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웨스트덴하그에서 '헥스드, 벡스드 & 섹스드: 8인의 한국 여성 아티스트전'
네덜란드 웨스트덴하그에서 '헥스드, 벡스드 & 섹스드: 8인의 한국 여성 아티스트전'
  • 강민수 기자
  • 승인 2023.11.16 0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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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헥스드, 벡스드 & 섹스드: 8인의 한국 여성 아티스트전' 포스터 (사진제공=대안공간루프)

[더프리뷰=서울] 강민수 기자 = 대안공간 루프가 네덜란드의 웨스트 덴 하그와 협력, 지난 11월 3일부터 내년 1월 14일까지 <헥스드, 벡스드 & 섹스드: 8인의 한국 여성 아티스트 Hexed, Vexed and Sexed: 8 Women Artists from Korea>를 진행 중이다. 웨스트 덴 하그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2022년 <심플 액트 오브 리스닝 Simple Acts of Listening>에 이어 웨스트 덴 하그와 대안공간 루프가 협업하는 두 번째 전시다.

전시 제목 '헥스드, 벡스드, 섹스드 Hexed, Vexed & Sexed'는 오늘날 전 세계 여성예술가들의 '벡스한' 자유를 가리킨다. 또한 사회환경을 안팎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여성적 지성과 정치운동으로서 '헥스'를 재조명한다.

'헥스 hex'는 억압할 수 없는 여성의 힘을 상징한다. 종종 비합리적이고 유치하거나 동물적이라고 비난받지만 가부장적 통제를 약화시키는 중요한 사회적 효과를 만들어낸다. 헥스는 책임감과 지혜, 인간 문제와 생물권의 물질성에 대한 근거를 의미한다.

'벡스 vex'는 여성들이 계급과 인종의 차이를 넘어 연대하여 상대적 자율성의 영역을 개척하고 육성하며 구축해야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긴장을 의미한다. 시스템은 여성에게서 한 방울의 가치라도 더 수탈하기 위해 구축되어 있다. 벡스는 해러웨이가 '트러블'이라고 부르는 영역으로, 분류를 거부하고 남성적 시선을 좌절시키는 영역이다.

'섹스 sex'는 사회적 의무를 준수해야 하는 인간의 완전한 해방과 관련이 있다. 가족 관계와 사회 전반에서 여성의 역할이 벨 훅스가 백인 우월주의-자본주의-가부장제라고 부르는 것에 의해 여전히 제약되고 과도하게 결정되는 상황에서, 진정한 성적 해방은 존재하지 않는다. 일반적인 성 혁명은 아직 우리 앞에 있으며, 성 혁명이 일어난다면 해방된 여성들이 주도하게 될 것이다. 그 동안 가부장제의 유산과 반동적 현실은 여러 가지 모습으로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트라우마적 상처를 남겼으며, 남성과 여성의 관계를 손상시키고 왜곡했다.

한국문화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이번 전시는 한국여성들이 예술활동을 통해 자신과 사회의 기대에 도전하며 자신이 될 수 있는 모든 것을 탐구하고, 한국여성으로서 노력하고 번성하고 살아남은 경험을 전한다. 한국의 여성예술가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가부장제를 넘어서는 목소리를 찾기 위해 노력해 왔다. 관객들은 196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생산된 선구적 예술작업을 통해 여성에 대한 전망과 요구, 가능성이 여러 세대에 걸쳐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확인할 수 있다.

참여 작가 및 작품

고등어(1984-)

1984년 출생으로 서울에 거주한다. 오랫동안 식이장애를 앓아왔던 고등어는 이제 그 시절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고, 많은 부분 극복을 했지만 그 이후 달라진 몸을 겪어오다 보니 치유를 넘어 환생을 넘어 ‘다른 몸'에서 살아가고 싶어졌다. 그렇게 정신은 온전히 그대로 유지한 채로 과연 다른 신체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갖게 되었다.

고등어, Paul, 캔버스에 아크릴, 130.3x193.9cm, 2022
고등어, Paul, 캔버스에 아크릴, 130.3x193.9cm, 2022 (사진제공=대안공간루프)

