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전용극장으로 가는 힘겨운 첫걸음
[공연리뷰] 전용극장으로 가는 힘겨운 첫걸음
  • 김정화 음악칼럼니스트
  • 승인 2023.07.30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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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만나는 부산국제아트센터 - '해설이 있는 오페라 갈라 콘서트'
2023부산오페라하우스 합창단·오케스트라 시즌단원, 지휘·해설·예술총감독 김봉미 (사진제공=부산광역시)
2023 부산오페라하우스 합창단·오케스트라 시즌단원, 지휘·해설·예술총감독 김봉미 (사진제공=부산광역시)

[더프리뷰=부산] 김정화 음악칼럼니스트 = 부산광역시는 2025년 개관 예정인 부산국제아트센터와 2026년 개관 예정인 부산오페라하우스를 제작극장으로 운영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필수 전문인력인 오페라합창단 및 오케스트라 등을 육성하고 전용극장의 제작 시스템을 갖추고자 지난 4-5월에 2023 부산오페라하우스 합창단·오케스트라 시즌단원과 협연자 등을 공개 모집했다. 2021년부터 시작한 공공극장 제작 방식의 '부산오페라시즌'과 연계, 지역 공연생태계 조성을 위해 '시즌단원 육성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부산광역시는 단원과 협연자들을 전문인력으로 육성하고자 공개 오디션을 통해 이들을 선발했다. 새롭게 구성된 2023 부산오페라하우스 합창단·오케스트라 시즌단원들은 지난 6월 9일 부산문화회관 연습동 다듬채에서 발대식을 갖고 본격적인 연습에 들어갔다. 그 첫 결과물로 오페라 <토스카>와 <람메르무어의 루치아>를 갈라 콘서트로 선보였으며, 8월과 9월에는 부산문화회관과 금정문화회관에서 전막 오페라 <토스카>와 콘서트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를 시민들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이들은 지난 6월 13일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에서 ‘해설이 있는 오페라 갈라 콘서트’로 부산 시민들과 만났다. 자신들의 준비과정을 보여준 예고편인 셈이다. 시즌 예술총감독 김봉미(유나이티드필하모닉 예술감독)가 해설과 지휘를 맡았고, 새로 선발된 2023 부산오페라하우스 합창단·오케스트라(악장 김지윤)가 함께 연주했다. 오페라에서는 합창단이 중요한 구성원인 만큼 “오페라 합창이 돋보일 수 있는 레퍼토리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라며 주요 아리아와 함께 합창단을 선보였다. 갈라 콘서트의 주역은 지난 5월 오디션을 통해 선발했다. 도니제티의 서정 비극 <람메르무어의 루치아>는 소프라노 권소라, 테너 김동녘, 정은성, 바리톤 이준학, 푸치니의 드라마틱 오페라 <토스카>는 소프라노 김유진, 테너 이사야, 바리톤 안세범이 선정되었다.

김기환 부산광역시 문화체육국장은 공연에 앞서 “이 공연은 올해 시에서 직접 모집한 단원들로 구성해 첫선을 보인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이들의 한 걸음 한 걸음, 점차 나아가는 속도만큼 부산오페라하우스의 성공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여러 언론을 통해 비전을 밝혔다.

2023 부산오페라하우스 합창단·오케스트라 시즌단원, 지휘·해설·예술총감독 김봉미 (사진제공=부산광역시)

 

2023 부산오페라하우스 합창단·오케스트라 시즌단원, 지휘·해설·예술총감독 김봉미 (사진제공=부산광역시)

2023 부산오페라하우스 합창단·오케스트라와 갈라 주역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단원들이 입장하고, 시즌 예술총감독이자 지휘를 맡은 김봉미가 무대에서 연혁과 간략한 소개를 했다. 그는 “아시아 최고의 오페라 하우스를 기원”하며 청중에게 박수 연습을 유도했다. 대중과 가까워지기 위한 알뜰한 노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회의 문을 연 2분 남짓한 전주곡(Prelude)에서 pp로 시작하는 팀파니와 호른, 그리고 관의 길이 순서대로 나오는 목관악기 소리에 이어 폭발적 불안감을 기대했던 바이올린의 ff 투티는 민첩함이 없었고 어정쩡하게 들렸다. 극음악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는 철저한 분석을 통해 가수들의 감정선과 긴밀한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이날 정확한 비팅과 군더더기 없는 김봉미의 깔끔한 음악적 해석과 달리 오케스트라는 음악적 표현은커녕 서로의 소리조차 제대로 듣지 못하고 공연이 끝날 때까지 악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특히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에 나오는 결혼식 하객의 합창 'Per poco fra le tenebre'에서 오케스트라는 다양한 분위기 변화를 표현하지 못했으며, 아르투로(강원석)는 목에 힘이 가득 들어있어 듣기에 불편했다. 게다가 오페라 합창은 악보를 외우는 것이 기본인데 악보를 들고나온 합창단은 아마추어처럼 보였다. 그나마 겨우 <토스카>의 합창만 외워서 불렀다.

