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아트센터 서울, 2024년 기획공연 CoMPAS 24 라인업 공개(2)
LG아트센터 서울, 2024년 기획공연 CoMPAS 24 라인업 공개(2)
  • 조일하 기자
  • 승인 2024.01.1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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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아트센터 서울 CoMPAS 24 포스터 (사진제공=LG아트센터 서울)

[더프리뷰=서울] 조일하 기자 = LG아트센터 서울의 올해 기획공연 CoMPAS 24의 프로그램들을 좀 더 상세하게 살펴본다.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 <마태수난곡>

- 4.7(일) 3pm / LG SIGNATURE 홀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 (사진제공=LG아트센터 서울)

독일 정통 시대악기 앙상블이 들려주는 바로크 음악 최고의 걸작

독일의 대표적 시대악기 앙상블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가 취리히 징아카데미, 콜레기움 보칼레 서울과 함께 바흐의 걸작으로 5년 만에 한국 관객들을 다시 만난다.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는 베를린 필하모니, 런던 위그모어 홀, 뉴욕 링컨센터, 필라르모니 드 파리 등 세계 주요 공연장뿐 아니라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인스브루크 고음악 페스티벌 등 주요 음악축제에 초청받는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로 1987년 창단부터 지금까지 바로크 음악의 전통을 부활시키는 데 크게 기여해왔다고 평가받는다.

<신약성서> 마태복음서를 바탕으로 한 수난곡(Passion)인 이 작품은 바흐가 그의 음악적 역량을 쏟아내 완성한 3시간이 넘는 대작으로 바로크 음악 최고의 작품 중 하나이자 세계 음악사의 기념비적 걸작으로 손꼽힌다. 이 작품은 초연 이후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거의 잊혀졌지만, 바흐 사후 멘델스존에 의해 재발견되면서 세계적인 레퍼토리가 되었으며, 현재는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는 약 40일간의 사순절 기간 전 세계적으로 연주되고 있다.

이번 공연은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와 함께 스위스의 취리히 징아카데미, 한국의 콜레기움 보칼레 서울 단원들이 합창을 맡는다. 특히 세계적인 카운터 테너로 2014년 LG아트센터 내한 이후 국내에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는 필립 자루스키(Philippe Jaroussky)를 포함, 세계를 누비고 있는 6명의 최정상급 솔리스트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 될 것이다.

"소리는 놀라울 정도로 투명하고, 언제나 리드미컬하게 탄력 있다. 또 가사의 아름다움만큼 고도의 부드러운 기교를 보여주며, 선율적으로 우아하다.” - Süddeutsche Zeitung(South German Newspaper)

 

제임스 띠에레 <룸>

- 4.18(목)~21(일) / 목~금 7:30pm, 주말 3pm / LG SIGNATURE 홀

제임스 띠에리 ‘룸’ (사진제공=LG아트센터 서울)
제임스 띠에레 ‘룸’ (사진제공=LG아트센터 서울)

찰리 채플린의 손자이자 서커스계의 슈퍼스타, 제임스 띠에레 첫 내한

방에 갇힌 제임스 띠에레와 예술가 친구들. 오늘 밤 이 방에서 그들의 기발한 상상력이 만들어내는 유쾌한 소동이 펼쳐진다. 무대 위 3개의 벽은 요동치다 못해 공중을 날아다니고,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라이브 음악은 철저히 계산된 불협화음으로 사람들의 혼을 쏙 빼놓는다. 곤경에 처한 건축가이자 공연을 지휘하는 연출가로 직접 무대에 선 제임스 띠에레는 뒤죽박죽 뒤엉킨 환상의 세계에서 무엇을 완성하려는 걸까.