그녀에게 이러한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는 방법이 바로 그림이다. 살아가기 위해 어느 정도의 불안은 필요하다. 하지만 문제는 불안이 ‘나’라는 범위를 초월하여 자아와 타자 사이를 구분하는 중간영역이 무너질 때 더욱 커진다는 것이다. 그것은 신체가 무너지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리고 이때 주체가 상실되었음을 느낀다. 그녀는 단순히 불안이라는 감정을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불안을 느끼는 신체에 대해 이야기함으로써 몸 존재론에 기초한 주체화의 가능성을 탐구해 보려 한다. 고등어는 주체 바깥의 신체, 타자의 신체와의 결합으로 만들어진 ‘두 번째 신체’에 주목하여 스스로의 신체에 대해 환기해보며 신체 바깥에서의 주체화에 대해 다양한 미디어를 가지고 작업을 해나가고 있다. 그녀는 ‘신체성’을 ‘관계하는 신체’와 ‘노동하는 신체’로 나누고, 한 개인이 이러한 신체성을 물질적으로 분열되고 억압적인 상황과 사회구조 속에서 어떻게 획득해 나가는지 그 과정에 대해 탐구하고자 한다.

권하윤(1981-)

권하윤은 미디어의 최전방에서 기술의 가능성을 연구하며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3D, 가상현실(VR) 등에 기반한 다양한 영상작업을 선보인다. 작가가 탐구하는 주제는 시간과 기억, 그리고 그를 매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작가는 역사적인 사건이나 집단기억에 대한 의구심을 기반으로 이를 경험한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목소리와 개인기억에 기반해 작업을 구성한다.

권하윤, 구보, 경성 방랑, VR 설치, 멀티 플레이어, 3D 애니메이션, 흑백, 사운드, 15min, 2020
권하윤, 구보, 경성 방랑, VR 설치, 멀티 플레이어, 3D 애니메이션, 흑백, 사운드, 15min, 2020(사진제공=대안공간루프)

그 결과 작가의 작품 속 사건들은 우리가 집단적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온 사실들과 실제 경험한 이들의 진실 사이에 놓이게 있는데, 이를 체험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과거 기억과 새로운 증언 사이의 충돌과 융합을 거쳐 다시 나의 이야기이자 기억이 새롭게 구축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작가가 다루는 작업 속 사건과 이를 구성하는 공간, 시간, 내러티브는 지극히 객관적인 토대에서 출발하나, 작가가 준비해 둔 경로를 경험하는 과정에서 사건의 진실을 확인하려는 관람자는 점점 사적으로 분화되며 혼란에 빠지게 되는데, 이러한 혼란은 권하윤 작품만이 갖는 독특한 묘미다.

민예은(1986-)

민예은은 프랑스 클레르몽 메트로폴 미술대학교에서 학사와 석사과정을 마쳤다. <예측할 수 없는 투명함>(대안공간 루프, 서울, 2019), <Sens Dessus Dessous>(주프랑스 한국문화원, 파리, 2015) 등 4회의 개인전과 <타임리얼리티: 단절, 흔적, 망각>(코리아나미술관, 서울, 2019), <De la nature des liens, Cabane Georgina, 마르세이, 2017), <있다, 잇다, 있다>(천안예술의전당, 2017) 등 단체전에 참가했으며 트라이앵글 예술협회 레지던시(뉴욕, 2019),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2018), 시테 국제레지던시(파리, 2015) 등의 입주작가로 활동했다.

연결되지 않은 채 연결되는 것들, 2023, 거리에서 수집한 것들, 페인트, 가변크기
민예은, 연결되지 않은 채 연결되는 것들, 2023, 거리에서 수집한 것들, 페인트, 가변크기 (사진제공=대안공간루프)

민예은의 작업은 이질적 문화에서 오는 모순, 불편, 무질서, 분산, 부조화, 간섭 등의 개념에서 출발한다. 작품의 개체는 서로 관계를 맺고 영향을 주면서 수많은 중심을 이루고 동등한 사이를 형성한다. 작가는 다양한 매체를 결합하고 혼용하는 ‘혼성화’를 통해 사회적 차원의 의사소통과 교류, 적절한 문화적 공유구역을 탐구하고 있다.

이은새(1987-)

이은새는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평면조형 전문사과정을 수료했다. <길티-이미지-콜로니>(갤러리2, 서울), <틈; 간섭; 목격자들>(서교예술실험센터, 서울), <틈; 간섭; 목격자>(갤러리 조선, 서울) 등 3회의 개인전을 개최했고 <정글의 소금>(베트남여성박물관, 하노이) <의문형의 희망>(탈영역 우정국, 서울), <Read My Lips>(합정지구, 서울), <북극의 개념: 정신분열증적 지리학>(아마도 예술공간, 서울) 등 주요 단체전에 참여했다.

