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공연학자 조복행이 진단하는 '뮤지컬 중독'의 문화현상
[신간] 공연학자 조복행이 진단하는 '뮤지컬 중독'의 문화현상
  • 이종찬 기자
  • 승인 2023.09.22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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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회전문 관객’들의 소비행동과 심리
'뮤지컬 중독' 표지 (사진제공=휴먼컬처아리랑)

[더프리뷰=서울] 이종찬 기자 = 뮤지컬 관객들의 소비행동과 심리를 다룬 책 <뮤지컬 중독>이 출간됐다. ‘뮤지컬 마니아들의 소비행동과 소비심리’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대부분의 문화산업에서 반복소비가 발생하지 않는 데 반해 소위 ‘회전문 관객’이라 부르는 반복소비자를 생산하는 뮤지컬이라는 장르의 성격과 관객들의 소비심리를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다.

영국 런던에서는 아가사 크리스티 원작의 <쥐덫>이 71년째 공연되고 있고, 브로드웨이에는 같은 작품을 1천 번 이상 보았다는 관객이 있으며, 일본 다카라즈카 가극단의 팬들은 10여 년 이상을 선호하는 스타와 함께하면서 같은 공연을 보고 또 본다. 우리나라에도 일주일 내내 같은 뮤지컬을 보는 관객, 천장에 뮤지컬이 떠다닌다는 관객 등 '중독 관객'들이 있다.

대부분의 문화산업에서는 반복소비가 발생하지 않는다. 한 번 본 작품보다는 새로운 작품을 원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연, 특히 뮤지컬에는 같은 공연을 보고 또 보는 중독적인 마니아 소비자들이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

전통적으로 공연의 작품성은 내용과 깊은 의미에 있다고 여겨져 왔다. 그러나 좋은 공연은 작품과 배우, 배우와 관객, 기술적 장치와 관객, 나아가 공연과 사회가 형성하는 사회적 관계의 깊이 사이에 존재한다. 이런 관계성이 높은 공연에서는 작품이 관객 속으로 들어올 뿐만 아니라 관객이 배우 속으로 빠져들어가기도 한다.

마르치아 엘리아데는 반복만이 사건에 실재성을 부여한다고 한다. 즉 반복은 대상의 고유성을 깨닫는 행위이며 공연은 운명처럼 소멸을 반복하지만 소멸은 곧 새로운 생성을 위한 조건이다. 그래서 공연은 소멸과 생성의 순환적 작용이다. 반복소비자들은 소멸 뒤에 나타나는 생성과 생성이 만드는 차이를 소비한다. 그들은 반복적으로 관람하는 동안 과거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을 찾아내고 궁극적으로 작품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반복소비자들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2천년대 중반 경이다. 그로부터 약 20년. 반복소비는 점점 진화하고 있다. 관객도 많아지고 있고, 이들의 관람 태도는 공연문화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들은 뮤지컬의 생산과 소비에도 영향을 미친다. 반복소비자들은 중요한 패트런으로서 공연 흥행의 성패를 좌우하는 막강한 문화권력이 되었다.

현대사회의 문화소비는 점점 감각적이고 스펙터클한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현대의 미학자들은 이를 '감성학'으로 부르고 있다. 뮤지컬은 이러한 시대적 감수성을 잘 보여주는 문화형식이다. 뮤지컬 반복소비 현상은 젊은 여성들이 중심이 된 하위문화이자, 많은 나라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글로벌한 문화현상이다.

신간 <뮤지컬 중독>은 전반부에 공연예술 일반의 직접성과 뮤지컬의 특성에 대해 다루고, 후반부에서는 회전문 관객들의 성격, 소비행동, 경험 등 반복소비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저자 조복행은 지난해 출간한 <공연 관객론>을 통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공연 관객에 대해 다루었으며 이번 저서를 통해서는 뮤지컬 관객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다루었다.

367쪽, (주)휴먼컬처아리랑, 정가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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