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독립투사들의 현신 '초망자 박강이 굿'
여성 독립투사들의 현신 '초망자 박강이 굿'
  • 강민수 기자
  • 승인 2023.10.18 22: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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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신, 초망자 박강이 굿' 포스터 (사진제공=지기금지)

[더프리뷰=서울] 강민수 기자 = 10월 20일 오후 7시 한국문화의집(KOUS)에서 공연되는 <현신, 초망자 박강이 굿>은 부산 기장 오구굿에서 망자가 무당을 통해 현신하여 살아생전에 못다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초망자굿’을 본뜬 작품이다. 여성 독립투사 다섯 분의 몸과 혼을 모셔들이는 현대판 총체연행이다.

등장인물들에 관한 소재의 출처는 원로화가 윤석남의 초상화 작품과 김이경 글, 윤석남 그림의 <싸우는 여자, 역사가 되다>(한겨레출판사, 2022)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항일 여성운동가들의 한살매를 시와 노래와 춤과 그림으로 환생시킨다. 무대는 예인 무당을 통해 인간, 신, 자연, 역사가 혼융된 엑스터시의 열광 속에서 관중의 역사적, 예술적 접신 체험장이 된다. 이 시대의 예술가란 당대의 문제를 끌어안고 민중 삶의 아픔과 고통을 풀어주고 치유해주는 '컨템포러리 무당예술가'로서 삶의 미적 힘을 불러 일으키는 예술 사제임을 확인시키는 마당이다.

 

강주룡 초상_한지위에채색_210x94cm_2020년윤석남
강주룡 초상_한지 위에 채색_210x94cm_2020년 윤석남
박차정 초상_한지위에채색_210x94cm_2020년윤석남
박차정 초상_한지 위에 채색_210x94cm_2020년 윤석남

극적 인물과 예인무당, 소리춤꾼

작품 제목 ‘현신, 초망자 박강이굿’은 부산지역 출신의 대표적인 여성독립군 박차정, 을밀대 지붕 위에 올라 고공투쟁을 한 여성노동자 강주룡, 그리고 부녀자의 몸으로 투쟁을 결행한 이화림 등 독립투사 3인의 성을 작품명으로 삼았다. 죽은 이들이 살아 현신하는 초망자굿이란 뜻이다. 이들은 무당의 몸을 통해 연행 현장에서 살아있는 몸으로 우리에게 나타나 노래와 춤과 사설로 자신의 삶과 고난을 들려주고 보여준다.

여기에 제주도 잠녀 김옥련과 시베리아 지역의 인민대표 김알렉산드라 등의 인물을 더하여 굿의 거리를 구성했다.

신적 존재자로 전이된 소리춤꾼, 연행자는 자신의 발언과 춤 행위를 배역으로 맡은 인물의 목소리와 몸짓으로 전달하되 1인칭 화자의 시각과 3인칭 전지적 시각을 2중 교호적으로 얽혀들게 한다. 제 얘기하듯 남 얘기하듯 전지적이어서 카오스모스이고 혼돈적 질서이다.

아울러 신들림의 현장을 실제상황화하는 시공간적 장치(무가, 신들림음악, 무구, 의물, 무화, 의상, 탈, 조명)를 적극 활용, 구사한다.

박차정
박차정
김옥련
김옥련
강주룡
강주룡

앞전거리(청신맞이), 본전거리(오신), 뒷전거리

앞전거리(청신맞이): 바리데기 서천행과 마고 신

부산 기장 오구굿 중 ‘초망자굿’의 음악과 최태현의 <서천행> 음악을 바탕 삼아 춤꾼들의 몸으로 항일 여성 투사들의 혼과 넋을 받아 현신한다. 죽은 자를 살리는고 죽음의 역사를 되살리는 생명수를 찾아나선 자들의 서역 서천행의 험로, 길닦음이다. 그 마지막이자 최초의 길목에 생명의 어머니, 마고 신이 자리하고 있다.

본전거리(오신) : 현신, 초망자굿 세거리

1. 강주룡, 을밀대 지붕 위

평양 평원 고무공장 노동자로 임금 삭감에 반대해 파업을 주도, 을밀대 지붕 위에서 고공 농성을 벌인다. “2,300명 우리 동무들의 살이 깎이지 않기 위해 내 한 몸뚱아리가 죽는 것은 아깝지 않습니다. 대중을 위해 싸우다 죽는 것이 위대한 일이니, 죽음을 각오하고 올라왔습니다.”

2. 김옥련, 한겨울 바당 물질을 하여서

”잠녀는 내 숨 길이만큼 물질을 해서 저승의 돈으로 이승의 자식을 먹여 살린다. 지금 이 고문의 고통도 물질할 때 숨 길이만큼만 참으면 되리라“

그 추운 한겨울 세화장터에서 700여명 잠녀들이 물질할 때 차림 그대로 물소중이, 물적삼만 입고 호미에 빗창들고 “너희들이 총칼로 대항하면 우리는 죽음으로 대항한다. 일본은 물러가라” 하고 외쳤다.

3. 이화림, 맹렬한 독립투사의 길

악사 : 여보시오 어린 것을 두고 어디로 간단 말이요.

이화림 : 나는 이미 이 길에 들어섰소!

악사 : 후회하지 않겠소?

이화림 : 후회할 이유도 없고 죽어도 후회하지 않겠소

4. 박차정, 여자 의열단의 총성

갓 스물에 중국으로 망명하여 근 15년을 최전선에서 싸운 나였다. 서른 넷, 짧다면 짧은 인생이나 여한은 없었다. 물러서지 않았고, 뜨겁게 연대했고, 두려움없이 싸웠다. ‘피가 말라붙은 적삼’, 내가 택한 내 삶이었다.

뒷전거리 : 세 소녀와 복동 할매

동래여중 3학년 생, 일본 조선여중 3학년 생, 일본여중 3학년 생, 세 소녀가 <현신, 초망자 박강이굿> 공연 관람을 마친 후, 김복동 할매를 찾아뵙고서는 종군위안부 할미들과 함께 '김복동 노래패'를 결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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