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커뮤니티 오케스트라의 국경초월 성공사례 – Orchester Liechtenstein Werdenberg
지역커뮤니티 오케스트라의 국경초월 성공사례 – Orchester Liechtenstein Werdenberg
  • 김경명 기자
  • 승인 2024.01.12 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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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 동호인들의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하지만 어딘가 다른 오케스트라
OLW의 리히텐슈타인 트리젠 공연. 4개국(스위스, 리히텐슈타인, 오스트리아, 독일)의 음악애호가들이 매주 정기적으로 모여 활동하고 있다. (사진=김경명)

[더프리뷰=취리히] 김경명 기자 = 지난 연말부터 새해 1월 7일까지 스위스 동부 베르덴베르크(Werdenberg) 지역과 리히텐슈타인, 그리고 오스트리아 포라라베르크(Voralberg) 지역의 음악애호가(엄밀히 말하면 연주애호가)들의 모임인 리히텐슈타인 베르덴베르크 오케스트라(Orchester Liechtenstein Werdenberg, OLW, 지휘 미하엘 레버 쾩 Michael Reber Köck)의 공연이 진행됐다. 어느 지역에나 있을법한 지역 동호회 모임인 이 오케스트라는 리히텐슈타인 트리젠(Triesen) 지역의 연말 초청공연을 시작으로 오스트리아 티롤 지역의 임스트(Imst), 스위스 추크주의 운터에거리(Unterägeri), 다시 리히텐슈타인 마우렌(Mauren) 지역의 주민들을 위한 신년공연까지 바쁜 일정을 소화해 냈다. 모든 공연은 각 지역 신년음악회의 공식 프로그램으로 지정되면서 1,000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성황리에 끝났다.

이번 공연들은 전통적인 빈의 연말 프로그램을 이들의 활동 지역인 라인계곡(Rheintal-라인강 상류지역으로 스위스, 오스트리아, 리히텐슈타인의 라인강 계곡 지역을 말한다) 스타일로 표현했으며, 이자벨 게바일러(Isabel Geweiler)의 첼로 협연으로 오펜바흐의 첼로 협주곡을 연주했다(이 곡은 테크닉적으로 매우 어려운 비르투오적 작품이어서 일반전으로 잘 연주되지 않는 곡이지만 이자벨의 화려한 테크닉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라인탈 지역은 여러 나라의 국경이 맞닿아 있는 곳이며, '알피어그룹(Alviergruppe)'이라는 알프스의 높은 산들이 주변에 있는 곳이다. 때문에 문화적으로 소원할 수도 있을 텐데, 이 문제를 지역 동호회들이 해결하고 있다. 국경 너머의 다른 문화적, 사회적, 정치적 이슈들을 주민들의 의지로 헤쳐 나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역의 애호가들이 자발적으로 행동한 긍정적인 결과라고 본다. 이는 지역민들의 소통, 화합, 즐거움 그리고 지역 음악가와 학생들에게 공연의 기회를 주어 더욱 발전할 수 있게 도움을 주기도 하며, 지역 전문 연주자들에게는 안정적인 활동 기회를 제공한다. 음악적으로도 매우 완성도 있는 공연이었던 이번 연말연시 연주 시리즈의 성과는 이미 지역 신문들의 공연 리뷰를 통해 잘 드러나 있다. 아마추어 연주자들이 함께 하는 오케스트라지만 요한 스트라우스의 곡을 특유의 해석으로 아주 잘 표현하고 있었다.

오케스트라 단장인 클라리사 프롬멜트(좌)와 오케스트라 연합회장 페터 묄러 (사진=김경명)

OLW는 48년 전인 1976년 리히텐슈타인과 스위스 베르덴베르크 지역의 음악애호가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모임이다. 이후 스위스에 연합회 등록을 하며 현재 45명의 오케스트라 연주자 회원과 지역 전문 음악가들의 공연 플랫폼 역할을 하며 성장을 거듭해 왔다. 오케스트라의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페터 묄러(Peter Möller, 바순, 스위스 사업가)는 오케스트라는 지역의 활력과 소통을 이끌어내는 중요한 수단이라면서, 음악활동은 이미 공연에 참가하는 모든 음악애호가들의 삶에 필수적인 요소이고, 함께 무엇인가를 해내고 성취를 맛보는 중요 요소라고 말했다. 함께 연주에 참가한 루키아(Rukija Sadikovic)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고, 매번 연습에 참가하는 것이 항상 기다려진다고 했다.

