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이고르 레비트 리사이틀
피아니스트 이고르 레비트 리사이틀
  • 이종찬 기자
  • 승인 2023.10.18 18: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시민이자 유러피안, 그리고 피아니스트
이고르 레비트 피아노 리사이틀 예술의전당 공연 포스터(제공=빈체로)
이고르 레비트 피아노 리사이틀 예술의전당 공연 포스터 (제공=빈체로)

[더프리뷰=서울] 이종찬 기자 = 피아니스트 이고르 레비트의 리사이틀이 오는 11월 21일과 22일, 각각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과 강동아트센터에서 열린다.

피아니스트 이고르 레비트는 스스로를 시민, 유러피안, 그리고 피아니스트라는 세 가지 중심자아로 규정한다. 소신에 따라 자신의 의견을 거침없이 표명하고 음악을 통해 질서에 저항하며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21세기 시민이자 음악가인 것이다.

러시아에서 태어난 이고르 레비트는 여덟 살 때 독일로 이주, 하노버에서 피아노를 공부했으며 학교 역사상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2005년 텔아비브에서 열린 국제 아서 루빈스타인 콩쿠르에서 최연소 참가자로 2위를 차지했고, 실내악 부문 특별상, 청중상, 현대작품 최고연주상을 수상했다. 2019년 봄, 모교인 하노버 음대의 피아노 교수로 임명됐다.

이고르 레비트는 그의 활동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9년 제5회 국제 베토벤상을 수상했으며, 2020년 1월 국제 아우슈비츠 위원회의 ‘Statue B’를 수상했다. 2020년 봄, 팬데믹 기간 송출된 그의 53회의 트위터 스트리밍 라이브 하우스 콘서트는 전 세계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고립과 절망의 시기에 있는 사회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2020년 10월에는 독일연방 공로훈장을 받았다.

음악으로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는 그는 빈틈없고 비판적인 성격의 소유자이다. 뉴욕 타임스는 이고르 레비트를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예술가' 중 한 명으로 꼽았고 더 뉴요커는 ‘아주 특별한’ 피아니스트라고 평가했다.

아무도 무대에서 음악을 만들어내지 못했던 팬데믹 시기, 레비트는 네 줄의 악보를 840회 반복하는 에릭 사티의 <벡사시옹(Vexation)>을 약 15시간 동안 연주했다. 절망과 좌절의 한가운데에서도 멈추지 않겠다는 진심이 전 세계인을 압도했고, 무엇도 해낼 수 없는 사회의 일원이자 개인으로서 본인의 한계까지 내달리고 외치는 모습을 완전하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는 이 작품을 ‘소리없는 비명(Silent Scream)’이라 칭하며, 그저 어떠한 의도적인 목적도 없이 묵묵히 참선하듯 앞으로 나아갔다.

피아니스트 이고르 레비트 (c)Peter Meisel (제공=빈체로)
피아니스트 이고르 레비트 (c)Peter Meisel (제공=빈체로)

2019년 발매된 이고르 레비트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음반은 2020년 가을 도이치 그라모폰 올해의 예술가상과 오푸스 클래식상을 받았다. 2022년 6월에는 그의 앨범 <On DSCH>가 기악 레코딩 부문에서 BBC 뮤직 매거진상과 올해의 음반상을 수상했다. 2021년 봄, 독일의 한저(Carl Hanser) 출판사는 플로리안 진네커와 이고르 레비트가 공동 집필한 이고르 레비트의 첫 번째 저서 <하우스 콘서트>를 출판했고, 2022년 가을에는 다큐멘터리 <이고르 레비트 – 두려움 없이>가 독일 극장에서 상영되면서 DVD로도 발매되었다.

수수하고 평범한 검정색 일상복을 입고 무대에 오르는 레비트에게는 그만의 특별함이 있다. 모든 예술가처럼 그에게도 극찬과 혹평이 공존하지만 결국 세상을 읽는 레비트만의 색다른 시야가 모두를 매료시킨다. 올해의 내한 리사이틀은 작년의 베토벤 소나타 프로그램과는 또 다른 매력을 펼쳐보일 수 있는, 자유로운 개인으로서의 이고르 레비트를 조금 더 내보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21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리사이틀에서는 브람스-부소니의 <여섯 개의 합창 전주곡>, 재즈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로 오래 활동한 프레드 허쉬의 <무언가 2권(Songs without Words 2)>, 바그너-코치시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전주곡, 그리고 리스트의 <피아노 소나타>를 들려준다. 낭만음악부터 재즈음악까지 넘나드는 자유로움은 프로그램에서 가장 눈에 띄는 지점인데, 이는 레비트가 얽매임 없이 스스로의 중심으로 달려갈 수 있는 원동력일지도 모른다.

22일 강동아트센터 리사이틀에서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30, 31, 32번>으로 관객들과 만난다. 공연 문의는 빈체로(02-599-5743).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