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으로 만나는 에곤 쉴레
클래식 음악으로 만나는 에곤 쉴레
  • 이미우 기자
  • 승인 2023.10.16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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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곤쉴레, 클래식을 만나다_포스터 (사진제공=스톰프뮤직)
'에곤 쉴레, 클래식을 만나다' 포스터 (사진제공=스톰프뮤직)

[더프리뷰=서울] 이미우 기자 = 베토벤, 슈베르트 등 수많은 클래식 음악 거장들이 활동했던 오스트리아 빈. 그리고 그곳에서 태어나 미술계의 패러다임을 바꾼 반항아 에곤 쉴레. 그들이 만난다면 어떤 모습일까. '에곤 쉴레, 클래식을 만나다'가 11월 4일 오후 2시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관객들과 만난다.

20세기 전통적인 빈의 예술에 반대하며 죽음에 대한 공포와 욕망, 불안에 싸인 인간의 모습 등 인간 내면의 모습을 독창적인 스타일로 표현하며 새로운 예술을 시도했던 에곤 쉴레. 이 공연은 세기말 빈에서 파격적인 작품으로 미술계를 놀라게 한 에곤 쉴레의 삶의 발자취를 음악과 함께 따라가보는 자리이다.

빈의 대표적인 예술가 베토벤과 슈베르트의 작품부터 동시대 작곡가 말러, 그리고 그의 작품을 모티프로 에곤 쉴레의 삶과 예술을 재현한 현대 작곡가 레이첼스의 음악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무대를 꾸밀 예정이다. 특히 에곤 쉴레의 삶과 작품을 음악으로 그려낸 레이첼스의 앨범 <Music for Egon Schiele>에서 그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세 곡을 선별, 공연의 완성도를 높인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대상이 아닌 인간 내면의 깊숙하고 은밀한 감정들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그려낸 에곤 쉴레를 음악과 해설을 통해 만나는 무대이다.

이 공연은 에곤 쉴레가 그만의 스타일을 찾아 화가로서 재능을 꽃피우기 시작할 무렵부터 짧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그의 마지막 순간까지를 음악과 함께 지켜본다.

1부는 에곤 쉴레만의 스타일을 키워 나간 초기의 그림들과 함께한다. 그는 20세기 전통적인 빈의 예술에 반대하고 새로운 예술을 주도했던 ‘빈 분리파’ 구스타프 클림트의 영향을 받았다. 클림트는 베토벤을 그가 추구한 예술적 이상향이라 생각하며 <베토벤 프리즈>라는 역작을 남겼다. 클림트에게서 지대한 영향을 받고 난 후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을 띠기 시작한 에곤 쉴레의 초기작을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 2악장을 들으며 들여다본다. 또한, 빈에서 에곤 쉴레와 함께 활동한 작곡가이자 에곤 쉴레의 그림과 닮아 있는 표현주의 음악가 구스타프 말러의 <피아노 콰르텟 가단조>를 통해 당대의 불안하고 혼란스러웠던 빈의 상황을 들려준다.

여기에 에곤 쉴레에 대한 헌정 앨범을 낸 현대 작곡가 레이첼스의 음악을 더했다. 쉴레에게서 영감을 받아 작곡한 앨범 <Music for Egon Schiele> 수록곡 중 3곡을 골라 에곤 쉴레의 삶을 유기적으로 이해해 본다. 에곤 쉴레는 100여 점에 달하는 자화상으로 자신의 욕망 그리고 불안한 인간 내면의 모습을 표현했다. 거친 터치와 독특한 화풍으로 강한 개성을 드러내는 쉴레의 <자화상>을 레이첼스의 <First Self-Portrait Series>와 함께 감상해 본다. 이 외에도 에곤 쉴레의 연인이자 영감의 원천이었던 두 명의 뮤즈, 발리와 에디트와의 만남을 음악으로 재현한 <Egon, Edith & Wally Meet>를 들어보며 에곤 쉴레가 표현하고자 했던 사랑의 감정을 음악으로 확인한다.

2부에서는 ‘죽음’과 관련된 에곤 쉴레 후기의 작품을 살펴본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죽음, 사랑하는 연인의 죽음, 그리고 28세의 이른 나이에 요절한 자신까지, 죽음은 그의 삶에 깊이 잠재되어 있었다. 대표작 <죽음과 소녀>는 연인 발리가 죽은 후 그린 그림으로, 스스로를 ‘죽음’으로, 발리를 ‘소녀’로 표현하며 발리의 죽음에 대한 좌절감과 죄책감을 표현하고 있다. 이와 동명의 슈베르트 음악 <현악 4중주 ‘죽음과 소녀’> 1악장을 통해 두 예술가가 표현하는 죽음에 대해 더욱 깊이 탐구하는 시간을 가진다.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극복하고 에곤 쉴레가 그려낸 마지막 작품은 <가족>이다. 아내 에디트와 곧 태어날 아이의 모습을 함께 그리며 그는 꿈꿔왔던 가족상을 표현했다. 하지만 같은 해, 아내와 뱃속의 아이가 스페인 독감으로 사망하고 뒤이어 사흘 후 에곤 쉴레도 같은 병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그의 꿈은 실현되지 못했다. 가족과의 미래를 꿈꾸며 잠시나마 행복했던 에곤 쉴레의 마지막 순간을 레이첼스의 <Family Portrait>와 라벨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으로 감상해 본다.

아트큐레이터/첼리스트 윤지원의 미술/음악 해설

에곤 쉴레의 삶과 예술에 닿아 있는 다채로운 음악을 들려줄 이번 무대에서는 윤지원의 해설이 큰 역할을 한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전문사를 마치고 도불, 베르사유 국립음악원 첼로부문 최고연주자과정을 수석 졸업한 뒤 첼리스트 겸 아트큐레이터로 활동 중인 윤지원이 에곤 쉴레의 그림은 물론 그와 닿아 있는 음악의 접점들을 제시하며 관객의 이해를 돕는다.

또한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다섯 연주자(피아니스트 정환호, 바이올리니스트 박진수 이유진, 비올리스트 홍윤호, 첼리스트 박건우)가 에곤 쉴레의 삶과 예술을 음악으로 들려준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 2악장을 바이올린 듀엣으로 선보이고, 라벨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을 피아노 콰르텟 버전으로 들려준다. 불안한 인간 내면의 모습을 표현한 에곤 쉴레의 예술관을 다섯 연주자의 심도 있는 연주로 함께 표현할 예정이다.

당대 미술계의 반항아 에곤 쉴레. 짧지만 불꽃같은 삶을 살았던 그의 파격적인 작품들을 깊이 있는 음악과 해설로 만나보는 시간이 될 것 같다.

P R O G R A M

베토벤 -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 2악장

Beethoven - Piano Sonata No.8 ‘Pathetique’ 2ndmov.

드뷔시 - 아라베스크 1번

Debussy - Arabesque No. 1 in E Major

레이첼스 - 첫번째 자화상 시리즈

Rachel’s - First Self-Portrait Series

레이첼스 - 에곤, 에디트&발리 만남

Rachel’s - Egon, Edith & Wally Meet

말러 - 피아노 콰르텟 가단조

Mahler - Piano Quartet in A minor

라벨 -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

Ravel - Pavane pour une infante défunte

레이첼스 - 가족 초상화

Rachel’s - Family Portrait

슈베르트 - 현악 4중주 '죽음과 소녀' 1악장

Schubert - String Quartet No.14 in D Minor, D.810 'Death and the Maiden', 1st m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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