왼쪽부터 레티치아(Laetitia-첼로, 리히텐슈타인)와 야콥(Jacob-바이올린, 스위스). 야콥은 현제 82세로 단원중 최 고령이며, OLW의 창단 멤버이기도 하다. -사진 김경명
레티치아(Laetitia, 첼로, 리히텐슈타인)와 야콥(Jacob, 바이올린, 스위스). 야콥은 현제 82세로 단원중 최고령이며, OLW의 창단 멤버이기도 하다. (사진=김경명)

또한 레티치아(Laetitia, 첼로, 리히텐슈타인)와 야콥(Jacob, 바이올린, 스위스)은 이 활동은 매우 중요하며 "나의 주요 일정"이라고 했다. 그들은 연주자들의 연습 및 공연 참가 등을 확인하고 전문 연주자들의 계약서 등을 관리하고 있었다. 야콥은 지난 연습의 단원 참가율은 약 85%로(공연 전 연습은 총 10회였다) 단원들의 연습 참가율은 매우 높은 편이라고 했다.

라인탈 지역의 비올라 전문 연주자로 활동 중인 콜롬비아 출신 에린 토레스(Erin Torres) (사진제공=김경명)

라인탈 지역의 비올라 전문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는 에린 토레스(Erin Torres)는 매년 정기적으로 열리는 OLW의 연주 프로그램들은 음악적으로나 진행 면에서나 매우 완성도가 높으며, 항상 함께 연주하는 것이 즐거웠다고 말했다.

OLW를 운영하고 있는 클라리사 프롬멜트(Clarissa Frommelt, 바이올린, 리히텐슈타인 정치인)는 부모님과 음악적 동료들이 함께 만든 오케스트라이고, 35년 넘게 활동하고 있다면서 부모님의 발자취를 느끼게 해주는 소중한 오케스트라라고 언급했다(그녀의 부모인 헬가Helga와 페피Päpi Frommelt는 리히텐슈타인의 음악교육 체계를 확립, 작고한 후에도 리히텐슈타인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있는 음악가들이다.)

루키아(Rukija Sadikovic 바이올린), 1년정도 함께했으며, 24세의 건축전공을 하는 오스트리아의 학생이다.-사진 김경명-
24세인 루키아(Rukija Sadikovic, 바이올린)는 1년 가량 함께했으며, 오스트리아의 건축학도이다. (사진=김경명)

오케스트라의 운영은 스위스의 문화재단인 쥐트쿨투어(Südkultur)와 리히텐슈타인 문화기금에서 지원을 받고 있으며, 각 초청공연은 초청지역의 예산에서 충당한다. 모든 공연은 입장권 판매 없이 자율기부(Kolekte)를 받는데, 이 금액이 상당하다. 오케스트라 단원은 매년 10 스위스프랑(약 15,000원)을낸다. 이 마저도 매년 단원 중 한명이 모두의 회비를 대납하므로 결과적으로는 단원들에게 부과되는 회비가 없다. 전문 연주자들은 연습 및 공연의 횟수에 따라 사례금을 받고 있다.

스위스 지역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의 역사는 매우 깊다. 문헌에는 이미 1600년대에 동호회 성격의 조직이 등장하며, 스위스 아마추어오케스트라연합회(EOV-SEO)의 역사도 100년을 넘어간다. 하지만 OLW의 사례는 경제적, 사회적, 그리고 지역 정치인들에게까지도 좋은 영향을 미치며, 전문 오케스트라가 제대로 갖추처지지 못한 지역에서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소하고 있다.

이 단체는 창단 50주년 기념 이벤트로 한국 공연을 준비 중이다. 이들의 좋은 사례가 한국 아마추어 오케스트라들에게도 의미있는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다.

연말공연 기사 -리히텐슈타인 파터란트(Vaterland)
연말공연 기사 - 리히텐슈타인 파털란트(Vaterland)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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