신작이 나왔다 하면 세계 공연예술계의 러브콜을 받는 천재, 그리고 괴짜 예술가 제임스 띠에레. 드디어 그가 최신작 <룸>으로 한국 관객들을 만난다. 전설적인 배우 찰리 채플린의 외손자이기도 한 제임스 띠에레는 1998년 자신이 창단한 극단 안통 컴퍼니(Compagnie du Hanneton, 풍뎅이극단)의 데뷔작으로 몰리에르상 4개 부문을 수상했고, 2009년 본인이 직접 출연한 솔로작 <라울(Raoul)>에서 놀랍도록 유연한 움직임과 압도적인 표정 연기, 뛰어난 연출력을 선보이며 장르를 뛰어넘는 하나의 아이콘으로 불리게 되었다.

<룸>은 제임스 띠에레의 극작과 연출뿐 아니라, 그가 직접 무대에 올라 선보이는 연기와 무용, 연주와 노래 모두를 감상할 수 있는 종합선물 같은 공연이다. 초현실적인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환상적인 미장센, 다이내믹한 움직임에서 쏟아져 나오는 에너지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벽이 흔들리고 회전하며 지붕은 공중에 떠다니는, 매혹적인 띠에레의 방.” – 더 가디언

 

파비오 비온디 & 잔자코모 피나르디 <파가니니 소나타>

파비오 비온디 (사진제공=LG아트센터 서울)

- 5.4(토) 5pm / LG SIGNATURE 홀

바로크 바이올린의 거장, 파비오 비온디의 첫 듀오 리사이틀

로큰롤 같은 파격적인 <사계>로 전 세계에 돌풍을 일으켰던 바로크 바이올린의 거장 파비오 비온디. 그는 1989년 28세라는 젊은 나이에 창단한 에우로파 갈란테(Europa Galante)를 단숨에 세계적인 고음악 앙상블로 키워낸 주인공으로, 20년 전 LG아트센터 무대를 통해 처음 내한한 이후 꾸준히 국내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아왔다

한국에서는 여러 차례 함께 찾아온 세계적인 고음악 앙상블 에우로파 갈란테의 리더로 더 친숙하지만, 사실 그는 카네기 홀, 위그모어 홀 등에서의 리사이틀을 통해 ‘흠잡을 데 없을 만큼 뛰어난 비르투오소'(더 가디언)라는 호평을 받는 솔리스트로도 유명하다.

한국에서의 첫 듀오 리사이틀이기도 한 이번 공연에서 파비오 비온디는 자신이 태어난 이탈리아의 작곡가이자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고 할 정도로 당대 초인적인 기교를 뽐냈던 바이올리니스트 니콜로 파가니니를 택했다. 파가니니는 바이올린뿐 아니라 기타에도 애정을 가지고 수준급의 연주를 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가 19세기 초에 쓴 <바이올린과 기타를 위한 소나타>는 2018년 비온디가 자신의 스타일로 부활시켜 녹음했을 때 “기술적으로 완벽하고 음악적으로 정교하다"(더 스트라드)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2001년부터 에우로파 갈란테에서 함께해 온 기타리스트 잔자코모 피나르디(Giangiacomo Pinardi)가 1825년산 로맨틱 기타로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매튜 본의 <로미오와 줄리엣>

- 5.8(수)~19(일) / 화~금 7:30pm, 주말 2:30pm & 7:30pm / LG SIGNATURE 홀

매튜 본의 ‘로미오와 줄리엣’ (사진제공=LG아트센터 서울)
매튜 본의 ‘로미오와 줄리엣’ (사진제공=LG아트센터 서울)

위대한 스토리텔러 매튜 본이 그린 첫 사랑의 다이너마이트!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안무가'(타임즈)로 일컬어지는 매튜 본은 널리 알려진 고전 레퍼토리를 대담하게 재해석해 무용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새로운 관객들을 공연장으로 끌어들여왔다. 그는 올리비에상 역대 최다수상자(9회)일 뿐 아니라, 현대무용가로는 최초의 기사작위(Knight Bachelor) 수훈자이기도 하다.

