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격정과 환희의 음악이 압도한 밤
[공연리뷰] 격정과 환희의 음악이 압도한 밤
  • 한혜원 음악칼럼니스트
  • 승인 2024.02.23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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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향 얍 판 츠베덴의 바그너 '발퀴레'
서울시향 얍 판 츠베덴의 바그너 '발퀴레' (사진제공=서울시립교향악단)

[더프리뷰=서울] 한혜원 음악칼럼니스트 = 지난 2월 1일 예술의전당, 서울시립교향악단과 새 수장 얍 판 츠베덴이 올해 첫 정기연주회에서 선보인 작품은 모차르트 <교향곡 40번>과 바그너의 <발퀴레>였다.

모차르트 <교향곡 40번 G단조>는 아마도 모차르트 교향곡 중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강렬하면서 광활한 애수가 가득한 곡이다. 또한 얍 판 츠베덴은 바그너의 악극을 선택한 이유로 “거대한 세계를 총체적으로 구현하는 교향적 오페라이기에”(월간 객석 1월호)라고 밝힌 바 있다. 서울시향의 질주와 성장을 보여주고 싶다는 느낌의 선곡이었다.

1부의 모차르트 <교향곡 40번>은 급행열차처럼 달렸다. 35분 예정된 곡을 25분 만에 마쳤을 정도다. 츠베덴의 유려한 지휘 아래 오케스트라는 흥분과 격정으로 청중을 휘감았다. 숨 쉴 새 없이 몰아가는 전개 속에서도 개별 악기마다의 선명한 선율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거대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2악장에서는 조금 더 여유 있게 세밀한 정서들을 담아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전체적으로 긴장하며 듣지 않을 수 없는 연주였고, 얍 판 츠베덴의 열정과 추진력을 담아낸 듯했다.

서울시향 얍 판 츠베덴의 모차르트 '교향곡 40번' (사진제공=서울시립교향악단)

2부에서 연주된 <발퀴레> 1막에는 세 명의 바그너 가수가 출연했다. 호주 출신의 테너 스튜어트 스켈턴, 영국 출신 소프라노 엘리슨 오크스, 그리고 독일의 베이스바리톤 팔크 슈트루크만이다. 스튜어트 스켈턴과 팔크 슈트루크만은 얍 판 츠베덴과 홍콩 필하모닉의 명반 <니벨룽의 반지>(2015 낙소스 레이블)에 지크문트와 훈딩으로 참여한 바 있다. 이번 무대에 츠베덴이 익숙하고 강력한 무기들을 배치한 셈이다.

콘서트 버전의 <발퀴레> 무대는 분장이나 연출이 없어, 온전히 음악으로 청중을 몰입시켜야 한다. 바그너는 등장인물마다 라이트모티프를 만들어 서사를 부여했기에 청중은 음악을 통해 주인공의 내면과 감정을 헤아린다.

서곡의 몰아치는 듯한 전개가 압권이었다. 두 대의 팀파니가 만들어내는 폭풍우도 힘찼다. 중량감을 추구하다보니 콘트라베이스가 살짝 둔한 느낌이었지만, 바그너 튜바와 바그너 호른이 더해진 웅장한 소리와 진동이 무대를 가득 채웠다.

서울시향 연주회 커튼콜 모습 (사진제공=서울시립교향악단)

스튜어트 스켈턴은 오케스트라를 뚫고 나오는 헬덴 테너의 위용을 자랑했다. 힘 있는 미성이 낭만을 겸비해 엘리슨 오크스와의 이중창 ‘겨울폭풍은 사라지고’에서 사랑의 기쁨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훈딩 역의 팔크 슈트루크만은 명확한 딕션과 전달력으로 독재자의 위압감을 드러냈다. 세 사람이 함께 한 2장은 팽팽한 긴장이 맴돌았고, 지크문트와 지클린데가 노퉁을 뽑아들고 사랑을 맹세하는 3장은 환희로 가득 찼다.

콘서트 오페라의 장점은 청중을 오롯이 음악의 흐름에 끌어들이는 데 있다. 음악의 표현력을 통해 청중은 대서사를 상상하게 된다. 서울시향의 <발퀴레>는 깊은 격정과 화려한 색채감 가득한 신화 속으로 청중을 인도했다. 언젠가 서울시향의 콘서트 오페라 전막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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