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빈 신년음악회를 고스란히 만끽하다 - 2024 신년음악회, 필하모닉 앙상블
[공연리뷰] 빈 신년음악회를 고스란히 만끽하다 - 2024 신년음악회, 필하모닉 앙상블
  • 김준형 음악칼럼니스트
  • 승인 2024.01.29 08: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2024년 1월 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더프리뷰=서울] 김준형 음악칼럼니스트 = 새해가 시작되면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은 희망에 부풀어 오른다. 누구나 새해가 되면 소망과 함께 새로운 역사에 대한 강한 의지가 샘솟기 마련이다.

모든 음악애호가들의 시선이 모이는 곳이 하나 있다.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 12월 31일 자정을 가리키는 빈의 성 슈테판 성당 종소리가 울리면 1월 1일 새아침이 밝아오고 전 세계 음악팬들의 이목이 빈으로 집결된다. 왈츠와 폴카의 멜로디로 아로새겨진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의 시작이다. 

1939년, 클레멘스 크라우스에 의해  12월 31일 정오 <요한 슈트라우스의 음악회>라는 송년음악회가 오늘날의 빈 신년음악회로 이어졌다. 크라우스의 갑작스런 서거 이후 지휘봉은 당시 악장이었던 빌리 보스코프스키가 넘겨 받았는데, 직접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오케스트라를 이끌었던 그는 인기 만점이었다. 이후 직접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신년음악회를 지휘했던 이는 마젤이 유일했던 것 같다. 1979년부터 연주 실황이 음반화되었는데, 이 음반은 데카(DECCA)의 디스코그라피를 대표하는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로 남아있다. 1979년 보스코프스키의 은퇴 후 마젤에게 이어진 후 일곱 번 계속되었고, 이후로는 매년 새로운 지휘자가 무대에 올랐다. 전설적인 카라얀을 비롯하여 아바도, 클라이버, 메타, 무티, 아르농쿠르, 오자와, 얀손스, 프레트르, 뫼스트, 바렌보임, 두다멜, 틸레만, 넬손스 등 이름만 들어도 가슴 벅차 오르는 거장들의 행렬이었다. 올해는 2019년에 이어 두 번째로 현존 독오 음악의 총아인 크리스티안 틸레만이 지휘봉을 잡았다. 슈트라우스 일가의 왈츠와 폴카뿐 아니라, 오스트리아를 중심으로 활약하던 작곡가들의 다양한 무곡을 연주했다.

2024년 빈 필하모닉 신년 음악회 실황 음반(사진제공 = 소니뮤직)
2024년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 실황 음반 (사진제공=소니뮤직)

빈 신년음악회에는 마지막에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와 <라데츠키 행진곡>을 연주하는 것이 관례로 자리 잡았다. 우리 나라 애호가들은 공영방송을 통해 녹화 중계로 매년 빈 신년음악회를 즐겼지만, 현지에 날아가도 입장권 구입이 거의 불가능한 귀한 연주회라 꿈속에서나 그려보았지, 직접 관람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다가 2017년부터는 빈이 부럽지 않은 신년음악회를 우리 무대에서 즐기게 되었다. ‘필하모닉 앙상블’이라는 명칭으로 활동하는 빈 필하모닉 멤버 13인으로 구성된 단체가 연초가 되면 빈에서 신년음악회를 마치고 곧바로 대한민국으로 날아와 전국을 순회하며 새해를 알린다. 이들의 연주를 2017년 통영 국제음악당에서 처음 들었을 당시의 놀라움은 아직도 생생하다. 분명히 소규모 앙상블인데 대편성 오케스트라 못지 않은 볼륨의 사운드를 자랑하면서 음색과 품격은 바로 빈 필하모닉이었다. 이후 이들이 내한한다면 빼놓지 않고 찾아가 들었다.

필하모닉 앙상블 연주 장면(사진제공 = sbu)
필하모닉 앙상블 연주 (사진제공=sbu)

올해도 어김없이 새해는 밝았고, 이들은 연주를 들려주었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꽉 채운 청중 앞에서 이들은 콘서트홀을 꽉 채운 사운드를 뿜어냈다.

신년음악회를 대표하는 슈트라우스 일가의 왈츠와 폴카이니 이들의 일상과 같은 레퍼토리다. 연주에 대해 과연 무어라 말할 수 있을까? 설명이 불필요하다. 연주력은 그저 놀라울 뿐이다. 슈켈젠 돌리를 중심으로 한 현악군의 맹활약은 신기하다. 단지 다섯 명이서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낸다. 이들의 연주를 수 차례 들었고, 전국의 이런저런 음악당에서 들었지만 언제나 대형 콘서트홀을 꽉 채웠다. 올해도 어김없었다. 목관악기와 금관악기는 빈 필하모닉 그 자체이자 역사다. 특히 이번 연주에는 전설적인 빈 필하모닉의 플루트 수석이었던 디터 플루리가 함께했다. 예년에 비해 더욱 향기롭고 싱그러우면서 화사한 사운드였다. 빈 필하모닉의 사운드를 특징 짓는 고색창연한 호른 사운드의 주인공인 라르스 마이클 스트란스키의 연주를 듣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항상 눈길을 끌었던 퍼커셔니스트, 클라우스 다우너의 맹활약은 청중이 인정한다. 1인다역으로 그 많은 악기를 동시에 연주하는데 그 와중에 코믹한 연기는 또 어떤가? 객석에 함박웃음을 주곤 한다. 어김없이 빈 필하모닉의 신년 음악회와 마찬가지로 객석의 일사불란한 <라데츠키 행진곡>의 호응과 함께 올해 무대도 마무리되었다.

물론 이런 앙상블의 신년음악회가 이들의 연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빈 요한 슈트라우스 오케스트라의 순회연주도 있고, 또 다른 빈 필히모닉의 서브 단체인, 전설적인 콘서트 마스터 라이너 쾨흘을 중심으로 한 빈-링 앙상블도 있다. 하지만 우리 무대를 매년 찾고 있는 필하모닉 앙상블이야말로 진정한 빈 기질의 전도사다.

공연 포스터(사진제공 = DUMIR)
공연 포스터(사진제공=DUMI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