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슬 개인전 '수리수리마하수리 수수리사바하'
이다슬 개인전 '수리수리마하수리 수수리사바하'
  • 이미우 기자
  • 승인 2024.03.13 1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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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슬 개인전 '수리수리마하수리 수수리사바하' 포스터 (제공=대안공간 루프)

[더프리뷰=서울] 이미우 기자 = 대안공간 루프에서 지난 3월 8일(금)부터 4월 6일(토)까지 이다슬 개인전 <수리수리마하수리 수수리사바하>가 열리고 있다. 일요일과 월요일은 휴관.

제주 출신 이다슬은 자연과 시간의 흐름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2008년부터 강원도 탄광지역과 관련한 작업을 진행했다. 2012년 제주로 돌아오면서 제주의 자연, 환경과 관련한 문제들을 작업에 담고 있다. <수리수리마하수리 수수리사바하>는 제주의 자연을 배경으로 인간의 욕망과 모순을 이야기한다.

10년차 농부이기도 한 이다슬은 무의미한 잡초 재배 프로젝트에 <잡초 배양실>이라는 제목을 붙여 전시를 한다. 정성을 다한 의미 없는 행위에 가치를 부여하고는 그것을 예술이라 말한다. 농부가 잡초를 재배하는 모순적인 태도에서 인간의 이기심, 인간 중심으로 바라보는 자연에 대한 태도, 모든 것을 효용가치로만 대하는 자본주의의 모순을 되짚어보고자 한다. 한 때 인기가 많았으나 시장가치가 사라지자 베어버리는 농사꾼, 본인의 농사를 망쳐버린 잡초를 물리적인 힘으로 더 씩씩하게 키우려는 스스로의 태도에서 인간의 아이러니를 발견한다.

전시 제목인 <수리수리마하수리 수수리사바하>는 불교 경전인 <천수경> 첫머리에 나오는 글귀로, 인간의 업을 깨끗이 씻어내기 위한 주문이다. 작가는 애써 키웠던 잡초들과 아로니아 나무를 모조리 잘라버린다. 그 후 '127 그루의 아로니아 나무를 자르고 멈춘 전동가위' 기념비를 세운다. 정성껏 키웠던 생명을 죽인 모순적 행위에 대한 죄책감에서 벗어나고자 수리수리 마하수리 주문을 외운다. 그리고 그들이 좋은 곳에서 다시 태어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스님에게서 부적을 구입한다. 온라인 부적 판매 1위 쇼핑몰에서 구매한 부적을 지갑에 간직하며 아로니아가 극락왕생하길 기도한다. 전시는 모순으로 가득 찬 우리의 이야기이다.

이번 전시는 제주특별자치도, 제주문화예술재단, 오픈스페이스 배, COLOR LAB, 액자전문점 아라아트, MEGENTA가 후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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