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숨은 보석 찾기는 계속되어야 한다
[공연리뷰] 숨은 보석 찾기는 계속되어야 한다
  • 한혜원 음악칼럼니스트
  • 승인 2023.09.10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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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너 김재석 & 베이스 권영명
오페라프렌즈(사진제공=영음예술기획)
베이스바리톤 권영명 (사진제공=영음예술기획)

[더프리뷰=서울] 한혜원 음악칼럼니스트 = 대한민국은 성악 강국이다. 수많은 국제 콩쿠르를 휩쓰는 것은 물론이고 유럽과 미국의 주요 극장에서도 한국인 성악가들의 활약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유럽의 크고 작은 오페라극장 소속 가수로 활동 중인 한국인 성악가들이 모두 고국 무대에 알려져 있지는 않다.

지난 8월 5일, 푸르지오 아트홀에서는 20여 년을 유럽에서 노래하고 있는 두 성악가를 소개하는 듀오 리사이틀이 열렸다. 푸르지오 아트홀이 기획한 '코리아 월드 클래식 시리즈' 무대로, 테너 김재석과 베이스바리톤 권영명의 ‘오페라 프렌즈(Opera Friends)’다.

테너 김재석은 현재 오스트리아 빈 폭스오퍼, 베이스바리톤 권영명은 독일 슈베린 국립극장에 몸담고 있다. 김재석은 빈 폭스오퍼에서 <마술피리>의 타미노, <라 트라비아타>의 알프레도 등으로 무대에 서고 있으며, 취리히 오페라극장과 올덴부르크 오페라극장에서도 주역을 맡고 있다. 권영명은 슈베린 국립극장에서 이번 시즌 <라 보엠>의 콜리네, <마술피리>의 자라스트로, <마탄의 사수>의 은자 등을 맡는다.

테너 김재석이 레하르의 오페레타 <주디타>의 아리아 ‘친구여, 인생은 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을 부르기 시작하자마자 깜짝 놀랐다. 청아하면서도 풍부한 표현력을 지닌 데다 성량도 엄청났기 때문이다. 김재석은 이날 <안드레아 셰니에>의 ‘5월의 어느 아름다운 날처럼’, <라 트라비아타>의 ‘그녀에게서 멀리 떨어지면 나에게는 즐거움이 없네’ 등을 부르며 테너로서의 기량을 한껏 펼쳤다. 음색이 화려하고 고급스러워서 어떤 무대에 서도 돋보일 것 같다.

테너 김재석 (사진제공=영음예술기획)

권영명은 베이스와 바리톤의 노래를 두루 선보였다. 유럽에서는 베이스 가수로 활동하고 있으나, 김재석과 듀오를 하기 위해 바리톤 노래들도 준비했다는 농담도 던졌다. <라 트라비아타> 제르몽의 아리아 ‘프로방스의 바다와 대지’, <오텔로> 이아고의 ‘그래, 위대한 하늘에 맹세하나니’, <맥베드> 방코의 ‘하늘에서 어둠이 내려오고’, <체네렌톨라> 알리도로의 아리아 ‘저 하늘 너머 깊고 신비로운 곳’을 불렀는데, 두 음역대의 노래들을 모두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방코의 아리아가 품위와 엄숙함이 느껴졌다면, 이아고는 내면에 숨어있던 악마를 깨우는 듯했다.

오페라 프렌즈 (사진제공=영음예술기획)

두 사람은 정지용-채동선의 가곡 <향수>를 앙코르로 불렀다. 유럽 무대의 가수들이 한국 땅에서 부르는 <향수>가 애틋하게 들렸다.

공연을 보면서 이처럼 보석 같은 성악가들이 해외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회가 없어서 아직 국내 무대를 밟지 못한 성악가들이 얼마나 많을까. 국내에도 좋은 공연들이 많아졌으나 여전히 몇몇 유명 성악가들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이다.

푸르지오 아트홀의 '코리아 월드 클래식' 같은 기획 공연들이 고마운 이유다. 많이 알려지지 않았으나 뛰어난 예술가들을 만날 수 있는 통로로 꾸준히 역할해주기를 바란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연예술비평활성화 사업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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