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참여 낭독극 '역사가 된 여자들'
시민참여 낭독극 '역사가 된 여자들'
  • 조일하 기자
  • 승인 2023.09.01 1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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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열했던, 그리고 다양했던 근대 여성 주체의 시대 대응과 항일

 

시민참여 낭독극에 초대합니다.
시민참여 낭독극 '역사가 된 여자들'

[더프리뷰=서울] 조일하 기자 = 시민참여 낭독극 <역사가 된 여자들-여성 독립운동가의 이야기>가 2023 양성평등주간을 맞아 9월 6일(오후 3시, 6시)과 7일(오후 3시)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다목적홀에서 공연된다. 여성문화예술기획(이사장 이혜경)이 2023 양성평등 및 여성사회참여 확대 공모사업으로 진행하는 '낭독극 만들기와 공연-싸우는 여자들, 역사가 되다' 사업의 결과물이다.

독립운동가의 후손부터 20대 취준생까지, 시민참여로 만든 낭독극

낭독극 <역사가 된 여자들-여성 독립운동가의 이야기>는 여성문화예술기획이 지난 5월 초 모집한 시민 참여자 20여 명과 함께 만든 연극이다. 일제강점기 암울한 시대상황에 굴하지 않고 근대적 여성 주체로 각성, 역사가 된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삶과 이야기를 조명한다.

이번 공연은 지난 5월 말부터 매주 목요일 13회의 강의와 워크숍, 작가 방문 프로그램 등과 10회의 공연 연습을 거쳐 완성한 시민참여 낭독극이다. 한국 근대사의 맥락에서 바라본 여성 독립운동가의 삶과 역사에 관한 강의와 글쓰기 워크숍, 말하기와 연기하기 워크숍 등을 거쳐 시민 참여자가 직접 쓰고 직접 연기한다. 낭독극에 출연하는 10여 명의 참여자는 20대 취업준비생 고유정과 30대 직장인 원지연부터 여성 독립운동가 정정화의 후손인 김선현, 여성단체에서 활동하는 이소영과 박정순, 국가인권위원장을 지낸 최영애, 배우 김화영과 이한희, 은화신, 역사 알기와 노래하기를 좋아하는 50대 주부 정경훈, 국가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이수자 김연정 등이다. 이 밖에도 이번 프로젝트에서 대본을 위한 글쓰기와 대본 읽기 및 토론으로 낭독극의 내용을 결정하는 데 다양한 이력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여성 독립운동가, 소수의 영웅서사 아닌 근대기 여성의 삶 자체

여성 독립운동사를 연구한 이지원 대림대 교수와 정영훈 전 국립여성사전시관 관장의 일제강점기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삶에 대한 강의가 5월 25일과 6월 1일 두 차례 있었다. 강의는 관훈클럽 정신영기금회관 2층에서 진행되었다. 이지원 대림대 교수는 '여성 독립운동가를 특별했던 소수 여성의 영웅서사에 가두지 않기'를 제안하고, '당대 여성들이 맞닥뜨린 봉건적 질서와 일제의 식민지배라는 이중고에 대응할 수밖에 없었던 근대기 여성의 실천적 삶'으로 해석하기를 주문했다. 일제강점기 각계각층의 여성들은 저마다 처한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조금 나은 삶을 위해, 지배 질서와 충돌하며 살 수밖에 없었고, 그 삶은 자연히 독립운동으로 연결되었다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강의에서 여성 독립운동가의 이름과 활동이 소개되자 기록되지 않았기에 기억될 수 없었던 많은 여성 독립운동가의 존재 자체에 놀라움을 표했다. 이어 이들의 존재를 일백 년이 넘는 기간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들을 수 없었다는 사실에 다시 놀라워했다. 이것이 2023년 여성 독립운동가의 이름을 다시 불러야 하는 첫 번째 이유이다.