익숙한 이야기를 새롭게 들려주는 데 천부적 재능을 자랑하는 매튜 본은 셰익스피어가 쓴 불멸의 로맨스이자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의 발레음악인 <로미오와 줄리엣>을 기성세대에 저항하는 젊은 세대의 순수함과 열정의 이야기로 바꾸어 놓았다. 그는 1,000명 이상이 응모한 대규모 오디션을 통해 10대 신예 무용수들을 선발하고, 20대 여성 안무가 아리엘 스미스(Arielle Smith)와 공동안무를 하는 등 작품제작 과정에서도 젊은이들의 에너지와 열정을 고스란히 담았다. 관객들은 베로나의 청년들이 마치 무대 위에 지진을 일으키는(youthquake) 것 같이 요동치는 감정과 에너지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2019년 초연된 <로미오와 줄리엣>은 더 가디언(The Guardian), 데일리 텔레그라프(The Daily Telegraph), 더 스테이지(The Stage) 등 영국의 유력 언론으로부터 별 다섯 개 만점을 받으며 매튜 본의 새로운 대표작으로 인정받았다. 첫사랑의 열정을 담은 다이너마이트 같은 작품, 거침없이 사랑하고 반항하는, 우리 시대를 위한 로미오와 줄리엣을 만나보자.

“격동적인 젊음의 반란.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이 시대의 로미오와 줄리엣” - 더 스테이지

 

사이먼 스톤 연출 <벚꽃동산>

- 6.4(화)~7.7(일) / 평일 7:30pm, 주말 3pm, * 6.6 3pm / LG SIGNATURE 홀

사이먼 스톤 연출 ‘벚꽃동산’ (사진제공=LG아트센터 서울)

고전의 패러다임을 부수는 천재 연출가 사이먼 스톤이 바라본 지금 이곳, 한국의 ‘벚꽃동산’

한국을 떠난 지 수 십년 만에 돌아오는 사람은 어떤 변화를 마주하게 될까?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변해버린 도시와 더 이상 권위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 과거를 살았던 사람이 돌아와 느끼는 변화는 어떤 감각이 될까.

영국 내셔널 씨어터(National Theatre),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MET) 등 세계적인 극장들과 작업하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더 디그>를 연출하는 등 현재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극작가 겸 연출가 사이먼 스톤이 한국 배우들과 함께 안톤 체호프의 <벚꽃동산>을 지금 여기, 한국의 이야기로 새롭게 선보인다.

2024년 LG아트센터가 제작하는 신작 <벚꽃동산>은 사이먼 스톤의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과 열정에서 출발했다. 200편 이상의 한국영화와 책을 통해 한국에 대한 애정을 키워온 그는 역동적인 역사 속에서 변화에 끊임없이 맞서온 사람들을 발견했다. 그는 한국인 배우들과 함께 모두가 발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을 어떻게 살아낼 지에 대한 질문을 던질 예정이다.

공연이 만들어지는 그 순간의 시대, 그 순간의 장소를 구체적으로 담아내는 대사와 말맛이 살아나는 특유의 유머를 작품에 입히고, 이를 통해 동시대 사람들이 실제로 겪는 갈등과 도덕적인 딜레마를 시의성 있게 다루는 연출가 사이먼 스톤.

“사이먼 스톤은 시대를 초월하는 이야기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 전에 본 적 없는 시의성 있는 작품을 만드는 놀라운 재능을 가진 연출가다.” - 더 가디언

 

고티에 카퓌송 & 장-이브 티보데

- 10.1(화) 7:30pm / LG SIGNATURE 홀

고티에 카퓌송 & 장-이브 티보데 (사진제공=LG아트센터 서울)

이름만으로도 설레는 프랑스 국보급 듀오의 첫 한국 무대

남다른 개성과 넘치는 카리스마로 프랑스를 대표하는 두 예술가, 첼리스트 고티에 카퓌송과 피아니스트 장-이브 티보데. 각자 여러 차례 내한을 통해 한국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그들이 처음으로 함께 국내 무대에 선다. 매년 주요 음악축제에 단골로 초청받고, 세계 유수 오케스트라들과의 협연과 리사이틀 등 몇 년 치 연주일정이 가득차 있는, 가장 바쁜 연주자이기도 한 두 사람은 고전은 물론 현대음악, 팝, 재즈뿐 아니라 음악 외 분야에서도 활발히 소통해왔다.

