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뮤지컬 '멤피스'
[공연리뷰] 뮤지컬 '멤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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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9.19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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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프리뷰=서울] 유희성 공연칼럼니스트 = 뮤지컬 <멤피스>는 2009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되었다. 작품은 1950년대 흑인음악을 널리 알린 전설적인 DJ 듀이 필립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2011년 토니어워즈 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어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해 음악상, 각본상, 오케스트레이션 등 4개 부문을 수상했으며, 드라마데스크 어워즈에서는 7개 부문 후보에 올라 최우수작품상과 여우주연상, 음악상, 오케스트레이션상을 받았다.

또한 2011년 브로드웨이 공연 실황을 영화관에서 상영, 다시 한번 큰 인기를 끌면서 2013년 전미 투어에 나섰으며 2014년에 웨스트엔드에 진출했다. 2023년 7월 드디어 한국 초연, 현재 성황리에 순항 중이다.

뮤지컬 멤피스 공연사진 (사진제공=쇼노트)
뮤지컬 '멤피스' 공연 (사진제공=쇼노트)

1950년대 미국사회의 흑백차별과 더불어 가혹한 사회적 편견이 뮤지컬 <멤피스>의 주된 배경이다.

듀이는 당시 백인과 흑인의 인종차별이 극심한 상태였던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즉 백인이 진행하고 백인이 주로 듣던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에서 흑인음악이 전파를 탈 수 있게 한 입지전적 인물이었다. 당시로서는 글자 그대로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파격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작품의 배경은 흑백간 인종차별과 갈등이 만연하던 1950년대 미국 남부 테네시주 멤피스. ‘흑인음악’으로만 여겨지던 로큰롤에 심취해가던 백인 청년 휴이는 어느 날 흑인구역인 빌스트리트에 있는 언더그라운드 클럽을 방문하고, 그곳에서 운명처럼 펠리샤의 노래를 듣게 되면서 어떻게든 그녀의 노래를 널리 알리겠다고 결심한다.

급기야 백인 전용 라디오 방송국인 WHDZ에 잠입해 가까스로 로큰롤을 전파하기에 이르렀고, 정식 DJ가 된 휴이와 더 큰 무대에서 노래하고 싶은 펠리샤와의 사랑과 음악 활동이 스릴 있고 감칠맛나게 이어진다.

온갖 편견과 위험을 무릅써가며 끝내 자신의 신념을 실현하고 그릇된 가치와 폭력에 항거하며 세상의 편견을 바로잡으려는 주인공들의 소박한 듯 무모하지만 진정성 있는 행동과 삶의 방식을 통해 끝내 인정받게 되는 건강한 청춘의 실행을 보며, 우리는 일련의 동시대적 사회현상과 가치, 사람과의 관계, 그리고 무엇보다도 음악과 예술을 통한 삶의 미학과 누림을 되새길 수 있게 된다.

공연은 다분히 미국적인 분위기에 인종차별 같은 사회적 현상을 실제로 겪어보지 않은 한국 관객들로서는 다소 겉돌 수도 있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여지없이 희석시키면서 자연스럽게 작품 속으로 몰입할 수 있게 한다. 사실을 그대로 재연하지 않고 뮤지컬적 무대언어로 거듭날 수 있는 제반 장치를 통해 상태를 변화시키면서도, 동시대와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여러 방안들을 심도있게 연구한 제작진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뮤지컬 '멤피스' 공연 (사진제공=쇼노트)

굳이 흑인과 백인의 분장이나 사실적이고 외형적인 비주얼에 연연하지 않고, 잘 번안한 명료한 대사와 세련된 가사만으로도 인종차별로 인한 불안한 사회정세와 극단적인 제반 사회현상을 이해할 수 있게 하며, 거기에 적절한 유머와 위트까지 가미했다.

흑인들만의 소울풀한 매력적 가창과 춤태, 극히 세련된 형태의 춤선을 기호화한 에너지 넘치는 동작들은 작품을 제대로 즐길 수 있게 해준 일등공신이었다.

양주인 음악감독의 지휘와 간결하면서도 깊이 있고 에너지 넘치는 음악적 밸런스를 이끌어낸 강국현 음향디자이너, 그 음악의 옷을 입고 날개를 단 듯 자유롭고 열정적인 안무를 구축한 이현정 안무자의 협업은 가히 환상적이었다.

뮤지컬 '멤피스' 공연 장면 (사진제공=쇼노트)

조수현 무대/영상 디자이너의 원 세트 개념이면서도 꼭 필요한 중.소도구를 활용한 가변적이고 기능적인 무대는 작품의 중심 축을 제대로 잡아 주었고, 음악과 더불어 자연스럽고 찰지게 호흡하는 마선영 표 조명의 마무리 또한 일품이었다. 시대적 이미지를 중심으로 지금 봐도 세련된 의상의 디자인과 색감 또한 전체적인 무대 미장센을 이끌어내는 데 혁혁한 공헌을 했다. 세세한 무대운영과 빈틈없고 과학적인 무대진행으로 작품의 완성도에 방점을 찍은 이유원 기술감독과 김상덕 무대감독, 더불어 네 명의 프로듀서와 김태형 연출, 이봉규 제작감독, 전동선 프러덕션 매니저에게 박수를 보낸다.

배우들이야말로 작품의 마무리를 확실하게 책임진 화룡점정이었다.

공연 시작 전에는 다분히 미국적인 정서와 소울풀한 가창에 조금은 염려되는 부분이 있었으나, 그것은 완전히 기우에 불과했다.

특히 펠리샤 역 정선아의 열정적이고 소울풀한 가창력은 물론이고 극성과 극태를 제대로 실린 언행을 보고 듣는 순간, 소름이 돋을 정도로 놀라움과 반가움에 저절로 작품으로 이입될 수 밖에 없었다. 우리 시대가 정선아 배우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기막힌 행운이 아닐 수 없다.

휴이 역 고은성의 재발견 또한 놀랍고 반가웠다.

순음을 통한 발성과 통성과 두성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가창을 통한 자유로운 의지 표현과 안정적인 가창에 조금은 날티 난 듯하면서도 사랑에 진심이지만 개구진 멋스러움까지 실어낸 다양한 표정까지, 더불어 펠리샤와의 완벽한 음악적 브랜딩 또한 환상적이었다.

뮤지컬 '멤피스' 공연 (사진제공=쇼노트)

또한 누구라도 글래디스의 최정원 배우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동안 수많은 작품의 중심으로서 뮤지컬의 지존으로 통한 그녀가 이 작품에서는, 어떻게 보면 단역이라 할 수도 있었지만, 한 넘버 만으로도 무대를 완전 장악하고 인생과 연륜을 담아 감동으로 이끌어 낸 관록과 빛나는 아우라는 가히 천상천하유아독존처럼 남다르고 특별했으며 그로 인해 작품은 그 결을 공고히 했다.

뮤지컬 '멤피스' 공연 (사진제공=쇼노트)

지난 7월 20일 개막한 뮤지컬 <멤피스>는 10월 22일까지 계속된다.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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