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신 카시모토 & 에릭 르 사주 - "낭만시대의 한가운데로"
다이신 카시모토 & 에릭 르 사주 - "낭만시대의 한가운데로"
  • 이시우 기자
  • 승인 2024.01.16 0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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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신 카시모토 & 에릭 르 사주 포스터 (사진제공=인아츠프로덕션)

[더프리뷰=서울] 이시우 기자 = 세계 최고 명문 악단 베를린 필하모닉을 이끄는 바이올리니스트 다이신 카시모토와 프랑스 피아니즘을 대표하는 에릭 르 사주가 한국 팬들을 위해 듀오 무대를 준비한다. 1월 24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불꽃같이 치솟는 활로 한없이 고양된 세계를 그려보이는 다이신 카시모토와 깊고 은근한 손길로 음표 아래 숨겨진 의미를 드러내는 에릭 르 사주는 이미 오래 전부터 함께해온 노련한 듀오다. 그간 두 연주자 모두 협연과 실내악, 독주로 꾸준히 한국 무대에서 볼 수 있었지만 듀오로 내한하는 것은 처음이다. 브람스와 슈만을 중심으로 선보이는 이번 공연에서 이들은 열정적이고도 은밀하게 얽혀 있는 낭만시대의 페이지들을 매혹적으로 펼쳐 보일 예정이다.  

런던 태생의 일본계 바이올리니스트 다이신 카시모토는 일찍부터 신동으로 불리며 두각을 나타냈다. 1994년 쾰른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최연소로 1위를 차지했으며, 2009년 서른의 나이로 베를린 필의 악장으로 임명돼 지금까지 무려 16년간 악단을 선두에서 이끌고 있다. 또한 전설적 지휘자 마리스 얀손스 등과 함께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를 비롯해 세계 유수의 악단과 협연했으며 마르타 아르헤리치, 예핌 브로프만 등 거장 연주자들과 함께 활발히 실내악 무대에 서고 있다. 2007년에는 정명훈의 지휘로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와 함께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음반을 발매했고, 2023년에는 베를린 필하모닉과 일본 작곡가 호소카와 토시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세계 초연한 바 있다.   

프랑스 출신 피아니스트 에릭 르 사주는 섬세하고 신중한 곡 해석으로 독주뿐만 아니라 다양한 실내악 연주자로 인정받고 있다. 1985년 포르투 국제피아노콩쿠르, 1989년 로베르트 슈만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한 그는 이상적인 프랑스 피아니즘을 구현하는 연주자로 평가받는 한편 브람스, 슈만 등 독일 낭만주의 음악 연주에서도 뛰어난 성과를 쌓아왔다. 2010년에 발표한 슈만의 피아노 작품 전곡과 실내악 전곡 음반은 비평가들의 큰 찬사를 받았다. 세계 정상급 악단의 협연자로도 지속적으로 초청받고 있으며, 플루티스트 에마뉘엘 파위, 클라리네티스트 폴 메예르 등과 함께 <레 방 프랑세>의 일원으로 최고의 앙상블을 보여 주고 있다.   

다이신 카시모토와 에릭 르 사주가 브람스와 슈만을 중심으로 선보이는 이번 연주회에는 이야기가 겹겹이 쌓여있어 그 의미와 감동이 증폭될 것으로 기대된다. 브람스의 첫 <바이올린 소나타>로 시작해 슈만·브람스·디트리히가 공동으로 작곡한 <F.A.E. 소나타>, 클라라 슈만의 <로망스>를 거쳐 로베르트 슈만이 말년에 작곡한 <바이올린 소나타>로 이어지는 이번 연주 여정에는 모두 7명의 음악가가 동행한다. 두 연주자와 브람스, 슈만, 클라라 슈만, 디트리히 등 네 작곡가, 그리고 이 작곡가들에게 창조적 영감을 불어넣었던 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요하임이 함께하는 것이다. 이들은 내밀한 교감으로 음악적 비전을 함께 이루어 가는 공동체라 할 수 있다. <F.A.E. 소나타>는 세 작곡가가 요하임과의 우정을 기리며 작곡했으며, 클라라 슈만의 <로망스> 역시 요제프 요하임에게 헌정했다.  

특별히 브람스와 슈만, 그리고 클라라 슈만에게 음악은 은밀히 교류하는 은신처이자 강력한 결속의 장소였다. “음악이란 말로는 할 수 없는, 그렇다고 침묵할 수도 없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라는 빅토르 위고의 말처럼 이들은 때로는 음악으로 진심을 쏟아내고 때로는 진실을 감추었다. 다이신 카시모토와 에릭 르 사주 듀오는 이들 작품에 담긴 무수한 이야기들을 강렬하고도 섬세한 손길로 풀어내며 우리를 낭만시대의 한 가운데로 이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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