자신이 연주하는 첼로에 ‘대사(L’Ambassadeur)’라는 이름을 붙일 만큼 21세기 진정한 첼로 대사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는 고티에 카퓌송은 최근 프랑스 대통령 부인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가 진행한 자선공연에서 블랙핑크와 합동무대에 올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프랑스 피아니즘을 대표하며 클래식계 패셔니스타로도 유명한 장-이브 티보데는 고전과 현대 레퍼토리를 꿰뚫는 통찰력 있는 접근을 통해 지금까지 70장 이상의 앨범을 발매했으며, 재즈와 오페라 아리아를 자신이 직접 편곡해 연주할 뿐 아니라 영화 OST 연주에도 참여하는 등 광범위한 장르에서 활약해왔다.

20년 터울이 무색할 만큼 세계 무대에서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절친한 사이인 그들의 첫 듀오 무대는 첼로와 피아노를 통해 섬세하고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기에 꼭 맞는, 가을 감성이 듬뿍 담긴 곡들로 꾸며진다. 클라리넷과 피아노를 위해 작곡되었으나 무게감이 더해진 첼로로도 자주 연주되는 슈만의 <환상소곡집>부터, 서정적이면서 로맨틱한 무드가 드러나는 브람스의 소나타, 그리고 첼로의 비르투오소 기교가 돋보이는 프랑스 작곡가 드뷔시의 소나타와 마지막 하이라이트를 장식할 쇼스타코비치의 하나뿐인 첼로 소나타까지, 작곡된 시기 순으로 연주할 예정이다.

“두 프랑스 비르투오소가 함께 보여주는 환상적인 음악의 불꽃놀이” - 더 타임즈

 

존 엘리엇 가디너 & 혁명과 낭만 오케스트라

- 10.8(화) 7:30pm / LG SIGNATURE 홀

존 엘리엇 가디너 & 혁명과 낭만 오케스트라 (사진제공=LG아트센터 서울)

영국이 자랑하는 세계적 거장의 20년 만의 귀환

지난 2000년 세계 각국의 교회와 성당을 돌며 200편에 가까운 방대한 바흐 칸타타 전곡을 녹음해 클래식 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전곡 연주의 대가 존 엘리엇 가디너가 자신이 창단한 혁명과 낭만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20년 만에 내한한다.

존 엘리엇 가디너는 클래식 음악계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역동적인 음악가 중 한 사람으로 필리프 헤레베허, 르네 야콥스 등과 함께 바로크 음악을 당대 악기와 주법으로 연주하는 역사주의 음악의 대가로 손꼽히며 '고음악계의 카라얀'이라고도 불린다. 케임브리지 재학 중이던 1964년 자신의 합창단을 결성했는데 이것이 그 유명한 오늘날의 몬테베르디 합창단이며, 이후 잉글리시 바로크 솔로이스츠와 혁명과 낭만 오케스트라를 잇달아 창단했다.

