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이창봉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위로'
[신간] 이창봉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위로'
  • 이시우 기자
  • 승인 2023.06.27 1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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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30일 북콘서트 개최

 

이창봉 시인 세 번째 시집 ‘위로慰勞’(월간 순수문학간행)표지 (사진제공=이창봉)
이창봉 시집 ‘위로慰勞’ 표지 (사진제공=월간 순수문학)

[더프리뷰=서울] 이시우 기자 = 이창봉 시인이 세 번째 시집 <위로慰勞>를 냈다(월간 순수문학).

이창봉 시인은 1962년 강원도 원주 출생으로, 경동고등학교 문예반에서 시 쓰기를 시작했고 중앙대학교 학부 및 같은 예술대학원 문학예술학과를 졸업했다. 1997년 현대시학에 <종이비행기를 접으며> 외 5편으로 정진규, 이승훈, 박상배의 추천을 받아 등단하면서 본격적인 시인의 길에 들어섰다. 2006년 시집 <헤이리노을>을 현대시단에서, 2019년 <낙타와 편백나무>를 푸른사상에서 발간했다. 현재 중앙대 예술대학원 미디어 스토리텔링 전공 교수(겸임)로 재직하며 시와 예술 등을 강의하고 있다. 또한 해공신익희연구소장, 남촌문화예술원장으로도 일하고 있다.

윤석산 시인(전 시인협회 회장, 한양대 국문과 명예교수)은 해설에서 "이창봉 시인은 사물의 내포적 본질을 직관적으로 바라보고 열정적 미토스 언어를 통해 시적 이미지를 만들어 내며 풍부한 상상을 통해 시적 울림을 극대화하고 있는 시인"이라고 전했다. 또한 "이창봉 시인의 시를 읽게 되면 우리는 사전적 의미를 뛰어 넘어 새로운 세계를 만나게 되는데, 이는 곧 일상화된 삶에 충격을 주어 사물, 사실과의 신선한 만남을 이루게 하는 현대시의 중요한 기법인 '낯설게 하기'의 한 모습을 보여 준다"라고 말했다.

이창봉 시인은 이번 세 번째 시집을 발간하면서 그가 살고 있는 경기도 광주지역의 문화예술단체인 남촌문화예술원 주최로 6월 30일 오후 4시 일곱계절의 정원에서 북콘서트를 열 계획이다. 8월에는 미국 시카고에서 두번째 북콘서트를, 이어 11월에는 서울에서도 북콘서트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시인은 "시를 통해서 시대에 소외 받고 상처 받은 이웃들에게 작은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싶다"라며 "시를 쓸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며, 이때 오직 자연의 의미와 존재를 오롯이 만나고 그 속에서 신이 가르쳐 주는 말을 들으며 옮겨 적는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로써 가슴에 품고 사는 종이꽃이 생생한 생화가 되어 세상을 활짝 밝히게 하는 꿈을 꾸며 산다"라며 "앞으로 현대 미디어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좀더 공감하는 시를 쓰고 싶다"라고 전했다.

               밥은
                                

밥은얼마나 아름다운 안부(安否)인가
수수깡처럼 마른 내 영혼을 깨운다
할머니
어머니
아내
밥 안부가 궁금해 물어 오면
밥을 먹지 않아도 힘이 난다
안부는 생명을 걱정하는 글
가까이 있어도 그게 늘 궁금해야 한다.

*예부터 우리네 인사법 중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있으니, '밥'이다. 진지 잡수셨습니까. 우리의 어린 시절 동네 어른을 만나면 으레 드리는 인사말이다. 어디 먼 곳으로 떠났다가 오랜만에 돌아온 젊은이를 만나면, 어른들은 걱정스런 표정으로 밥이나 제대로 먹고 다녔더냐?라고 안부를 묻는다.이렇듯 '밥'은 우리의 따뜻한 안부이다. 이러한 인사말은 살아있는 안부로, 이를 듣는 우리의 영혼을 훈훈하게 해준다. 실제로 따뜻한 밥 한 그릇을 먹는 것과도 같이, 절로 훈훈해지는, 그래서 때로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게 하는 안부, 밥 안부가 된다. 시인은 밥은/얼마나 아름다운 안부(安否)인가라고 말한다. 그렇다. '밥'은 살아있는 우리의 안부이다. 그것도 아름다운 안부이다. 그래서 '밥'은 때때로 할머니, 어머니, 아내의, 그 이름만 들어도 이내 정겨움이 되는, 그런 안부가 된다. 이 안부는 우리의 생명을, 우리의 삶을 진정으로 걱정하는, 참으로 따뜻한 마음으로 우리의 삶 속, 깊이깊이 파고들며 우리 전신을 흔든다. (윤석산 시인)


               경동시장에서

남의 짐을 지고 사는 김씨
21세기만 아니었다면
제 값을 부르고 살았을 텐데
공치는 날이 많지만
버릇처럼 지게를 메고 경동시장으로 온다

나도 그렇다
아무 일 없어도
내 길 잘 걷고 있는 지
버릇처럼 경동시장에 온다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
어머니 손 잡고 걸었던
그 때가 그리워 경동시장으로 온다

겨우 시금치 한 단 사더라도
걷다가 때로는 길을 잃더라도
경동시장에 오면 밝아지는 마음
든든하고 따뜻했던 어머니 손
거기에 그 추억의 힘이 있다

*경동시장은 청량리 인근 제기동에 있는 재래시장이다. 서울의 동쪽 지역에 있는 시장이라고 해서 경동이라는 이름을 얻은 듯하다. 아마도 이창봉 시인은 이 인근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모양이다. 그러므로 경동시장은 시인에게 있어 그리운 추억이 자리한 지역이다. 그래서 시인은 아무 일이 없어도 나의 길을 잘 걷고 있는지 버릇처럼 경동시장을 찾아 온다. 그곳 경동시장은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 어머니와 함께 손잡고 걸었던 그런 곳이다. 나이가 들어 어른이 되어도, 손을 잡아 줄 그래서 세상의 길 잃지 않고 갈 수 있는 아 어머니. 시인은 그때가 그리워 경동시장으로 온다고 노래하고 있다. 어찌보면 이러한 세계는 지극히 개인적이며 또 지극히 작은 그러한 삶의 일부이다. 그러나 어쩌라! 이러함이 진정 우리의 삶, 우리의 살아가는 모습이며 어느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 아니겠는가. 이창봉 시인은 아주 미세하고 그래서 자칫 우리가 놓쳐 버리기 쉬운 삶의 소중한 부분을 이렇듯 시의 세계로 이끌며 우리의 잃어 버린 세계를 보여주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윤석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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