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음악의 진실과 마주한 시간 - 김응수&카메라타 솔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전곡 연주회
[공연리뷰] 음악의 진실과 마주한 시간 - 김응수&카메라타 솔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전곡 연주회
  • 김준형 음악칼럼니스트
  • 승인 2024.02.21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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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1월 2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더프리뷰=서울] 김준형 음악칼럼니스트 = 김응수는 유럽에서 활동이 활발한 연주자다. 그의 예술 세계에 깊은 관심을 가져온 필자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의 행보를 주의 깊게 살펴왔다. 거장 펄만의 파트너로도 유명한 로한 드 실바와 함께한 브람스 소나타 전곡 리사이틀, 바흐와 이자이의 무반주 작품 전곡에 도전했던 무대. 항상 음악에 대한 진지한 탐구와 혼신의 예술혼을 불태워 최선을 다했던 시간으로 기억한다. 언제나 너무도 학구적인 자세로 예술만을 고려한 무대를 만들어왔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 (사진제공 = A&M)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 (사진제공=A&M)

이번 예술의전당 무대도 모차르트의 생일이라는 시간적인 모멘트를 빌려왔을 뿐 아니라 국내 무대에서 흔치 않은,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를 위해 모차르트가 작곡한 작품 모두를 한자리에서 연주하는 쉽지 않은 시도를 했다. 이것이 바로 김응수다. 그의 연주력뿐 아니라 그의 이런 음악에 대한 진실한 접근에 애호가들은 열광한다. 

"언어의 끝과 한계에서 음악이 시작된다는 모차르트의 말처럼, 쉽게 듣고 이해할 수 있는 음악을 통해 관객들에게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선사하겠다”는 그의 포부처럼 굉장한 연주였다.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 다섯 편을 모두 연주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고 특히 <론도 K.269>는 국내 초연이며 <론도K.373>과 <아다지오 K.261>을 함께 연주하는 의미있는 자리였다.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역사적인 명연이 많은 레퍼토리다. 그뤼미오의 달콤하면서도 우아한 연주, 셰링의 다소 엄격하지만 규범적인 연주, 최근에 와서는 치메르만의 소박하면서도 고전적인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연주가 훌륭했다. 하지만 그 어느 연주도 다비드 오이스트라흐가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직접 지휘하며 연주한 전곡 음반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의 깊은 철학과 고매한 인격이 반영된 따스함이 풍기는 절대적 아름다움으로 가득하다.

 

오이스트라흐의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전곡 음반(EMI, SLS 828, 4LPs)
오이스트라흐의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전곡 음반(EMI, SLS 828, 4LPs)

이번 김응수의 연주를 들으며 오이스트라흐의 연주가 떠올랐다. 작품에 담겨 있는 천진함과 밝음, 그리고 기쁨의 감정뿐 아니라 그늘진 애수와 애잔함까지 온전하게 그리고 균형잡힌 언어로 풀어내었다. 기술적인 면에서도 사뿐사뿐 마치 모든 음표가 하나로 이어진 것처럼 절묘한 프레이징으로 너무나 자연스럽게 연주했다. 물론 화사한 빈의 분위기를 자아내기 위해 조금 높게 튜닝을 한 부분도 모차르트 특유의 맛을 자아내는 역할을 했음이 분명하다. 무척 우아했던 제3번, 원숙미로 가득한 제5번, 경쾌함이 넘쳤던 제4번, 그리고 우아한 제2번 연주가 훌륭했다. <론도>와 <아다지오> 역시 유려함으로 가득했다.

한가지 더, 김응수의 아름다운 연주뿐 아니라 카메라타 솔의 빼어난 앙상블이 이날 연주의 완성도에 큰 기여를 했다는 점이다. 국내외 다양한 연주자들이 포진해 있으나 상당수는 그가 지도했던 한양대 관현악과 출신의 젊은 연주자들로 빈의 느낌이 물신 풍기는 음색뿐 아니라 어느 장면에서도 흐트러짐이 없는 일사불란한 합주력과 따스한 분위기는 어느 오케스트라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김응수와 카메라타솔 (사진제공 = A&M)
김응수와 카메라타솔 (사진제공=A&M)

이 연주회로 또 하나의 획을 그은 느낌이다. 그의 다음 정거장은 어디일지, 예술만을 생각하는 수준높고 완성도 있는 무대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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