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리뷰] 한국 예술가들을 알리기 위한 100편의 공연 - 제1회 BPAM
[축제리뷰] 한국 예술가들을 알리기 위한 100편의 공연 - 제1회 BP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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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12.14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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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프리뷰=서울] 편집자 = 다음은 이탈리아의 공연예술학자/저널리스트 프랑코 웅가로(Franco Ungaro)가 이탈리아 일간지 <Il Manifesto> 11월 11일자에 기고한 제1회 부산국제공연예술마켓(BPAM) 참관기이다.

BPAM, 나흘 동안 한국의 예술가들을 알리다

아직 어느 도시가 2030년 엑스포를 유치할지 정해지지도 않았고, 그 자리를 놓고 로마, 리야드와 경쟁하는 부산이지만 이미 부산은 마치 승리를 예견한 듯 도시 곳곳이 엑스포 선전물로 가득하다. 골목마다 안전모를 쓴 도시 노동자들이 분주히 일하는 모습과(안전모를 쓰지 않은 노동자의 모습도 보이지만) 설치물들이 즐비한 모습을 보면 이미 승리자의 기분에 빠져있는 듯하다. 부산은 모든 것을 미리미리 준비하기 시작했다. 마치 주민등록증에 기입할 신생아의 출생일을 미리 찍어놓듯 벌써 작년 6월부터 준비를 시작했다.

부산시민회관 밤풍경(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부산시민회관 밤풍경 (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여기에 더해, 예견된 축제를 미리 즐기기라도 하듯 부산국제공연예술마켓(BPAM)은 부산국제춤마켓(BIDAM)과 부산거리예술축제(Bussa) 등을 함께 묶어 10월 13일부터 16일까지 약 100편의 공연을 소개했다. 공연 뿐만 아니라 예술가들을 직접 소개하는 미팅(BPAM Date)을 통해 캐나다 퀘벡의 Cinars(Conference internationale des arts de la scene)가 추천하는 예술가들이 소개되었으며, 예술가들과 프로그래머들이 만나는 B2B 형식의 행사가 밤늦께까지 진행되었다. 나흘간 벌어진 일정에 총동원된 기획자들, 축제 대표들, 전국 각지에서 초청받아 온 공연장 대표들은 쉴새 없이 축제의 일정을 쫓아다녔고 공연의 리듬에 맞추어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공공극장인 부산시민회관 대극장과 소극장, 그리고 가온아트홀 등지를 돌아다니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가까운 극장 주변의 길거리는 서커스 공연자들과 거리예술가들 외에도 길거리 음식을 파는 노점상 이용자들로 가득찼다.

한국의 예술가들

부산시는 한국 예술가들을 해외에 진출시키려는 계획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해외 파트너십을 통한 세계 주요 무대 진출 가능성이 있는 자국 예술가들을 위주로 초청했다. 현대무용 중에서는 2개의 매우 흥미로운 비르투오소 예술단체가 있었는데 첫 번째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과 이스라엘 안무가 샤하르 비냐미니(Shahar Binyamini)의 협업으로 제작된 <볼레로>였다. 모리스 베자르 원작의 관능미를 벗어버린 48명의 한예종 무용수들은 무언가 여러 가지 다른 방식의 표현 방법을 찾아서 여전히 하마스의 테러에 의한 학살의 기억을 지우기 어려워하는 부산의 관객들과 감정을 소통하려 하였다.

비냐미니는 라인이 살아있고 다양한 제스처가 시리즈로 구성된 안무를 통해 한 무용수의 독주보다는 그룹이 두드러지도록 하였고, 무용수들의 엄청난 에너지는 바로 기하학적 문양이 되어 그것이 다시 원형과 라인을 형성하면서 또다른 의미를 찾아냈고, 이 속에서 다시금 형성되는 에너지 속에서 타악기의 리듬 소리와 함께 관객들이 숨조차 쉴 수 없는 작품을 만들어냈다.

바디토크의 코리얼리티(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바디토크의 '코리얼리티' (사진=더프리뷰 박상윤 기자)

<KOREALITY>

생산성 면에서나 예술적인 관점에서나 좋은 결과를 보여준 작품은 <Koreality>였다. 이 작품은 일본의 안무가 와키 요시코(Yoshiko Waki)가 창단한 독일 무용단 바디토크(Bodytalk)와 독일의 연출가 롤프 바움가르텐(Rolf Baumgarten), 그리고 한국인 출연자들의 협업으로 제작되었다. 이 작품의 이름은 한 개이지만 작품은 다의성을 내포하고 있다. <Koreality>는 한 개의 현실(reality)이지만 이것은 또 남북으로 둘로 나뉜 두 개의 현실이며 여기에 마치 환상적인 한국문화를 향한 여행이라도 하듯 더해진 많은 이미지들과 소리, 그리고 노래들과 색깔, 언어, 빛 등이 가중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관객들을 이 여행 속으로 초대하며 한국문화 속에 존재하는 약간 아이로니컬하고 비판적이며 때로는 자아비판적이고 아슬아슬하게 위험한 요소들도 보여주었다. 이 작품은 한국인 연주자 1명과 무용수 8명을 통해 유럽인들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보편적인 한국의 모습들을 보여주었다. 바로 악습과 미덕, 그리고 강박관념과 나약함, 전통과 그것에 대한 배신 등을 거울처럼 비춰주었다. 칼과 폭력, 부채, 가면과 전통의상, K-pop, 락과 랩, 쿠르트 바일(Kurt Weil), 니나 하겐(Nina Hagen),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 피나 바우쉬, 요한 크레스닉, 마약과 최면상태, 아름다움의 문화, 그리고 완벽한 아름다움은 반짝이는 육체 위의 글리터 분장과 함께 계속 전개되었다. 무용수들은 8명이 아니라 무수히 많은 인물들로 보이면서 이들을 억누르고 있는 보편화된 인생의 사슬로부터 탈출하려고 하였다. 매우 부드러우면서도 보수적인 면을 간직한 작품이었다.

서커스

서커스 분야에서도 균형과 완벽함을 동시에 발산하는 단체들이 많았다. 특히 서커스 단체 Force의 <SUzik>은 사회에 존재하는 수직적 위계에 대한 원칙을 보여주면서도 그것에 대립하는 중력의 원칙을 표현하였다. 서커스 D. LAb 또한 <Zerling New Wave>에서 밑으로 떨어져서 망가질 수 있는 상태에서 수직적인 위험을 고수했다. BPAM은 마치 서로 다른 문화 속에서 교류를 나누는 무대예술들이 서로의 대화(공연예술)를 통해 발전하고 혹은 대립하는 것을 바라보고 연구하면서 그것을 통해 우리의 미래를 예견하는 숙제를 가진 특별한 관측소 역할을 할 것을 자청한 축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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