이번 연주는 2020년 뉴욕 카네기 홀을 포함한 세계 굴지의 공연장 순례 연주로 화제를 모았던 그들의 베토벤 교향곡 전곡 연주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진귀한 기회다. 국내 4개 공연장에서 베토벤의 <교향곡 1번>부터 <9번>까지 차례대로 연주하며, LG아트센터에서는 <2번>과 <3번>을 선보일 예정이다. 베토벤 <교향곡 2번>은 고전주의 교향곡 양식의 절정을 보여주는 작품이며, '영웅'이라는 부제로도 유명한 <교향곡 3번>은 기존 교향곡의 관습을 혁신적으로 뛰어넘어 전세계의 지휘자들이 참여한 2016년 BBC 뮤직 매거진 설문조사에서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교향곡'으로 선정되기도 한 걸작이다. 여든 평생 음악에 자신의 삶을 바쳐온 거장 존 엘리엇 가디너와 그의 분신과도 같은 오케스트라가 보여줄 감동의 순간이 기대된자.

 

필립 드쿠플레 <샤잠!>

- 10.25(금)~27(일) / 금 7pm, 토 3pm & 7pm, 일 3pm / LG SIGNATURE 홀

필립 드쿠플레 ‘샤잠!’ (사진제공=LG아트센터 서울)

유쾌하고 환상적인 드쿠플레 월드로의 초대장

커다란 털모자를 쓰고 화려한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이 지휘봉을 흔들며 퍼레이드를 펼친다. 북을 두드리고 트럼펫을 연주하는 라이브 밴드도 함께한다. 신나는 그들의 행진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우리는 드쿠플레가 창조한 기묘한 세계에 당도한다. 서커스, 무용, 음악, 영상효과가 어우러진 이 작품은 100분이라는 시간 동안 독창적인 퍼포먼스로 보는 이의 혼을 빼놓는다.

필립 드쿠플레는 대중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복합예술공연의 선두주자다.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올림픽 개막식으로 손꼽히는 1992년 알베르빌 동계올림픽 개막식의 예술감독이자, 태양의 서커스 <아이리스> <파라무어>의 연출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2023년 에르메스 코리아 홈 컬렉션에서 <에르메스 퍼레이드>를 통해 여전히 왕성한 창의성을 입증했다.

<샤잠!>은 1998년 초연 이후 전 세계 주요 극장에서 200번 넘게 공연된 명작이다. 당대로서는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영상·영화기술로 호평을 받았고, 2001년 파리의 심장과도 같은 오페라 가르니에(Palais Garnier)에 올려졌다. 새롭게 재탄생된 이번 작품에서는 초연 무대에 함께 했던 무용수들과 오페라 가르니에의 공연실황 영상을 믹스한 색다른 연출을 선보인다. 공연장 안과 밖, 무대와 영상, 가상과 실제, 과거와 현재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드쿠플레만의 경계 없는 연출은 관객에게 유쾌하고 감동적인 경험을 안겨준다.

“드쿠플레, 그는 상상의 힘으로 인생을 아름답게 채울 줄 아는 사람이다.” - 르 몽드

 

조엘 폼므라 <이야기와 전설>

- 11.7(목)~10(일) / 목~금 7:30pm, 주말 3pm / LG SIGNATURE 홀

조엘 폼므라 ‘이야기와 전설’ (사진제공=LG아트센터 서울)
조엘 폼므라 ‘이야기와 전설’ (사진제공=LG아트센터 서울)

현대 프랑스 연극의 대표 연출가가 그리는 끔찍하고도 환상적인 미래

막이 오르자마자 무대 위 청소년들이 쉴 새 없이 욕을 쏟아내고, 차마 다 따라갈 수 없는 슬랭으로 숨가쁘게 대화를 몰아간다. 그들의 모습은 대부분 현실과 비슷하지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AI와 함께하는 것이다. 그리고 AI와 공존하는 세상은 어쩐지 복잡미묘한 그들의 감정을 더 두드러지게 만든다.

<이야기와 전설>은 현대 프랑스 연극의 대표적 연출가 조엘 폼므라(Joël Pommerat)의 냉소적인 상상이 담긴 작품이다. 인공지능과의 공생이라는 현대사회의 담론을 인간 격변의 시기인 청소년기와 결합시켜 다양한 에피소드식 구성을 다채롭게 펼쳐내며 뜨거운 화두를 던진다. 이제 인공지능과 함께하는 미래는 낯설지 않다고 생각했다면, 조엘 폼므라라는 거장이 그린 사실적이고도 끔찍한, 하지만 환상적인 세계를 마주해보는 것도 진귀한 경험이 될 듯하다.

