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 비엔날레 한국관 대표전시는 구정아 작가의 '오도라마시티'
베네치아 비엔날레 한국관 대표전시는 구정아 작가의 '오도라마시티'
  • 김다인 기자
  • 승인 2024.03.11 1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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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프리뷰=서울] 김다인 기자 = 2024년 베네치아 비엔날레 제60회 국제미술전 한국관의 대표 전시로 결정된 구정아 작가의 <구정아 –오도라마 시티>가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관은 지난해 3월 선정된 이설희(쿤스트할 오르후스 수석 큐레이터)와 야콥 파브리시스(아트허브 코펜하겐 관장) 공동 예술감독이 전시를 총괄한다. 1995년 한국관 개관 이래 미술전에서 공동 예술감독 체제는 처음이다.

<구정아 –오도라마 시티>는 누구든 참여 가능한 오픈 콜(공모)에서 시작됐다. 구정아 작가와 전시팀은 개개인이 가진 '한국의 도시, 고향에 얽힌 향(香)의 기억'을 수집하기 위해 설문지를 온/오프라인(SNS와 광고, 언론보도, 개별 면담과 서한 등) 채널을 통해 배포했다. 2023년 6월 25일부터 9월 30일까지 약 3개월간 진행된 공모는 한국 외교부와 재외 한국대사관, 한국계 입양인 사회, 세계 각지의 한인, 한인 학교 및 한국계 미국인협회, 북한에서 태어나 남한에 사는 사람들, 북한 이탈 주민과 그들을 지원하는 재단 및 북한을 방문한 외국인, 서울외신기자클럽 등 여러 기관과 단체에 전달되었다.

구정아 작가 (사진제공=PKM 갤러리)

참여자는 한국인에만 국한되지 않고 여러 국적의 외국인과 더불어 남한에 정착한 북한 새터민을 포함한다. 이설희/야콥 파브리시우스 공동 예술감독은 “다양한 그룹의 참여자들이 공유해 준 향기의 기억은 답변의 범위를 한반도 너머까지 확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공모의 취지를 설명하면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형성되는 역사적 과정에서 파생된 집단을 시적 기억을 통해 포괄하려는 시도이다. 모든 경계를 초월하는 향을 매개로 한국의 초상화를 그리며, 동시에 공유받은 개개인의 기억을 나눔으로써 다양한 인류를 아우르는 프로젝트를 목표로 한다”라고 전했다.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수집한 ‘향기 메모리’를 기본으로, 전시팀은 현재 대한민국의 향을 ‘시각적 상상’으로 변환하는 과정에 있다. 이는 향을 퍼뜨리는 디퓨저로서 기능하는 조각품이자 전시장 바닥에 새겨진 무한대 기호이다. 더불어 뫼비우스의 띠 형태로 구현된 두 개의 나무 설치 작품으로 한국관을 관통하며, 변주되는 주제는 구정아의 '우스(OUSSS)'를 상기시키는 메아리로도 작용한다. 작가가 1990년대 창안한 무한변신의 개념인 우스는 물질과 비물질의 영역을 뛰어넘어 명확한 경계가 없는 어느 곳으로 ‘감각적 경험의 또 다른 확장’을 제시한다.

구정아, KANGSE SpSt, 2023-2024.
향 디퓨저와 센서를 내장한 브론즈 조각 ©구정아

‘오도라마’는 향기를 뜻하는 ‘Odor’에 드라마의 ‘rama’를 결합한 단어이다. 구정아는 후각과 시각의 공감각적 매체로 비가시적이지만 가시적인 지점을 양립시키고, 그 경계 너머 열린 가능성을 제시하는 작업을 이어간다. 향을 통해 만남과 우연에 집중하며, 공간과 관람자 사이의 에너지 연결을 모티브로 삼는다. 고국이 아닌 곳에서 이방인으로 활동하는 이설희와 야콥 파브리시우스 예술감독 및 구정아 작가는 한국관의 향기 여행을 통해 앞으로 확장될 한국인의 정의에 대해 고민하며, 동시에 대한민국의 범주가 넓어지기를, 또한 한국인으로 선뜻 포섭되지 않는 일군과도 교류가 이뤄지기를 고대한다.

그런 의미에서 <구정아 – 오도라마 시티>는 아드리아노 페드로사(Adriano Pedrosa) 총감독이 기획한, 국적과 소속감을 큰 골자로 이방인을 조명하고 국경과 경계를 넘어 살아가는 사람들을 조명하는 미술전 전체 주제 'Stranieri Ovunque - Foreigners Everywhere'와도 맥락이 닿아 있다. 경계 없이 모든 곳에 산포, 이산하는 ‘향’의 속성은 어디를 가든, 어디에 있든 만나는 이방인의 존재를, 아울러 공모에 자유로이 참여한 대중의 존재를 반추하게 한다.

향기 메모리 공모를 통해 수집한 약 600편의 이야기는 프리뷰 첫 날인 4월 17일 한국관 홈페이지(www.korean-pavilion.or.kr)에서 공개될 예정이며 특히, 공모에 응한 모든 참가자들의 이름은 2024년 한국관 전시도록에 실릴 예정이다.

2024년 베네치아 비엔날레 제60회 국제미술전은 4월 20일부터 11월 24일(프리뷰는 4월 17-19일)까지 베네치아 자르디니 및 아르세날레 전시장 등지에서 개최되며 한국관은 4월 17일 오전 11시에 국내 언론, 오후 12시에는 외신 기자들을 대상으로 프레스 오프닝을 진행한다. 공식 개막식은 오후 4시에 열린다. 한국관의 행사 전반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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