복고수
		동초제 춘향가 초경이경~어사출도	송재영	고정훈고수
5.24.(수)	부부가 풀어내는 심청가 <곽씨와 심봉사 대 뺑덕어미와 심봉사>	강산제 심청가 곽씨부인 유언대목	김영자	조용복고수
		강산제 심청가 심봉사 물에 빠지는 대목	김일구
		(입체창) 황성올라가는 대목 (뺑덕이네 만나는 대목)	김영자 김일구
5.25.(목)	판소리 다섯바탕 눈대목 <화룡점정, 판소리의 눈을 그리다>	동초제 춘향가 도련님 잠깐 듣조시오 ~ 천장지구에 해고석란이요	이승희	이향하고수
		동초제 심청가 타루비 ~ 뺑덕이네 행실	정보권
		박초월제 수궁가 자라가 토끼 만나는 대목	권송희	김봉영고수
		박녹주제 흥보가 두 손 합장 ~ 중타령	정은혜
		박봉술제 적벽가 적벽대전	안이호	김봉영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