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드 입은 베르디’, 국립오페라단 ‘일 트로바토레’ 공연
‘후드 입은 베르디’, 국립오페라단 ‘일 트로바토레’ 공연
  • 이종찬 기자
  • 승인 2023.05.23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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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적으로 새롭게 해석한 ‘오페라의 제왕’
국립오페라단, '일 트로바토레' 공연포스터 (제공=국립오페라단)
국립오페라단, '일 트로바토레' 공연포스터 (제공=국립오페라단)

[더프리뷰=서울] 이종찬 기자 = 국립오페라단이 베르디 탄생 210주년을 맞아 오페라 <일 트로바토레>를 무대에 올린다. <라 트라비아타>, <리골레토>와 함께 베르디의 3대 걸작으로 꼽히는 이 작품은 박력 있고 열정적인 작품으로 많은 오페라 애호가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오페라의 제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 트로바토레>는 ‘음유시인’이라는 뜻으로 작품 속 만리코를 가리킨다. 집시 여인 아주체나는 자신의 어머니를 죽인 귀족에게 복수하려다 실수로 자신의 아들을 죽이고 만다. 그녀는 제대로 된 복수를 꿈꾸며 귀족의 둘째 아들을 납치한 뒤 만리코라는 이름을 붙이고 자신의 아들처럼 키운다. 출생의 비밀을 모르는 만리코는 자신의 친형인 루나 백작과 레오노라라는 여자를 두고 경쟁하게 되면서 복수와 사랑으로 뒤얽히게 되는 작품이다.

후드 쓴 만리코, 가죽자켓 입은 루나백작 - 그래피티를 활용한 현대적 감각의 무대

<일 트로바토레> 원작은 15세기 초 스페인을 배경으로 두 형제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국립오페라단은 <일 트로바토레>를 새롭게 해석한다. 중세풍 의상 대신 만리코는 후드에 청바지를 입고 레오노라와 루나백작은 가죽자켓을 입는다. 청바지와 가죽자켓으로 상징되는 두 형제의 대비와 더불어 각 캐릭터의 현대적 해석을 담고 있다. 무대 디자인 역시 주목할 만하다. 미국 뉴욕의 할렘가를 연상시키는 이번 무대는 그래피티를 활용하여 자유롭고 반항적인 분위기를 보여줄 예정이다.

만리코의 의상 콘셉트 (제공=국립오페라단)
만리코의 의상 콘셉트 (제공=국립오페라단)

뒤얽힌 운명의 실타래, 음악으로 풀다 - 베르디가 들려주는 4인 4색의 음악

<일 트로바토레>의 매력은 각 캐릭터의 매력을 드러내는 아리아에서부터 박진감 넘치는 합창에 이르기까지 베르디 음악 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레오노라가 만리코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은은하게 노래하는 <고요한 밤이었지>(Tacea La Notte Placida)부터 하이 C로 복수의 비장함과 전율을 느끼게 하는 만리코의 <‘저 타오르는 불꽃을 보라>(Di Quella Pira) 등 각 캐릭터의 성격을 살린 아리아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 ‘대장간의 합창’으로 잘 알려진 <보라! 끝없는 밤의 장막을>(Vedi! Le Fosche Notturne Spoglie)은 타악기를 이용해 대장간을 표현하고 집시들의 활기찬 음성으로 베르디 선율의 극치를 보여준다.

이번 공연을 위해 국내외 정상급 성악가들이 뭉쳤다. 루나 백작 역은 바리톤 이동환과 강주원이 맡는다. 이동환은 2015년부터 베를린 도이체 오퍼 극장 주역가수로 활동해 왔으며 강주원은 2012년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데뷔, 2020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데뷔하며 전 세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삼각관계의 중심이 되는 레오노라 역에는 2011년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한 후 스위스 바젤 극장 솔리스트를 거쳐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로 발탁된 소프라노 서선영과 몬테카를로 콩쿠르 수상자인 신예 소프라노 에카테리나 산니코바가 열연을 펼친다.

한편 만리코 역에는 오스트리아 빈 폴크스오퍼의 간판스타로 활약한 테너 국윤종과 이탈리아와 유럽을 중심으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며 2022년 국립오페라단 <라 트라비아타> <호프만의 이야기>에서 관객들에게 큰 인상을 남긴 젊은 테너 이범주가 맡아 열연을 펼칠 예정이다. 아주체나 역에는 매력적인 저음의 소유자이자 국내외 무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메조소프라노 김지선과 양송미가 맡는다.

‘명화 같은 미장센’ 잔카를로 델 모나코의 연출과 솔티 국제지휘콩쿠르 최우수상에 빛나는 신예 마에스트로 레오나르도 시니

이번 작품의 연출은 세계적인 연출가 잔카를로 델 모나코가 맡았다. 2022년 국립오페라단 <아틸라> 연출을 맡아 명화 같은 무대를 선사해 국내 오페라 애호가들에게 선명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연출가 잔카를로 델 모나코는 20세기 최고의 드라마틱 테너로 알려져 있는 마리오 델 모나코의 아들로 1965년 이탈리아 시라쿠사에서 <삼손과 데릴라> 연출로 오페라 무대에 데뷔한 후 58년간 연출가로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4막 1장 무대 디자인(제공=국립오페라단)
4막 1장 무대 디자인(제공=국립오페라단)

베테랑 연출가와 함께 호흡을 맞출 지휘자는 2017년 솔티 국제 지휘콩쿠르 최우수상에 빛나는 신예 마에스트로 레오나르도 시니가 맡는다. 오페라계 베테랑과 젊은 피가 만들어낼 시너지에 관객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립오페라단은 현장 공연의 생생한 감동을 온라인을 통해서도 선보인다. 이번 <일 트로바토레>는 6월25일(토) 15시 국립오페라단의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인 크노마이오페라(https://www.knomyopera.org/ott/liveView?showId=9220&parentSeq=&userMemberSeq=)와 네이버tv(https://tv.naver.com/koreanationalopera)를 통해서 랜선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공연은 6월 22일(목)부터 25일(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리며 평일은 오후 7시 30분, 주말은 오후 3시에 공연한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 국립합창단, 위너오페라합창단, 그리고 코드공일아트랩이 출연한다.

입장권은 예술의전당, 인터파크에서 예매 가능하며 공연문의는 국립오페라단(02-1588-2514)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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