시민 참여자들은 낭독극 글쓰기 워크숍에서 정영훈 전 국립여성사전시관장의 강의와 참여자 토론을 거쳐 여성 독립운동가의 이야기를 담은 대본을 공동집필했다.
시민 참여자들은 낭독극 글쓰기 워크숍에서 정영훈 전 국립여성사전시관장의 강의와 참여자 토론을 거쳐 여성 독립운동가의 이야기를 담은 대본을 공동집필했다. (사진제공=여성문화예술기획)

시민이 쓰고 낭독하는 여성 독립운동가 10인의 이야기

강의에 이어 진행된 글쓰기 워크숍은 낭독극의 대본을 시민 참여자가 직접 작성하는 과정이었다. 정영훈 전 국립여성사전시관 관장의 지도로 진행되었다. 정 관장은 여성 독립운동가의 활동과 일화를 소개했다. 간도를 넘어 만주와 대륙을 관통하고, 일본을 넘어 태평양을 넘나들었던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광활한 활동무대, 이들의 출신 계급과 교육, 항일운동의 참여 방식과 종교, 직업, 정치적 신념의 다양함을 소개했다. 참여자들은 자신이 매력을 느낀 인물의 일화를 중심으로 낭독극 대본 쓰기를 시도했다. 작성한 초고를 함께 읽고 토론하며 여러 차례 수정작업을 했다. 이렇게 여성 독립운동가 10명의 이야기가 준비되었다.

참가자들은 강의와 글쓰기 과정을 통해 많은 여성 독립운동가를 만났고, ‘내가 그였다면…’의 상상을 추가해 낭독극을 위한 대본을 구성했다. 의병대의 주역이고자 했던 윤희순과 남자현, 최전선에서 백마 타고 싸우던 김명시 장군, 명문가 며느리로 소명 삼았던 유교적 봉제사 접빈객으로 서간도 항일운동의 밑거름이 되었던 허은, 나라 잃은 정부의 안살림을 맡아 임시정부의 맥을 이어가고 기록했던 정정화, 삼일운동으로 투옥된 8번 방에서도 기생의 노래를 배우고 노가바(?)했던 명연설가 권애라, 전투기 폭격으로 일제를 타격하겠다며 항공기 조종사가 되고야 말았던 권기옥, 사상기생이라 불리며 여성의 자립과 성 해방을 주창했던 정칠성, 지식인으로 여성의 해방된 삶을 글로 쓰고 스스로 실천하며 산화했던 나혜석, 받지 못한 임금을 요구하며 을밀대 지붕에 올라 고공농성을 했던 노동자 강주룡, 단재 신채호의 아내로 일제의 탄압을 버티며 독립운동의 산파 되기를 자처했던 박자혜 등의 이야기가 낭독극으로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알아보기 힘든 흑백사진처럼 흐릿하던 일제강점기 여성 독립운동가의 삶과 이야기가 낭독극으로 살아난다. 여기에 여성 독립운동가의 이름을 2023년 다시 불러야 하는 두 번째 이유가 있다.

낯선 것에 포용적이던 여성 독립운동가에게 배우다

여성 독립운동가의 삶과 양태는 몇 개의 범주나 유형으로 나눌 수 없다. 일제강점기 각계각층의 여성들이 독립운동가로서 다양한 수준의 대응으로 시대적 소명에 동참했다는 사실은 놀랍다. 또 이들이 활동한 공간의 광활함과 개방성도 놀랍다. 너르게 열린 공간에서 낯선 많은 것에 오늘의 우리보다 개방적이고 포용적으로 대응했다. 극심해진 성별 혐오로 운신의 폭과 동력을 잃은 듯한 오늘의 여성주의 운동의 대안을 일제강점기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포용성에서 기대하는 이유다. 잃어버린 나라를 찾고자 나선 1세기 전 이 땅의 여자들은 동북아 한쪽 끝 반도에 갇히거나 막혀버린 존재가 아니었다. 동서로 남북으로 세상을 열고 나섰으며, 먼 그곳에서 이 땅의 운명과 긴밀히 소통하고 연대했었다. 이것이 오늘 여성 독립운동가를 다시 부르는 이유이다.

낭독극의 연출을 맡은 이혜경 여성문화예술기획 이사장은“한국 여성주의 미술을 대표하는 윤석남 작가의 전시 <싸우는 여자들, 역사가 되다>에서 여성주의 문화예술운동을 재개해야겠다는 전언과 함께 힘을 보았다”고 밝힌다. 그런 점에서 시민참여 낭독극은 윤석남 작가의 <싸우는 여자들, 역사가 되다>를 위한 오마주라고 말한다.

관람 신청 링크 https://forms.gle/ASXY956qw3SaW6Aq9

낭독극 관람 신청 Q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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