심지어 무대 위 지휘자의 오른쪽과 왼쪽에 각각 올려둔 두 개의 마이크가 노래하는 가수들의 위치와 개인별 음량에 따라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해 감상을 방해하기까지 했다. 카바라도시(이사야)는 마이크에서 멀어졌을 때는 소리가 안 들렸고 스카르피아(안세범)는 마이크가 없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그리고 국내 소프라노들은 높은 소리나 큰 소리를 낼 때 팔 전체를 대각선 아래위로 활짝 벌리는 특유의 손동작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날 연주한 소프라노 권소라와 김유진도 마찬가지였다. 오페라 가수에게 요구되는 기본 소양은 노래뿐만 아니라 연기도 포함된다.

이들의 연주에는 고음을 내는 기교만 있을 뿐 정확한 딕션과 복잡미묘하고 드라마틱한 연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환상과 환영이 공존하는 변화무쌍한 광란함을 표현해야 하는 아리아 'Il dolce suono'에서 플루트(수석 유주영)는 루치아(권소라)와의 교감을 찾아보기 힘들었고, 그런  루치아의 노래는 지루하기까지 했다. 가수들의 의상도 넌센스였다. 기본 분장도 아니었고 배역에 맞는 의상도 아니었다. 장미 다발과 테이블 등 무대소품의 배치도 적절하지 못했으며, 마지막에는 단체 커튼콜마저 손발이 맞지 않아 무대 위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소프라노 권소라, 테너 김동녘
소프라노 권소라, 테너 김동녘 (사진제공=부산광역시)

 

소프라노 김유진, 테너 이사야 (사진제공=부산광역시)

오페라 - 챙겨야 할 것 많은 종합예술

갈라 콘서트는 특별한 대중공연이나 축제라는 뜻인데, 특히 음악에서는 오페라나 뮤지컬 작품의 주요 독창이나 중창, 합창 등을 중심으로 구성하는 연주회를 말한다. 이번 갈라 콘서트는 부산시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사업을 시민들에게 미리 소개하고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아 본공연에 관객을 불러모으는 심리적 자극의 원천이어야 했다. 왜냐하면 오페라 한 편을 현장에서 직접 감상한다는 것은 대중에게 제법 많은 시간과 비용을 요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오페라는 클래식 장르 중에서도 특별히 챙길 것이 많은 종합예술이다. 그래서 이렇게 선행되는 갈라 콘서트는 공연 관계자들에게 부족한 부분을 사전에 점검하고 보완하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오페라 오케스트라는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달리 필요에 따라 가수들을 위해 적재적소에 미분음을 연주할 수 있는 순발력을 갖추어야 한다. 새로 오디션을 통해 꾸려진 2023 부산오페라하우스 합창단·오케스트라에서는 그런 음악적 센스를 느끼기 어려웠다. 특히 오페라 전문 오케스트라의 음악적 센스는 악기 연주만 잘하는 것과는 또 다른 일이고, 오롯이 다양한 무대경험에서 나오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39세 이하 청년 예술가에게 일자리와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부산시의 선한 의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공연의 완성도를 고려한다면 지역에 기반을 두고 풍부한 경험을 가진 시니어들에게 먼저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현시점에서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 생각한다.

김봉미는 공연 후 서면 인터뷰에서 “좋은 작품을 올리기 위한 노력뿐만 아니라 오페라를 감상할 관심과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관객을 위한 다양한 사전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면서, 이번 공연에서 관객들의 호감과 몰입도 상승을 위해서는 연출의 참여가 이상적이었으나 결국은 지휘자가 직접 조명, 음향, 동선, 의상 등 연출적 디렉션까지 주어야 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전체 오페라를 알고 있는 지휘자가 이 여러 요소를 오페라 속에 하나로 융합해 관객이 전막을 이해하고 감상하도록 직접 해설을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의 의도와는 달리 막이 바뀔 때마다 지휘자가 직접 하는 해설은 오히려 흐름을 끊는다는 기분까지 들었다. 게다가 향후 있을 공연 날짜에 대한 잘못된 안내 멘트를 거듭하면서 객석의 관객들을 혼동시켰다. 해설자를 따로 둔다 해도 그리 많은 비용이 들지 않았을텐데 지휘자가 음악의 흐름에 집중할 에너지를 해설에 낭비한 것 같아 안타까웠다. 뒤풀이 자리에서 그날의 총평을 한 어떤 애호가는 “전쟁에서 지면 지휘관 잘못이듯이, 연주가 엉망이면 지휘자 책임이 된다"고 지적했다.

