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베틀라나 자하로바의 '모댄스' 공연 취소
스베틀라나 자하로바의 '모댄스' 공연 취소
  • 이종찬 기자
  • 승인 2024.03.16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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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틴의 발레리나’로 논란, 크림반도 합병 지지하기도
자하로바의 '모댄스' 공연 포스터(제공=인아츠프로덕션)
자하로바의 '모댄스' 공연 포스터 (제공=인아츠프로덕션)

[더프리뷰=서울] 이종찬 기자 = 오는 4월 17-21일 공연 예정이던 발레리나 스베틀라나 자하로바의 <모댄스> 공연이 결국 취소됐다.

이번 공연을 기획한 인아츠프로덕션은 3월 15일(금) 공지를 통해 “최근 출연자와 관객의 안전에 대한 우려 및 예술의전당의 요청으로 합의하에 취소를 결정했다"고 밝히고 “이번 내한 공연을 많이 기대하셨던 관객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하며, 깊은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스베틀라나 자하로바(1979-)는 우크라이나 출신의 러시아 발레리나로, ‘살아있는 발레계의 전설’로 불리는 세계 최고의 발레리나 중 하나다. 15세에 바가노바 발레 콩쿠르에서 은상을 수상했으며 이후 바가노바 발레학교에 입학, 1년을 월반하며 수석 졸업했다. 이후 17세에 마린스키 발레단에 입단, 1년 만에 수석무용수로 승급했으며 정통 클래식 발레작품들을 완벽히 소화해 내며 명성을 떨쳤다.

2003년 볼쇼이 발레단의 수석무용수로 입단했으며 이후 드라마 발레와 유리 그리고로비치의 작품에 출연하기 시작했다. 또한 세계적인 발레리노 로베르토 볼레와 춤을 추기 위해 라스칼라 발레단의 에투알도 겸직하게 되었는데 이들의 조합은 ‘21세기 마곳 폰테인과 루돌프 누레예프’라는 평을 받으며 두 사람의 명성을 전 세계에 알렸다.

자하로바는 ‘무용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를 두 차례나 수상한 최고의 발레리나지만, 최근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분류되며 논란이 일었다. 자하로바는 푸틴 대통령이 이끄는 통합러시아당 소속으로 연방의원을 지냈으며 러시아 국가예술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게다가 푸틴과 친분이 두터운 발레리 게르기예프 볼쇼이극장 감독과 함께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지지 서명에 동참하기도 했다.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은 지난 4일 입장문을 통해 “침략 국가의 공연자들을 보여주는 것은 러시아의 부당한 침략을 정당화하고 우크라이나 국민의 고통을 경시하는 것과 같다”며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었다.

이후 주한 러시아 대사관은 15일 논평을 통해 "국가와 민족 간의 상호이해와 선린관계를 강화하는 문화예술 분야의 협력이 정치적 게임의 인질이 되어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공연 예정이던 <모댄스(MoDanse)>는 패션을 뜻하는 'mode'와 춤을 뜻하는 'danse'가 합쳐진 말로 전설적인 디자이너 코코 샤넬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최고 디자이너와 최고 발레리나의 조합으로 관객들의 기대를 부풀게 했지만 결국 취소된 것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초기, 지난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1천만달러를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했지만 러시아는 오히려 “한국의 입장을 이해한다”고 하기도 했다. 이번 공연 취소를 계기로 예술계에서는 정치적인 이유로 공연을 취소하는 것이 합당한 일인가에 대한 찬반논란 조짐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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