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에서 태어난 예술작품들 - '0.1cm: 극지로 떠난 예술가들' 전시
극한에서 태어난 예술작품들 - '0.1cm: 극지로 떠난 예술가들' 전시
  • 이미우 기자
  • 승인 2023.06.09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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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지 레지던스 13주년 기념, 예술가의 눈으로 본 남극과 북극의 다채로운 모습
극지연구소 전시_포스터(사진제공=한국문화예술위원회)
극지연구소 전시 포스터 (사진제공=한국문화예술위원회)

[더프리뷰=서울] 이미우 기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극지연구소가 공동 주최하는 극지 레지던스 성과보고전 <0.1cm: 극지로 떠난 예술가들>이 6월 7일 삼청동 공근혜 갤러리에서 개막했다. 전시는 7월 7일까지 계속된다.

이번 전시는 예술위원회와 극지연구소가 협력 운영하는 극지 레지던스 13주년을 기념해 그간 극지 레지던스에 참여한 15명/팀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첫 전시이다. 남극과 북극 그리고 과학자를 바라보는 예술가의 시선을 통해 환경, 권력, 국가라는 거대한 이슈에서부터 자연 앞에 놓인 개인의 일상과 감정에 이르는 다양한 이야기를 전한다.

0.1cm는 환경의 위기에 직면한 해수면의 상승을 거론할 때 자주 등장하는 숫자이다. 과학자들은 1mm도 되지 않는 해양시료들을 통해 빙하의 움직임을 예측한다. 누구나 알지만 아무나 갈 수 없는 곳, 극지로 떠난 예술가들 또한 0.1cm의 어떤 변화를 목격하고 발견한다. 이번 전시는 12년간 극지를 다녀온 예술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감상하며 예술가의 눈을 빌려 극지가 우리에게 말하는 바가 무엇일지 생각해 보게 한다.

남극과 북극을 방문했던 작가들은 아동문학, 소설, 웹툰, 사진, 설치, 영상 등 서로 다른 방식과 매체를 통해 그들이 세상의 끝에서 경험한 것들을 자유롭게 풀어낸다. 극지에서의 경험을 통해 작가는 거대한 자연에 대한 숭고함을 전하거나(김승영) 끊임없이 변화하는 유기체적 풍경과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생명체를 조명하고(김주연), 비현실적인 풍경에서 지내는 나날을 사진으로 기록하며(박홍순), 극지로 떠난 젊은 음악인의 심리를 웹툰을 통해 세밀하게 묘사한다(윤태호).

남극인상_가장푸른밤_김승영
'남극인상 가장푸른밤' 김승영
유기체적 풍경 VI 사진, 피그먼트 프린트, 137x91cm 2012_김주연
'유기체적 풍경 VI' 사진, 피그먼트 프린트, 137x91cm 2012, 김주연
남극일기-남극 일출 #001, 사진,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100x132.7cm, 2012_박홍순
'남극일기-남극 일출 #001', 사진,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100x132.7cm, 2012, 박홍순
윤태호
윤태호

외부와 고립된 남극 세종기지에서 가족에게 쓴 편지(한정기)와 북극을 탐험하는 아라온호에서 생활하며 집필한 항해기(한창훈), 세종기지 월동대원들의 연구활동을 묘사한 다큐멘터리(천운영, 정지우)와 극지환경을 마주한 탐사대원과 그들의 인터뷰를 담은 영상작업(홍기원)은 인간의 손이 거의 닿지 않은 자연환경과 그곳을 무대로 활동하는 과학자들의 치열한 삶을 보여준다.

남극에서온편지_표지_한정기
'남극에서 온 편지' 표지, 한정기
천운영,정지운
천운영, 정지우
드로잉_홍기원
드로잉, 홍기원

한편, 영상에 담긴 서서히 녹는 남극의 얼음과 얼음 속 기포가 터지는 미세한 소리(조광희), 녹아 사라지는 북극에서 남극으로 북극곰을 이주시키는 이야기(김남중), 아라온호를 오마주한 고드름호에 숨어들어 바캉스를 떠난 빨간 여우의 모험(오주영)은 기후변화에 직면한 인간의 위기를 되돌아보는 계기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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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소멸 03' 조광희
남극곰_1북극열차_144-145_김남중
'남극곰 1 북극열차 144-145' 김남중
오주영
오주영

작가들은 남극과 북극에서 지내며 수집한 영상을 활용해 남극이 가진 허구성과 실재성의 간극을 묘사하고(김세진), 남극에 얽혀있는 다양한 정치적 이해관계를 드러내며(염지혜), 사라짐의 위기에 처한 북극해의 현재를 가시화하거나(손광주), 태초의 자연이 간직한 신화적 공간과 이를 갈망하는 국가들의 열망으로 형상화하는(이정화) 상상력을 보여준다.

김세진
김세진
검은 태양_1_염지혜
'검은 태양 1' 염지혜
Phaedo_3ch_01_손광주
'Phaedo 3ch 01' 손광주
올드랜드2-01_이정화
'올드랜드 2-01' 이정화

7월 1일(토) 오후 1시에 진행될 전시 연계 프로그램 '예술가와 과학자'에서는 남극 K루트 탐사를 주제로 한 윤태호 작가와 이종익 극지연구소 연구원의 대담, 2022년 아라온호 승선 레지던스에 참여한 홍기원 작가와 홍종국 극지연구소 연구원의 대화가 마련돼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남극과 북극에서의 연구, 레지던스 생활, 작품제작 과정 등을 공유하고 극지를 바라보는 예술가와 과학자의 시각을 상호교환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전시는 화-토요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관람할 수 있으며, 입장료는 무료이다. 전시에 참여한 시각예술분야 작가 7명의 작품은 7월 26일부터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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