몰리에르상을 아홉 번 수상하고, 아카데미 프랑세즈(Académie française) 연극 대상을 받은 조엘 폼므라는 한국에서도 번역된 바 있는 희곡 <이 아이>와 <두 한국의 통일>을 비롯, <빨간 모자> <피노키오> <신데렐라> 등 33년간 수많은 걸작을 탄생시켰다.

“잔혹한 동시에 유머와 개성이 넘친다.” - 르 몽드

 

백건우와 모차르트

- 11.13(수) 7:30pm / LG SIGNATURE 홀

백건우 (사진제공=LG아트센터 서울)

‘건반 위의 구도자’ 백건우. 그가 선택한 LG아트센터 서울의 새로운 피아노, 그리고 모차르트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매일 연습과 탐구에 매진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곡에 도전하고 있는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LG아트센터 서울 개관 후 첫 번째 피아노 리사이틀 주자로 나선다. 특히 이번 공연은 백건우가 독일 함부르크에 위치한 세계적인 피아노 명가 슈타인웨이 앤드 손즈(Steinway & Sons)를 방문, LG아트센터를 위해 직접 타건하고 선택한 새로운 피아노를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자리이기에 더 의미가 깊다.

"음악을 하는 사람에겐 음악 그 자체에 대한 질문이 끊기면 안 된다"(매일경제)라고 말하는 백건우는 피아니스트로 활동해 온 긴 세월 동안 수많은 작곡가들의 음악세계를 철저하게 파고들어 ‘건반 위의 구도자’로 불린다. 그가 이번 연주회를 위해 집중하고 있는 작곡가는 지금까지 한 번도 앨범으로 내지 않았던 모차르트로, 2023년 17개 작품을 골라 녹음을 마치고 발매를 앞둔 상태다. 모차르트의 소나타, 환상곡 등을 들려줄 예정이다.

평생 세계 무대를 누비면서도 겸손한 자세로 끊임없이 음악적 수행을 실천하며 다양한 레퍼토리에서 독보적인 길을 걸어온 거장의 여정이 궁금하다. 최상의 컨디션으로 정음(voicing)된 새 피아노의 건반 위에서 그가 더없이 깊은 내공으로 노래하는 모차르트를 통해 진정한 음악이 어떤 것인지를 경험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은결 연출 <멜리에스 일루션>

- 11.9(토)~17(일) / 화-금 7:30pm, 토 3pm & 7:30pm, 일 3pm / U+ 스테이지

이은결 연출 ‘멜리에스 일루션’ (사진제공=LG아트센터 서울)
이은결 연출 ‘멜리에스 일루션’ (사진제공=LG아트센터 서울)

영화와 마술,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아름다운 씨네 퍼포먼스

적막이 흐르는 낡은 장난감 가게, 한 노인이 기차 경적 소리에 잠에서 깬다. 그의 앞엔 고치다 만 낡은 카메라가 놓여있다. 노인은 고장 난 시계 속에서 자신을 닮은 작은 인형을 발견하고, 오래 전의 꿈을 떠올린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뒤섞이는 환영을 보게 되는 노인. 그는 낡은 카메라를 다시 움직이게 할 수 있을까?

영화에 특수효과를 본격적으로 도입한 인물이자, 최초의 SF영화인 <달세계 여행(Le Voyage dans la lune)>을 만든 프랑스의 마술사 겸 영화감독 조르주 멜리에스(Georges Méliès). 영화라는 매체가 처음 등장했을 때, 뤼미에르 형제가 현실을 있는 그대로 영상에 저장하고 기록하는 형태에 머물렀다면, 멜리에스는 영화 속 시간과 공간을 가공하여 그야말로 환영, 즉 ‘일루션’을 만들어냈다. 멜리에스의 초기 영화는 상업적인 성공을 누렸으나, 무분별한 불법복제와 제1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대중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져 마지막 영화는 흥행에 실패하고 만다. 파산한 그는 파리에서 작은 장난감 가게를 운영하며 여생을 보냈다.

