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뮤지컬 ‘이솝이야기’ - 우화 속에 숨어있는 보석같은 삶의 지혜
[공연리뷰] 뮤지컬 ‘이솝이야기’ - 우화 속에 숨어있는 보석같은 삶의 지혜
  • 더프리뷰
  • 승인 2024.03.17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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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2.16. - 4.14.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뮤지컬 ‘이솝이야기’ (사진제공=컴인컴퍼니)

[더프리뷰=서울] 유희성 공연칼럼니스트 = 뮤지컬 <이솝이야기>는 2022년 5월 공연예술 창작산실 대본공모 창작뮤지컬 부문 선정, 2023년 3월 공연예술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뮤지컬 부문 실연심의 리딩공연, 2023년 5월 공연예술 창작산실 뮤지컬 부문 최종 지원작으로 선정되어 쇼케이스 발표 후, 단기간에 제반 진행과정을 마치고 2024년 2월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정식 개막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설화인 ‘이솝우화’가 아름다운 신화를 입고 새롭게 탄생한 것이다.

수 천 년 전 그리스 사모스 섬, 노예로 태어나 아테네의 상인이 되고 왕의 이야기꾼이 되어 살다가 신성모독이라는 모함을 받아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죽었다고 전해지는 이솝의 생애를 모티브로,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사랑받는 이솝우화 속에 숨겨진 보석 같은 삶의 이해와 가치를 이야기한다.

수 천 년 전부터 전해지고 있는 이솝의 생애와 이야기의 본질이 우리 시대의 이야기꾼이자 작가, 작곡가, 연출가, 제작자인 서윤미만의 상상과 재창조로 다시 태어난 작품이다. 뮤지컬적인 서사와 연극적이고 창의적인 발상으로 모든 이들에게 사랑의 진정성과 삶의 가치를 아름답고 가슴 뭉클한 오늘의 이야기로 들려준다.

이솝우화를 근간으로 가져오되, 그리스 신화와 사모스 섬과 산토리니를 연상시키는 시원하고 환상적인 무대 미장센과 다분히 연극적인 기호와 축약, 그리스 신화극만의 코러스 역할들의 시공간을 뛰어넘는 확장과 상징을 통한 기호화된 양식 개발로, 이 작품을 마치 여행가방 안에 고이 접어 세계 곳곳에서 언제든 이야기를 풀어 내놓을 듯, 그렇게 간결하고 특별하게 어디든 투어 가능한 공연으로 거듭나게 해, 마치 이솝의 이야기가 오늘날까지 수 천 년 동안 구전되어 오듯이, 그렇게 세상 곳곳에서 오래도록 다시 공연될 수 있는 프러덕션으로 운영될 수 있게 했다.

뮤지컬 ‘이솝이야기’ (사진제공=컴인컴퍼니)

이솝이기도 한 티모스와 사랑의 결정체 다나에, 페테고레, 왕, 대지, 바람, 물 뿐이 아니라 1인 다역을 천연덕스럽고 진실되게 해 내는 전천후 코러스 배우들과 간단한 듯하지만 우주와 바다를 담아낸 적절한 영상과 효율적인 조명의 활용, 바람소리, 파도소리와 더불어 예민하게 청각을 자극하는 자연스럽고 정성스런 음향효과와 더불어 작고 간단한 스툴만으로 우주 삼라만상과 세상의 풍경과 속성, 그 안에 스며든 인간성의 가장 숭고한 희생과 사랑까지 담아내 보는 내내 벅참 감동으로 뜨겁게 했다.

오래전에 태어나 지금까지도 우리들 마음에 닿아 늘 곁에 머무르며 반짝이는 이야기 속의 이야기, 그 아름다운 동화 속으로 안내하며 공연의 품위와 예술적인 결이 잘 맞아 떨어져 참으로 아름다운 무대로 거듭났다.

작품으로 안내하는 배우들의 열연과 진정성은 이 공연만의 특별한 미장센의 화룡점정이었다.

티모스 역의 전성우 배우는 평소의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영혼과 선한 이미지, 마치 조각상 같은 외모에 소년미 물씬한, 지극히 순박한 표정과 진정성 가득한 진실한 눈망울로, 누구라도 금세 빨려들어갈 이솝우화 속 주인공처럼 마치 실제 티모스로 빙의된 듯했다.

뮤지컬 ‘이솝이야기’ (사진제공=컴인컴퍼니)

아주 작은 세세한 언행까지 마치 디테일의 끝판왕 같은 섬세한 감성의 강약조절과 적절한 표현으로 배우로서의 매력을 한껏 발산해, 보는 누구라도 역할의 행동과 상태에 쉽게 납득하고 동화될 수 있게 했다.

또한 송상은 배우의 다나에/시타스를 보는 것만으로도 이 작품의 미덕을 다 향유할 수 있게 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무구한 소녀의 언행과 어린아이 같은 사랑스러운 미성, 사랑을 느끼고 꽃망울이 영글어 터지듯이 조심스럽고 싱그럽게 무수한 감성을 오롯이 드러내는, 소박하면서도 꾸밈없는 진실된 감정 표현, 명료한 대사와 노랫말에 마음을 실어내며 말하듯이 노래하다 급격히 거대해진 성난 파도처럼 밀려들게 하는 거침없는 가창력까지, 그야말로 배우로서의 매력을 한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페테고레/파빌로스/왕 역의 이형훈과 대지/바람/물 역과 1인 다역의 코러스 역을 해 낸 강연정, 임태현, 이정화 배우들이 일사불란하게 합을 맞추는 모습 또한 그리스 사모스 섬에서 영롱하게 빛나는 아름다운 별들처럼, 그렇게 반짝반짝 빛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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