무대에 대형공연이 올라가기 전에는 커튼콜 연습도 수없이 한다. 마지막 커튼콜 인사까지도 공연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무대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모든 것은 철저히 사전에 계획된 연습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음악뿐만 아니라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의논하고 그 내용을 결정하는 것이 예술총감독의 역할이다. 음악(예술)감독과 지휘자의 역할과 다르다는 말이다. 김봉미는 오롯이 예술총감독의 역할에 충실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철저히 타자의 시선으로 바라보았을 때 음악적 완성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소프라노 김유진 바리톤 안세범
소프라노 김유진, 바리톤 안세범 (사진제공=부산광역시)

 

2023부산오페라하우스 합창단·오케스트라 시즌단원 지휘자 김봉미
2023 부산오페라하우스 합창단·오케스트라 시즌단원, 지휘·해설·예술총감독 김봉미 (사진제공=부산광역시)

외우(畏友) - 아끼고 존경하는 벗

필자 역시 음악을 하는 사람이고 부산이 고향인지라 지역의 클래식 음악이 발전하길 바라는 마음은 누구보다도 간절하다. 공연을 보고 난 뒤 한참을 망설이다 어렵게 감상을 쓴 것은 같이 더 노력하자는 의미이다. 명나라 소준(蘇峻)이 찬술한 《계명우기(鷄鳴偶記)》에 “도의를 서로 갈고 닦으며, 잘못이 있을 때 서로를 바로잡아 주는 친구 사이를 ‘외우(畏友)’”라 했다. 상대에게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한 말만 하면 발전도 없고, 관계도 오래 지속되지도 못한다. 8월과 9월에 있을 <토스카>와 <람메르무어의 루치아>는 더 잘 다듬어져 나오면 좋겠다.

부산에 세워질 오페라하우스 관계자들이 자주 하는 말은 '아시아 최고'다. 그러나 1952년에 건립되어 깊은 전통을 자랑하는 중국 국립오페라하우스가 7년 만에 베일을 벗고 작년에 새 모습을 드러냈으며, 2008년 건축계의 노벨상이라는 프리츠커 건축상을 수상한 장 누벨이 설계한 오페라하우스가 중국 최고의 IT도시 선전(深圳)에서 개관 준비를 하고 있다. 또한 24,000평에 달하는 규모에 약 2,800억 원을 들여 2015년 완성한 하얼빈 오페라하우스도 있다. 동쪽에는 1997년에 완공되어 수많은 공연을 하고 있는 일본의 도쿄 신국립극장도 있다. 이들과 어떻게 경쟁을 해서 최고가 될 지 아주 궁금하다. 우리나라 오페라는 자본이나 전통으로는 저 나라들을 뛰어넘을 수 없다. 하지만 오페라는 그 시설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그 안에 담을 수 있는 독자적이고 독창적인 콘텐츠에 있다. 우리만의 상상력, 즉 끊임없는 고민과 노력으로 차별화시켜야 한다. '아시아 최고'라는 말보다는 '가장 부산다운' 확고한 정체성을 가진 부산오페라하우스가 되면 좋겠다.

2023 부산오페라하우스 합창단·오케스트라 시즌단원, 지휘·해설·예술총감독 김봉미, <토스카> 갈라 주역 (사진제공=부산광역시)

 

2023 부산오페라하우스 합창단·오케스트라 시즌단원, 지휘·해설·예술총감독 김봉미,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갈라 주역 (사진제공=부산광역시)

* 2023 부산오페라하우스 합창단·오케스트라는 오는 8월 26-27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부산문화회관이 제작하는 푸치니의 전막 오페라 <토스카>(지휘 김현수/연출 정선영)와 9월 22-23일 금정문화회관 금빛누리홀에서 금정문화회관이 제작하는 도니제티의 콘서트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지휘 권민석/연출 이회수)로 '2023 부산오페라시즌' 공연에 참여, 시민들과 만날 예정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연예술비평활성화 사업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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