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프리뷰=서울] 이종찬 기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연예술 중장기지원사업’에 선정된 극단 코끼리만보가 2023년 프로젝트로 연극 <괴물B>를 오는 10월 7일(토)-15일(일)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 무대에 올린다.
산재로 훼손된 몸의 각 부분이 모여 탄생한 괴물 ‘B’
연극 <괴물 B>는 노동현장에서 훼손된 몸의 조각들로 이루어진 새로운 종(種), 괴물 ‘B’의 이야기다. ‘B’의 몸은 산업현장에서 다쳐 잘려 나간 누군가의 팔과 다리, 신체 각 파편들이 모여 만들어진 프랑켄슈타인 같은 괴물이다. 신체의 각 부분들이 당했던 고통을 현재도 고스란히 느끼며 살아간다. 각 신체부위의 주인들이 죽기 전까지는 괴물 B도 죽을 수 없다.
B가 찾는 세 인물, 그들을 찾는 이유는 ‘죽기 위해서’
B는 배달 일을 하는 연아에게 자신 몸의 주인인 세 사람을 찾아달라고 부탁한다. 연아는 그들을 찾는 과정에서 B가 어떤 인물인지, 어떤 고통 속에서 살아왔는지, 세상에 얼마나 많은 B가 존재하는지, 어릴 적 사라진 자신의 아빠 또한 의 삶과 어쩌면 연관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B가 애타게 그들을 찾는 이유가 ‘죽기 위해서’였음을 알게 된다.
움직임에 능한 다양한 장르의 배우들 출연
한현주 작가의 <괴물B>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산실 대본공모에서 당선(2019년), 지난 2021년 알과핵 소극장에서 손원정 연출로 무대화돼 호평 받았다. 이번 공연의 특징은 움직임에 강점을 보이는 배우들이 대거 합류(괴물 B 역 이상홍, B-1 역 마임이스트 이두성, B-2 역 무용가 류정문 등)하면서 몸의 움직임과 이미지에 집중, 산재로 훼손된 몸을 무대 위에서 형상화하는 데 애를 썼다.
산업재해 노동자의 고통과 침묵, 그들의 목소리를 불러내는 작업
한현주 작가로 하여금 이 작품을 쓰게 한 구의역, 태안발전소 청년 노동자의 사고 이후 2023년 현재도 곳곳에서 산업재해로 스러져 가는 노동자들의 소식이 들려온다. B를 이루는 노동하는 육신과 그것이 담고 있는 이야기는 우리와 너무나도 가까이에 있다. 절뚝거리는 걸음으로 다가와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로 B는 묻는다. “내 고통은 무엇으로부터 비롯된 겁니까?” “무엇 때문에 나 같은 괴물이 탄생해야 합니까?” “당신은 무엇을 했습니까?” “무엇을, 어떻게 할 것입니까?”<괴물B>의 무대화는 산재의 역사와 기억을 몸으로 수용하고, 사고하고, 질문하면서 산업재해 노동자의 고통과 침묵 당해온 그들의 목소리를 불러내는 작업이다.
이번 공연은 서강대 커뮤니케이션센터 공동주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후원으로 제작되었으며, 10월 11-15일 공연에서는 개방형 자막이 함께 제공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