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시공을 초월한 제왕들의 인사 교과서 ‘인물지’
[신간] 시공을 초월한 제왕들의 인사 교과서 ‘인물지’
  • 조일하 기자
  • 승인 2023.08.11 14: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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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비 인재에게 미혹된 우리에게 알려주는 '인재감별법'

[더프리뷰=서울] 조일하 기자 = 야심 있는 지도자들에게 현명하고 유능한 인재를 찾는 일은 항상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와 같다. 인재가 아닌 사람을 등용하려는 지도자는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인재와 인재 아닌 사람을 알아볼 것인가? 그리고 어렵게 찾은 인재를 어떻게 적재적소에 배치할 것인가? 얼마 전 시공사에서 나온 <인물지: 시공을 초월한 제왕들의 인사 교과서>가 나름 그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인물지> 원전은 조조의 인사참모인 유소(劉邵)가 조조의 능력주의를 포괄하면서 많은 인물을 판별하고 적재적소에 배치하기 위한 용인(用人)술과 지인(知人)술을 집대성한 책이다. 공원국, 박찬철 두 저자는 유소가 쓴 원전을 현대적으로 해설하고 중국 고대 상·주시대부터 명·청시대까지 100여 명의 인물을 선별해 그들의 이야기를 용인과 지인의 관점에서 살펴봤다. <인물지>가 전하는 ‘인물 파악의 방법’ ‘사이비 인재를 감별하는 방법’ ‘인재 자신이 경계해야 할 일’ 등은 2000년이 지난 오늘에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임을 이 책의 저자들은 강조한다.

원소처럼 대단한 배경도 없이 오직 자신의 능력과, 순욱으로 대표되는 뛰어난 신하들의 힘에 의지해 나라를 세운 조조는 “능력이 있으면, 도덕적인 하자가 있어도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나라 대에 만연했던 허명만 갖춘 인사들의 폐단을 목도했기 때문일 것이다. 유소는 이러한 조조의 능력주의를 표방하면서 인재 감별과 등용을 위한 체계를 정리했는데 그것이 바로 <인물지>다.

유소는 사람마다 타고난 자질과 성정이 다른 이유를 규명하고, 그 사람이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를 파악하며, 그 자질에 따라 그 인물을 어떻게 평가해 쓸 것인지를 △구징 △체별 △유업 △재리 △재능 △이해 △영웅 △접식 △팔관 △칠류 △효난 △석쟁 등 열두 가지 주제로 나누어 이야기한다. 두 저자는 유소의 <인물지>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면서 중국 역사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과 그들의 ‘인사’를 살펴본다.

제갈량도 피하지 못한, 인재감별의 일곱 가지 오류

‘능력에 따라 적재적소에 사람을 쓴다’는 말은 비단 인사 관련 업무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 아닐지라도 누구나 다 공감하는 이야기다. 하지만 원칙을 안다는 것이 곧 실천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일단 사람들의 서로 다른 능력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일이 어렵고, 여기에 인사권자 개인의 주관적인 호불호가 개입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사권자 자신은 적재적소에 사람을 썼다고 생각하고 그에 걸맞은 성과를 기대하지만, 현실은 종종 기대하는 것과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이러한 인재 등용의 오류는 제갈량의 고집으로 총대장이 된 마속의 사례에서도 찾을 수 있다.

사람들이 인재를 감별할 때 흔히 범하는 오류를 <인물지>는 일곱 가지로 구분해 설명한다. △명성으로 실력을 가늠한다 △자신의 기준으로 판단한다 △포부의 크기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성취의 빠르고 늦음으로 평가한다 △자신과 다르다고 배척한다 △지금 처한 상황으로 평가한다 △보이는 것으로 판단한다가 그것인데, 이를 ‘회사가 인재를 알아보지 못하는 일곱 가지 이유’로 바꾸어 봐도 전혀 다르지 않다. 역대 중국 제왕들의 인사 교과서이기도 했던 <인물지>가 지금도 여전히 읽히는 여러 이유 중 하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이비 인재' 판별법

이 책은 시종일관 ‘인재를 적재적소에 쓰는 것’과 ‘사이비 인재 판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유소에 따르면 사람의 타고난 성정과 재질은 자연스럽게 외부로 드러난다. 그래서 뛰어난 인재는 누구나 알아볼 수 있으니 등용하기 쉽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그것은 바로 '가짜, 사이비 인재’이다.

동서고금 모든 지도자들이 인재에 대해 고민하는 이유는 좋은 인재를 찾아 쓰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사이비를 가려내기 위함이기도 하다. 사이비들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바로 겉으로 넘친다는 것이다. 사이비들은 대체로 ‘막힘없는 듯’ ‘박식한 듯’ ‘타인의 이야기를 듣는 듯’하다가 막상 궁지에 몰리면 ‘응답하지 않거나’ ‘이해했다고 하거나’ ‘물 타기’를 시도해서 비기려고 한다. 이런 사이비들은 내실이 없는데도 말이 화려해 주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을 유능한 사람으로 착각하게 만든다. 특히 이들에게 현혹돼 중책을 맡겼을 경우 그 폐해는 예나 지금이나 상상 이상이다. 이 책은 곳곳에서 혹세무민하는 사이비의 다양한 유형을 보여준다.

저자 공원국은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 중국지역학을 공부했으며, 중국 푸단대학교에서 인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역사인류학자의 시각으로 대안적 세계사를 제시하기 위해 중국과 중앙아시아를 비롯한 유라시아 초원지대에서 현지조사를 진행하면서 <유목, 세계사의 절반>(가제)을 집필 중이다.

저서로는 10년간의 대장정 끝에 집필한 <춘추전국 이야기>(전 11권), <귀곡자>(공저), <인문학자 공원국의 유목문명 기행> <굴욕을 대하는 태도>(공저), <가문비 탁자> <나의 첫 한문 공부> <옛 거울에 나를 비추다> <유라시아 신화기행> <통쾌한 반격의 기술, 오자서 병법> <여행하는 인문학자>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하버드 C. H. 베크의 <세계사 1350~1750> <조로아스터교의 역사> <말, 바퀴, 언어> <중국의 서진> 등이 있다.

또다른 저자 박찬철은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출판기획사 컬처맵(Culture Map)을 운영하며 중국 관련 콘텐츠를 개발, 번역하고 있다. 동양고전을 비롯한 역사 인물과 사례 등을 통해 진지하지만 다른 시각을 담은 담론과 교훈을, 때로는 실재하는 우리 삶에 유용한 메시지를 제시할 수 있는 방법을 탐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귀곡자>(공저), <굴욕을 대하는 태도>(공저)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나를 지켜낸다는 것> <세계사를 바꾼 15번의 무역전쟁> <주역의 정석 1> <참모의 진심, 살아남은 자의 비밀> <운이 스스로 돕게 하라> <사람을 품는 능굴능신의 귀재, 유비> <판세를 읽는 승부사, 조조> <자기통제의 승부사, 사마의> <마음을 움직이는 승부사, 제갈량> <격탕 30년: 현대 중국의 탄생 드라마와 역사, 미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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