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한병철이 말하는 또다른 아름다움
철학자 한병철이 말하는 또다른 아름다움
  • 더프리뷰
  • 승인 2023.12.08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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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프리뷰=서울] 편집자 = 다음은 이탈리아의 공연학자/저널리스트인 프랑코 웅가로(Franco Ungaro)가 이탈리아 일간지 <Il Manifesto> 11월 11일자에 기고한 글이다. 웅가로는 지난 10월 13-16일 열린 제1회 부산국제공연예술마켓(BPAM)을 참관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었다.

유럽에서는 익히 알려진 한국인 철학자 한병철이 본국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는 것은 역설적인 사실이다. 2023년 이탈리아에서만 <Infocrazia> <Le Non Cose 별것 아닌 것들>(이상 Einaudi 출판사), <Ipercultiralita 다양한 문화성>(Nottetempo 출판사) 등 3권의 책이 나왔는데도, 한국인들에게 한병철에 대해 물어보면 많이 알지 못한다. 과거에 한병철이 서울의 한 공과대학에서 큰 명성도 없이 강사생활을 하다가 만족하지 못하고 독일로 이주했다고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다(실은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22세에 독일로 떠났으며, 그의 저서는 10여 권이 한국에서도 출판되었다=편집자).

그런 그의 책을 읽어 보면 남한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자본주의와 소비주의, 그리고 문화적인 고정관념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서울의 명동 거리를 거닐기만 해도 알 수 있는 고급 상점의 글로벌 상품들과 화장품 가게들, 마천루의 반짝이는 조명과 유리창들, 그리고 길거리 음식을 파는 포장마차 등만 보아도 한병철의 이론과 한국사회의 풍요를 넘어선, 존재의 필요성을 훨씬 초과하는 과다한 생산에 대한 관계를 직감할 수 있다.

2019년에 출판된 <흠잡을 데 없는 것과 모두 동일한 것> <아름다움의 보호>란 책에서 그는 이 세기를 지배하는 'Like' 즉 외모지상주의와 이미지로 지배하기, 그리고 이기주의적 승리에 대한 문제를 언급했다. 반짝임이 무수한 마천루 숲속 유리를 통해서 반짝이는 것 외에도 이것을 숭배하는 돈의 신이 진정한 토템신앙처럼 되어버려 그것으로부터 보호 받고 아이폰이나 대도시의 큰 교통혼잡 속에서 조용히 지나가는 근사한 자동차 외에도 흠잡을 데 없는 한국인들의 모습과 한국여성들의 부드럽고 한결같이 똑같은 화장을 한 사람들의 똑같은 모습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여기에 부합하지 않는 이들은 군중으로부터 퇴장당하며 거울에 비춰진 모습만이 다른 나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 다른 나는 아주 신비한 존재로 오직 즐거움으로 가득하고 고통은 다 사라지고 오직 포르노적인 스릴과 즐거움만이 존재한다. 그동안 알고 있던 아름다움(미)은 고통일 수 있었고 큰 충격이었고 변화를 갈망하는 것이었고 진실을 추구하는 것이었지만 이제는 오직 즐거움과 포르노적인 스릴이 바로 아름다움이라고 그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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