이은새, Acid Pink & Limp Black, 캔버스에 아크릴, 72.2x91.0cm, 2021
이은새, Acid Pink & Limp Black, 캔버스에 아크릴, 72.2x91.0cm, 2021 (사진제공=대안공간루프)

이은새는 대중문화, 소셜미디어, 개인의 경험에서 출발하여 직간접적으로 목격한 한국사회에 대한 저항을 담은 회화를 그린다. 단순한 형태, 얇고 빠른 붓질, 독창적인 색 조합으로 작가만의 미감을 창작한다.

장지아(1973-)

장지아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에서 조형예술학 학사, 같은 대학원에서 전문사과정을 마쳤다. <노려본들 어쩔 것이냐>(두산갤러리, 서울, 2020), <Omerta: 침묵의 계율>(대안공간 루프, 서울, 2007), <중력의 중심은 어디인가?>(아트선재센터-서울아트시네마, 서울, 2004) 등 9회의 개인전과 <한국 비디오아트 7090-시간 이미지 장치>(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19), <Feasts on paper>(펑시엔박물관, 상하이, 2019), <무브 온 아시아: 동양적 은유>(대안공간 루프, 서울, 2012) 등 단체전에 참여했다.

장지아, 아름다운 도구들 Ⅲ-12 개의 콜라주, 시아노타입 콜라주, 각 193x120cm, 2023
장지아, 아름다운 도구들 Ⅲ-12 개의 콜라주, 시아노타입 콜라주, 각 193x120cm, 2023 (사진제공=대안공간루프)

2014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12년 두산문화재단의 ‘두산연강상’을 수상했으며 2014년 두산 뉴욕 레지던시와 2006년 국립현대미술관 창동 레지던시에 참여했다.

정혜정(1986-)

홍익대학교 회화과,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전문사를 졸업하고 2023년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대학원 영상예술학과에 재학중이다. 3D 컴퓨터 그래픽 기술을 토대로 가상현실에서 주로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트러블 트래블>(페리지 갤러리, 2022), <반디산책>(국립아시아문화전당, 2022), <너의 바깥은 나의 중심이다>(인터랙티브 웹플랫폼, 2021> 등 전시에 참여했다.

정혜정, 멍게-되기, VR, 반복재생, 2022
정혜정, 멍게-되기, VR, 반복재생, 2022 (사진제공=대안공간루프)

국립현대미술관 고양창작스튜디오, 인천아트플랫폼, 금천예술공장의 레지던시 작가로 활동했으며, 2022 대안공간 루프 작가공모 프로그램에 선정되었다. 작가는 3D그래픽, VR, 시뮬레이션, 모션 캡처, 물리엔진 등 가상공간 안에서의 요소들을 적극 활용하여 혼종적 신체, 시각경험 너머의 세계를 그리며 얽힘의 서사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차학경(1951-1982)

차학경은 1951년 한국에서 태어났다. 그녀의 가족은 한국전쟁의 혼란을 피해 미국에 정착했으며, 베이 지역의 가톨릭 학교에 다니며 프랑스어에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며 성장했다. 학업을 위해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UC 버클리)에 진학하여 영화, 미술, 문학을 전공하며 여러 학위를 취득했다. 버클리의 퍼시픽 필름 아카이브에서 일하면서 다양한 영화와 저명한 영화제작자들을 접할 수 있었다.

차학경, Aveugle Voix, 퍼포먼스 이미지, 1975
차학경, Aveugle Voix, 퍼포먼스 이미지, 1975(사진제공=대안공간루프)

차학경은 유럽에서도 공부했으며 이는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는 계기가 되었다. 1979년과 1981년에는 영화 프로젝트를 위해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1980년 뉴욕으로 이주한 차학경은 편집자이자 강사로 활동하며 중요한 문학적, 예술적 작품을 남겼다.

홍이현숙(1958-)

홍이현숙은 지난 30년 동안 에코 페미니스트 예술가로 활발히 활동해 왔다. 최근 위안부를 주제로 한 영상작업을 하면서 액체근대국가, 제국주의 식민시대, 전지구적 군대 성폭력 등의 문제들을 새롭게 공부하고 있다.

홍이현숙, 버드나무가 돌아왔다, 2채널 비디오, 사운드, 10분 38초, 2023
홍이현숙, 버드나무가 돌아왔다, 2채널 비디오, 사운드, 10분 38초, 2023 (사진제공=대안공간루프)

작가는 매일매일의 일상적 수행과 단련으로 냄새와 소리와 진동을 타고 넘으며 어떤 순간의 감각을 통과한 비약적인 체험을 통해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넘어선 공감각의 장소를 발명한다. 또한 비인간들, 고래와 고양이와 나무와 돌의 동반관계를 또 다른 시각으로 그려냄으로써 가부장적 구조와 제도 속에 존재하는 자연과 여성에 대한 억압을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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