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POWER OF ORCHESTRA - KBS 교향악단 부천 연주회
[공연리뷰] POWER OF ORCHESTRA - KBS 교향악단 부천 연주회
  • 김준형 음악칼럼니스트
  • 승인 2023.11.24 1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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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망스, 가을을 물들이다 - 제795회 정기 연주회
-2023년 10월 27일 부천아트센터 콘서트홀

[더프리뷰=부천] 김준형 음악칼럼니스트 = KBS 교향악단의 포스트뿐 아니라 도이치 방송교향악단과 재팬 필하모닉의 수석 지휘자를 맡고 있는 인키넨은 지난 10월 도이치 방송교향악단과 함께 부천에서 바그너와 브람스의 작품으로 옛 거장의 풍모가 진하게 느껴지는 대가풍의 연주를 들려주었다. KBS 교향악단과의 정기연주회에서는 새로운 시도를 끊임없이 추구해오고 있는데, 이번에는 월튼의 교향곡과 바버의 협주곡으로 오케스트라의 파워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월튼의 교향곡은 화려하고 웅장한 관현악적 쾌감을 안겨 주는 작품이다. 월튼의 개인 연애사가 담긴 내밀한 정서를 담고 있으나 영화음악으로 유명한 작곡자의 호쾌한 어법이 엿보인다.월튼의 작품을 담은 음반은 오디오 파일로도 갈채를 받은 것이 다수 있다. 그만큼 음향적 효과가 출중하다는 방증이다. 감상 포인트가 아닐 수 없다.

인키넨과 KBS 교향악단 (사진제공 = KBS교향악단)
인키넨과 KBS 교향악단 (사진제공=KBS교향악단)

격정으로 가득한 제1악장에서 인키넨은 지혜롭고 사려깊은 접근으로 구조적으로 명쾌하면서도 음향적 효과가 십분 발휘된, 다시 말해 악곡의 본질에 닿은 해석을 들려주었다. 점층적으로 쌓아올린 음향의 거대한 성채를 구축했고, 사이사이 아름다운 멜로디가 정서의 환기에 효과적이었다. 향긋한 꽃향기와 같은 독주 악기의 활약이 돋보였다. 마무리 장면에선 음향적 여운이 감돌았다. 부천홀 잔향의 아름다움이 감탄스러웠다.‘악의적으로’라는 흔치 않은 지시어가 붙어 있는 제2악장에서 각 성부가 경쟁하듯 날이 선 연주를 하는 장면이 정연하게 정돈되었다. 역시 인키넨은 깔끔한 마무리가 좋다. 찬란한 마지막 악장을 경쾌하면서 정갈하게 연출했다. 훌륭한 갈무리다.

 

샤함과 인키넨 (사진제공 = KBS교향악단)
샤함과 인키넨 (사진제공=KBS교향악단)

이날 연주회의 전반부에서는 세계적인 거장 바이올리니스트 길 샤함과 함께 바버의 협주곡을 연주했다. 진한 낭만적 선율이 끝없이 계속될 것만 같았다. 샤함은 낙천적인 선율을 그 누구보다 우아하게 들려주었고, 솔리스트를 배려하듯 속삭이듯 오케스트라를 이끈 인키넨과의 하모니가 좋았다. 낙원을 꿈꾸듯 걸어가는 몽환적 경험을 선사한 제2악장의 악상에 따라 음색의 변화를 거두며 다채로운 표현을 들려준 샤함의 노련하고 깊이 있는 연주가 감탄스러웠다. 어떤 구조와 형식의 아름다움보다 인간의 미적 감수성의 가능성을 모두 보여준 마지막 악장에서 오케스트라의 파워를 유감없이 보여준 KBS 교향악단과 속주에서 화려한 기술적 완성도를 과시하면서도 시정과 미스테리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 샤함의 기량으로 우리는 다양한 음악의 스펙트럼이란 무엇인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데…. 샤함의 진가는 앙코르 무대에서 다시 한 번 발휘되었다. 갈채 속에 일장연설. 코로나 시절 작품에 얽힌 스토리를 자세하게 설명했다. 팬데믹 때 작곡가 스콧 휠러와 얽힌 일화를 소개하며 연주한 <Isolation Rag>. 미국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작품이었다. 이어서 리나 이즈마일 <When the Violin>. 마치 전자 기타로 연주하는 락의 분위기가 감도는 곡으로 인도의 수도 음악이 연상되며 흥미진진했다. 낭만성 짙은 강력한 연주였다. 샤함은 얼마전 장한나의 빈 심포니와 이곳에서 베토벤 협주곡으로 초월적 연주를 들려준 바 있다. 작품에 따라 천변만화하며 청중에게 다양한 예술적 경험을 선사하는 음악의 산타 클로스가 아닐 수 없다.

길 샤함 (사진제공 = KBS교향악단)
샤함과 인키넨 (사진제공=KBS교향악단)

인키넨은 올해도 어김없이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무대에 섰다. 그가 예술감독에 취임하고나서 KBS 교향악단의 행보는 그 어느 때보다 의욕적이다. 이제 KBS 교향악단과 함께 그의 바그너 음악을 듣는 시간을 기다려 본다. 도이치 방송교향악단과 연주한 <뉘른베르크의 마이스터징거> 전주곡의 흥분이 아직도 생생하다. 보기드문 스케일과 웅혼함이었다.

공연 포스터 (사진제공 = KBS교향악단)
공연 포스터 (사진제공=KBS교향악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연예술비평활성화 사업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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