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국제무대 데뷔 25주년 기념 콘서트 갖는 사무엘 윤
[인터뷰] 국제무대 데뷔 25주년 기념 콘서트 갖는 사무엘 윤
  • 한혜원 음악칼럼니스트
  • 승인 2023.10.17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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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13일 포니정홀 기자간담회
사무엘 윤 기자간담회
사무엘 윤 기자간담회 (사진제공=아트앤아티스트)

[더프리뷰=서울] 한혜원 음악칼럼니스트 = “쓰임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난해 베이스 바리톤 사무엘 윤이 23년의 독일 쾰른 오페라극장 종신가수 생활을 마치고 서울대를 선택했다. 연 10개월 이상 세계 무대에서 공연을 하고, 독일어권 최고 영예로 꼽히는 ‘궁정가수’ 칭호까지 받은 그가 고국에서의 후학 양성의 길을 선택하기까지는 흔들림 없는 이유가 있었다.

“무대 위의 주인공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살았어요. 그런데 제 나이 50이 넘으니, 언제까지 내가 돋보이는 삶이 의미가 있을까 고민하게 되더군요. 궁정가수라는 명예나, 제게 주어지는 환호와 갈채도 감사하고 과분하다고 여겨졌어요. 제가 필요한 곳에서 쓰임받고 싶다고 생각해왔고, 서울대가 그 빚을 갚을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할 것입니다.”

사무엘 윤 기자간담회
사무엘 윤 기자간담회 (사진제공=아트앤아티스트)

오는 10월 2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베이스 바리톤 사무엘 윤이 국제무대 데뷔 25주년을 기념한 콘서트를 갖는다. 테마는 'From Darkness To Light.'

“대학 시절이나 독일 유학 시절에 실력을 인정받지 못했고 마치 미운 오리새끼 같던 시간을 견뎠습니다. 그 고난의 시간을 생각하며 제목을 붙였습니다.”

콘서트 1부는 슈베르트와 브람스의 가곡들로 꾸며진다. 사무엘 윤은 “박수도 치지 못할 정도로 집중하시게 될 겁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마포아트센터에서 바리톤 김기훈과 가졌던 듀오 리사이틀에서 사무엘 윤은 음악과 무대 전반을 아우르는 연출력을 보여준 바 있다. 이번 무대 역시, 가곡을 부르면서도 그 노랫말에 몰입해 연기하는 사무엘 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가곡이 정적(靜的)이라고 생각하시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 시(詩)가 오페라보다도 더 드라마틱하기도 해요.”

사무엘 윤 기자간담회
사무엘 윤 기자간담회 (사진제공=아트앤아티스트)

2부에서 사무엘 윤은 바그너, 베버, 구노, 도니제티의 오페라 아리아들을 부른다. 피가로, 약장수 둘카마라, 신들의 왕 보탄, 메피스토펠레 등 다양하고 인상적인 캐릭터들을 연기할 예정이다.

사무엘 윤은 요즘의 환경이 청년들이 음악에 집중하기가 더 어렵다고 했다. 과거에는 스스로를 객관화해서 볼 수 있는 장치가 없었기에 ‘나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분명히 온다’는 믿음 아래 음악을 연마했는데, 지금은 유튜브 같이 공개적으로 내 실력을 비교하고 판단할 수 있는 장치들이 많아졌다. 젊은 성악도들은 조급해하고 크로스오버나 뮤지컬 등 다른 진로를 모색하곤 한다. 이러한 추세에 대해 사무엘 윤은 ‘자기 자신을 멀리서 바라보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내가 왜 음악을 하게 됐는지 목적을 찾고 확인을 해야 합니다. 선생으로서 학생들과 상담을 하고, 기다릴 것을 권하지요. 그러나 확인 끝에 학생이 뮤지컬이나 ‘팬텀싱어’가 중요하다고 결심을 한다면 보내줘야죠.”

사무엘 윤 기자간담회 (사진제공=아트앤아티스트)

사무엘 윤은 베이스 바리톤이다. 베이스와 바리톤의 역할을 두루 소화해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 트라비아타>의 제르몽이나 <리골레토>의 리골레토는 아직 시도하지 않고 있다. “아직 연륜이 더 필요한 것 같아요. 그 감성이 완전히 와닿지가 않아요.”

사무엘 윤은 쾰른에서의 마지막 오페라 <루살카>에서 루살카의 아버지이자 물의 정령들의 왕 보드니크 역을 맡았는데, 노래를 부르면서 딸 생각이 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관중도 23년 동안 저를 봐왔으니 저의 감정을 알아차리더군요. 무대와 객석의 교감을 느꼈던 시간이었습니다.”

사무엘 윤은 클래식 음악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 많은 계획을 구상 중이다. 해외에서는 많이 공연되나 한국 관객에게는 생소한 작품들을 소개하고 싶고, 이번 콘서트를 시작으로 오페라처럼 연출하는 가곡 무대를 장기 프로젝트화할 생각도 있다.

“소수만 공유하고 있는 어려운 클래식 음악 환경을 바꾸어나가는 데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소통과 교감을 위한 여러 시도가 필요하겠지요. 청중과 공유하지 않는 음악은 희망이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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