<멜리에스 일루션>은 마술과 영화에 담긴 환상에 대한 이야기이자, 조르주 멜리에스에 대한 이은결의 오마주다. 이은결은 멜리에스가 선보인 영화의 특수효과들을 차용해 마술, 마임, 영상, 퍼펫, 가면극, 모션그래픽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씨네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화려한 테크닉과 타고난 엔터테인먼트적 기량은 물론, 자신만의 철학과 비전을 담은 작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독보적인 위치를 유지하고 있는 일루셔니스트 이은결의 색다른 작품을 만날 기회다.

 

연극 <타인의 삶>

- 11.26(화)~25.1.19(일) / 화~목 7:30pm, 금 3pm & 7:30pm, 토 3pm & 7pm, 일 3pm / U+ 스테이지

연극 ‘타인의 삶’ (사진제공=LG아트센터 서울)

객석에 앉아 있는 우리는 모두 ‘타인의 삶’을 훔쳐보고 있다

2007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하고, 타임지 선정 '2007년 최고의 영화 10편'에 선정됐으며, 여전히 세계 영화 팬들의 인생작으로 꼽히는 작품 <타인의 삶>이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국내 최초로 연극으로 공연된다.

원작은 독일이 통일되기 5년 전, 동독 예술가들에게 표현의 자유가 없었던 냉전 시대를 배경으로, 반체제주의자 색출만이 삶의 이유였던 주인공 비즐러가 당대 최고의 극작가 드라이만과 그의 연인 크리스타를 감시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연극으로 제작되는 <타인의 삶>은 비즐러가 도청기 너머로 엿들은 삶에 감화되어 예술과 인생의 아름다움을 알게 되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릴 예정이다.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Florian Henckel von Donnersmarck)의 원작을 배우 손상규가 각색하고 연출한다. 공동창작 방식을 취하는 양손프로젝트의 멤버이기도 한 그는 그동안 작가, 연출, 배우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방식으로 호평 받아왔다.

경험해 본 적 없는 누군가의 삶에 동요하고 흔들리며 새로운 의미를 탐색한다는 점에서 작품 속 주인공과 객석에 앉아있는 우리의 모습은 묘하게 닮아 있다. 비즐러가 드라이만의 공연을 보면서 눈을 떼지 못했던 것처럼, 무대만의 즐거움을 선사할 이번 작품은 우리의 일상에 어떤 파문을 일으킬 것 같다.

 

LG SIGNATURE 홀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 ‘마태 수난곡’ 4.7 Sun

제임스 띠에리 ‘룸’ 4.18 Thu – 21 Sun

파비오 비온디 & 잔자코모 피나르디 ‘파가니니 소나타’ 5.4 Sat

매튜 본의 ‘로미오와 줄리엣’ 5.8 Wed – 19 Sun

사이먼 스톤 연출 ‘벚꽃동산’ 6.4 Tue – 7.7 Sun

고티에 카퓌송 & 장이브 티보데 10.1 Tue

존 엘리엇 가디너 & 혁명과 낭만 오케스트라 10.8 Tue

필립 드쿠플레 ‘샤잠!’ 10.25 Fri – 27 Sun

조엘 폼므라 ‘이야기와 전설’ 11.7 Thu – 10 Sun

백건우와 모차르트 11.13 Wed

 

U+ 스테이지

이은결 연출 ‘멜리에스 일루션’ 11.9 Sat – 17 Sun

연극 ‘타인의 삶’ 11.26 Tue – 25.1.19 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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