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후에 다시 만나요" - 국립극단 서계동 시대 일단 마감
"3년 후에 다시 만나요" - 국립극단 서계동 시대 일단 마감
  • 이미우 기자
  • 승인 2023.08.06 08: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계동 열린문화공간 전경 (사진제공=국립극단)

[더프리뷰=서울] 이미우 기자 = 국립극단이 13년간의 서계동 열린문화공간 운영을 마무리하고 8월 7일(월) 당분간 사용처인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로 이전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앞서 국립극단 공연장(백성희장민호극장, 소극장 판) 및 연습시설로 사용해온 서계동 열린문화공간에 연극 중심의 복합문화시설을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계획에 따르면 연면적 41,507㎡, 지하4층 지상15층 규모로 2026년 12월에 완공된다. 국립극단은 완공 이후 현 서계동 터의 새로운 건물로 돌아올 예정이다.

공사가 진행되는 3년간은 기존에 사용해온 명동예술극장과 새롭게 임차한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소극장 등 2개 극장 체제로 운영한다. 서계동에 있던 사무공간도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내로 옮긴다.

서계동 열린문화공간은 국립극장 전속단체이던 국립극단이 재단법인화를 준비하면서 새롭게 터를 잡아 현재의 형태를 갖췄다. 1981년 12월 국군보안사령부(후일 국군기무사령부로 개명)가 자리를 잡고 차고지와 차량정비소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기무사가 떠나고 난 뒤 한동안 비어 있었다가 2010년 5월 문화체육관광부가 국방부에 이를 문화공간으로 조성하자고 제안, 6월부터 리모델링을 시작했다. 2010년 7월 14일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방부와 정식으로 서계동 옛 기무사 터를 복합문화관광시설로 사용하기로 합의했고, 같은 해 12월 27일에 리모델링을 마치고 ‘서계동 열린문화공간’ 개관식을 열었다.

입구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기무사 내무반 건물은 사무동으로, 양쪽으로 보이는 차고와 정비고 건물은 국립극단 원로 단원인 백성희, 장민호의 이름을 딴 ‘백성희장민호극장’, ‘소극장 판’과 두 개의 스튜디오로, 막사는 무대세트 및 소품창고로 변신했다. 문화적 감수성을 더하기 위해 건물 전면에 강렬한 빨간색을 입혔고, 이 빨간 지붕은 국립극단의 별명이자 트레이드마크가 되었다.

2011년 <3월의 눈> 공연 (사진제공=국립극단)

2010년 개관식 이후 2011년 첫 공연 <3월의 눈>(배삼식 작, 손진책 연출)부터 2023년 마지막 공연인 청소년극 <영지>(허선혜 작, 김미란 연출)와 <보존과학자>(윤미희 작, 이인수 연출)가 폐막하기까지 약 13년간 국립극단은 이곳에서 228편의 공연을 2,498회 올렸고, 251,333명의 관객이 ‘빨간 지붕 국립극단’을 찾았다.

2011년 3월 백성희장민호극장 개관기념으로 올린 <3월의 눈>은 국립극단 원로 단원 백성희, 장민호가 자신들의 이름을 딴 극장에서 3월의 눈처럼 사라짐 속에 담긴 인생의 여운을 연기해 큰 갈채를 받았다. 9일간 2,411명의 관객이 다녀갔고, 호응에 힘입어 이후 박근형, 손숙, 신구, 오현경, 정영숙 등 이제는 국민배우가 된 국립극단 단원 출신 원로 연기자들과 함께 여러 차례 재공연했다. 특히 2013년에 재공연한 <3월의 눈>은 20회 전석매진을 기록, 서계동 열린문화공간 역사상 최다 관객수를 기록했다.

2011년 11월엔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의 첫 번째 청소년극 <소년이 그랬다>가 높은 객석 점유율을 기록했고, 2012년 10월 '차세대 연극인 스튜디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작된 <손님>은 배우들의 몸과 물질을 무대 위에 형상화시키며 새로운 형태의 극을 선보였다. 2013년 9월 초연한 <알리바이 연대기>는 그 해 동아연극상 작품상·희곡상·연기상 등 많은 상을 받으며 '올해의 연극 베스트3'에 선정되는 등 화제가 되었다.

2017년엔 이민사회의 아픔과 고향의 음식에 대한 기억을 담은 희곡을 섬세한 연출과 연기력으로 풀어내 관객과 평단 모두의 호응을 얻은 <가지>와 연출가 전인철이 세계적인 마니아를 보유하고 있는 일본 SF 소설의 대가 호시 신이치의 주요 단편들을 기발한 상상력과 훌륭한 연출로 표현한 <나는 살인자입니다>를 선보였다. 2022년엔 과정 중심 작품개발 사업 [창작공감: 작가]를 통해 만든 창작극 <서울 도심의 개천에서도 작은발톱수달이 이따금 목격되곤 합니다>가 무대에 올랐다.

서계동 열린문화공간 전경 (사진제공=국립극단)

한편 서계동 열린문화공간은 실험적인 창작극의 산실로 많은 창작진과 배우들에게 사랑을 받은 곳이기도 하다. 국립극단은 ‘연극작품의 창작과 인재양성을 통하여 연극예술의 발전을 선도하고 민족문화 창달에 기여한다.’는 설립 목적에 걸맞은 다양한 기획으로 한국 연극계의 지평을 넓혀 왔다. 블랙박스 극장인 백성희장민호극장과 소극장 판, 너른 마당과 두 개의 연습실은 이러한 기획들을 수행하기에 좋은 공간이 되었다.

국립극단은 서계동 열린문화공간에서 함께한 관객과의 추억을 기념하고자 지난 6월 7일 '다시 만나요, 서계동' 행사를 열었다. 장기간 국립극단을 꾸준히 이용해 준 유료회원과 후원자, 국립극단을 거쳐간 서포터즈와 공연장 안내원 등을 초청, 백성희장민호극장의 마지막 작품 <보존과학자>를 다 함께 관람했다.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특별 회차로, 공연 전후 서계동 열린문화공간에 대한 추억을 나눌 수 있는 작은 코너를 마련해 그동안 ‘빨간 지붕’을 사랑해 온 이들에게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김광보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국립극단 서계동 열린문화공간은 연극인들의 열정과 관객들의 희로애락이 13년간 차곡차곡 쌓인 상징적인 공간이다. 떠나는 마음이 아쉽지만, 3년 후 새로운 터전으로 돌아오면 최신 시스템의 극장에서 연극을 제작하고 관객들에게도 보다 쾌적한 관람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또한 갖고 있다. 새 건물이 지어지는 동안 기존에 운영해온 명동예술극장과 임시 터전인 대학로 홍익대아트센터 두 곳에서 계속 양질의 작품으로 관객과 교감하도록 노력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